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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 Column

구글 알파고가 소름끼치는 이유. 알파고는 실수도, 승부수도 없었다

결과는 아쉽지만 패배다.

그게 1패든 2패든, 실수든 방심이든 원인을 찾는 것조차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백을 잡은 알파고의 90수를 말도 안되는 실수였다고 한다.

프로 세계였다면 결코 뒤집을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라고...


그리고 백의 102수를 신의 한수와 같은 승부수였다고 한다.


과연 알파고는 실수였을까? 그리고 과연 인간처럼 승부수를 던지는 것처럼 전과 다른 연산으로 102수를 뒀을까? 

그렇게 얘기하는 데에는 2가지 가정이 깔려 있는 것이다.



1. 알파고가 뭔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의 계산을 통해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 라는 것과,

2. 이제 승부를 걸어야지 하면서 인간적인 판단과 힘조절(?)을 하는 식의 가정 이 그것이다.





냉정한 연산으로 이뤄지는 프로그래밍을 생각하면 그렇게 이해되진 않는다. 일단 백90수가 실수라는 가정 부분. 소위 기계란 프로그래밍한 대로 (알파고라면 학습한 대로) 짜여진 내부 로직이 있기 때문에 그런 소프트웨어에 실수란 없다. 철저하게 설계된 연산로직대로 계산을 하고 이에 따라 최적의 해를 도출하게 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그 문제의 치명적 실수를 알파고의 실수로 보진 않는다. 바둑을 두는 대부분의 인간들이 이해할 수 없는 알파고만의 수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다시 똑같이 1판을 재현해보면 안다. 알파고는 백90수를 동일하게 둘 것이다. 엄청난 연산을 통해 훨씬 더 먼 수를 예측할 수 있는 컴퓨팅을 통해 사람들을 갸우뚱하게 만들지만 최고의 수였을 수 있다는 생각...


조금 무서워지는 순간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처럼 판단의 강약을 느끼면서 소위 승부수라는 걸 따로 정하고 던지는 부분 역시 이해는 어렵다. 감정이라는게 없는 기계는 그저 그때그때 최적의 결과를 둘 뿐이었을 것이다.


정말 더 소름끼치는 가정을 해볼까? 게임의 흥미를 위해, 혹은 구글이 또다른 목적의 테스트를 위해, 대국의 단계별로 도출되는 해의 수준을 달리 했다는 가정. 즉 상황마다 연산을 해서 나온  최고의 수를 A, 그 다음 차선책을 B, C... 등이 있을 때, 경기 초반에는 A를 택하게, 그 다음 단계에서는 C를 택하게 하면서 방심을 하게 만들고 어느 순간 다시 A를 선택하게 하는 프로그래밍을 해놨다면?


아마 그렇지는 않았으리라 본다. 첫판부터 구글이 굳이 그럴 이유는 없어 보이고... 모르겠다. 이번에는 모두 A를 선택하도록 해봤는데 승리를 했으니 2~5국을 펼칠 때 다른 로직을 적용해 볼수도...


어쨌든... 소름 끼치긴 마찬가지다.

그리고 중요한 건 여전히 2~5국의 승부가 아니다.



2016/03/07 - 이세돌과 알파고,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얼마 전 글을 쓰긴 했지만 이미 인공지능이, 기계가 인간을 그것도 상위 0.001% 이상의 수퍼지능을 가진 인간 챔피언의 두뇌 수준에 올랐다는 것이다. 방심도 허용안되고 실수를 조금이라도 하면 져야 하는 수준이라면 이미 인간을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실수도, 승부수도 없었던 알파고가 더 무서운 이유이다.

여전히 이 글과 같은 의견이다. 


2016/03/07 - 이세돌과 알파고,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