심심치 않게 놀랄만한 소식을 들려주고 있는 소니(SONY), 그야말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VAIO)를 정리한 것도 그렇고 최근 소니가 사업정리 그리고 선택적인 집중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하나의 기준이 보인다.
그야말로 '남들이 쉽게 못따라할만한 것'만 남기고 있는 것.
중국의 저가 공세, 그리고 너도 나도 뛰어들어 이전투구를 하고 있는, 그래서 차별화가 힘든 사업들은 다 정리하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그 예전, 소니(SONY) 두 글자가 주던 그런 아이덴티티를 찾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를 외치며 남다른 길을 먼저 가던 소니. 지금 선택해서 집중하고 있는 사업 영역들은 그럴 수 있는 것들로 보인다.
프리미엄 오디오 플레이어 시장도 그 중 하나이다.
이젠 다 스마트폰으로 음악 듣는 시대 아니야? 다른 mp3 플레이어가 뭐가 필요해, 이제 끝났지... 라며 대부분 휴대용 오디오 플레이어 사업을 접고 있는 때 소니는 다르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다들 음악을 가지고 다니면,
그래서 쉽게 더 자주 음악을 접하게 된다면,
이제 다 고만고만한 속에서 조금은 다른 소리를 듣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라고...
소니가 1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워크맨을 만들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소니 NW-ZX2 는 제법 손 맛이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무광택 알루미늄 메탈 바디에 오목하게 들어간 저 버튼들의 조작감은 마감 좋은 기기들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묵직함을 전해준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전문형 음악기기에는 보다 아날로그적인 인터페이스, 예를 들어 조그 셔틀과 같은 컨트롤러가 달렸다면 더 좋아했겠지만 실제로 만져보니 저런 버튼들의 느낌도 괜찮게 다가왔다
워크맨 최상위 기종다운 소리... 소리라는 것에 대한 평가에도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들어가기 마련이지만 이녀석이 주는 균형감과 공간감에는 별로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어폰으로 듣는 클래식, 꽤 어수선한 세미나장이긴 했지만 제법 몰입을 하게 해줬다.
선곡에 반가운 앨범자켓이 눈에 띈다. 가장 존경하는 MJ.
그에게 표하는 경의로 이 날 시연에서 만날 수 있었던 모든 플레이어와 리시버에서는 빼놓지 않고 마이클잭슨을 귀에 담았다.
양탄자만 아니었어도 문워킹을 했을지도... ^^
차가운 디지털 기기를 가장 잘 보완해준다고 생각하는 재질의 가죽이 함께 한 것도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물론 가격은 심하게 마음에 안들지만 말이다 ^^
어쨌든 이날은, 소니가 왜 이 사업에 집중하기로 선택했는지, 소니 안에 뭐가 있길래 그런 선택을 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엔지니어라기보다 디자이너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사토 토모아키씨가 이 NW-ZX2의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부분이 이 날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그냥 우리 제품 이만큼 훌륭해요~ 라고 끝나버리는 발표회는 정말 재미없지 않은가?
처음엔 이렇게 시작했지만 중간에 프로젝트 성격이 바뀐 이야기까지 실제 소니 내에서 벌어졌을 모습들이 상상되는 그런 이야기였다
전작이었던 NW-ZX1. 그 녀석의 후속작을 기획하던 당시 컨셉은 저런 것이었다고 한다.
일단 VOC로 들어왔던 주 요구사항들, 외장 메모리를 적용해달라는 것과 배터리 용량을 좀 더 늘려달라는 것. 그것 위주로 좀 더 업그레이드를 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프로토타입을 만들면서 그 생각은 변하게 된다.
이 정도로만 개선하는 건 아쉽다고...
이 정도로 만족한다는 건 마치 과거 사람들 머리에 각인되었던 그런 소니의 정신이 아니라고 판단한 듯 하다.
개조된 ZX1의 프로토타입으로부터 음질을 확인하고는 보다 좋은 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에 필요한 리소스를 과감히 투입하는 것으로 프로젝트 방향이 바뀌게 된다.
그리하여 지금의 ZX2는 ZX1보다 더 몸집이 커진, 한 체급 위의 선수로 나오게 되었다. 빵빵한 극고음질을 버텨주기 위해 파워를 더 크게 늘렸고 더 많은 부품을 위해 하드웨어 크기와 설계를 변경한 것이다.
이 중 소니만이 가진 것이라면 바로 S-MASTER 앰프이다.
이 NW-ZX2에는 DAC가 없다. 다른 기기들에 있는 DAC (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 가 없는 것이다.
소니만이 가지고 있는 S-MASTER 앰프는 그 자체가 풀 디지털 앰프라서 앰프 내에 DAC를 따로 두지 않는다. 완전히 디지털로만 신호를 처리하고 증폭한 뒤 최종단인 헤드폰 바로 앞에서 아날로그 신호로 바꿀 뿐이다.
그로 인해 소리의 손실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소니는 보통 오디오 기기들이 측정치라는 숫자로 내세우는 것들에 대해서도 경계를 표현했다. 그런 오디오 측정치가 음질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HRA (High Resolution Audio) 마크를 달고 있는 워크맨의 경우 모두 S-MASTER HX 앰프를 탑재하고 있다. 신호 처리는 동일하기에 오디오 측정치는 거의 유사함에도 각 워크맨간 음질 차이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번 NW-ZX2에 그런 음질의 차이를 만들기 위해 그런 오디오 측정치로는 드러나지 않는 기술들이 반영되었다.
동판과 금도금을 프레임에 적용하면서 납탬의 순도에도 신경을 써서 저임피던스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경쟁 기기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큰 캐패시터를 탑재하고 대형 콘덴더 OS-CON의 숫자도 크게 늘렸다. 늘어난 대용량 배터리와 함께 이런 것들은 NW-ZX2의 몸집을 불렸지만 이로 인해 초고음질을 위한 전원 소요에도 걱정이 없게 만든 것이다.
전작 ZX1보다 3개가 늘어난 OS-CON 을 실제 전시된 부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빠른 응답능력으로 인해 보다 섬세한 소리를 빠짐없이 재생하며 저노이즈를 구현했다고 한다.
이렇게 S-MASTER HX 앰프를 거치면서 풀 디지털로 처리된 신호는 헤드폰 출력 앞단에서 드디어 아날로그 파형으로 바뀌게 된다.
이 부분에도 대형 LC 코일을 사용하여 최대한 음질 손실이 없도록 했다
훨씬 커진 배터리와 캐패시터 역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다른 기기들보다 무려 50배 정도 큰 캐패시터를 채용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여유로운 전원 관리를 통해 순간 강한 전류가 필요한 음원 재생에도 무리가 없게 된다
암튼 이런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결과 ZX2는 부피가 커졌고 보다 해상력 높은 소리를 얻었다.
뭐 소니의 홍보 내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 날 짧은 시간이나마 휴대용 플레이어에서 스마트폰에서와는 많이 다른 소리를 경험한 시간이었다. 소리의 단단함이나 균형감은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성질이겠지만 그것보다도 이어폰으로 듣는 피아노나 현악기 소리가 스마트폰으로는 경험이 안되는 그런 울림을 전했다는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무선으로 많이 변화된 무선 음악 청취 환경에 대해서도 배려는 잊지 않았다.
블루투스 환경에서 SBC보다 소리 손실이 훨씬 적다는 LDAC. 이건 지원되는 리시버나 스피커를 통해 좀 더 조용한 곳에서 꼭 경험해보고픈 부분이었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나는 소리들이 좀처럼 만족을 전해주는 경우가 적기에 더더욱...
무게도 거의 80%가 늘어난 헤비급 체중. 절대적으로 무겁진 않지만 다음 버전이라고 부르기엔 전혀 다른 급의 기기를 내놓은 것이다.
소니 담당자도 모델명만 ZX2이지 전혀 다른 기기라고 표현하던데 일견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행사가 끝났음에도 한동안 헤드폰을 못벗게 만든 조합... 이처럼 이 녀석에 별도의 앰프까지 더해지면 더 이상 휴대용이라고 말하기 힘든 모습이 되지만 그 잠깐 동안은 이루마 콘서트 현장으로 데려갈 수도 있다.
소니가 하이엔드 오디오에 이처럼 투자하는 이유가 될까? 과거 자주 보던 그런 소니만의 장인 정신을 확실히 엿볼 수 있어 좀 반가웠다.
비록 139만원이라는 범접하기 힘든 가격이지만 이런 모습들에 집중하면서 가는 소니가 더 소니답고 어울린다.
정리하고 선택되는 사업들에 대한 수익성은 내부에서 충분히 고려하고 결정한 부분이기에 여기서 얘기할 바는 아닐 것이다. 이런 남다른 행보, 남달리 소니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며 예전의 소니 느낌을 찾는 것, 다시 프리미엄 브랜드 파워를 찾는 것이 지금의 소니에겐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빨리 자아를 찾고 조금은 지루해진 디지털 시장에 소니만의 파장을 자주 느낄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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