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진정한 홈 허브 센터로의 진화를 기대하는 TV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사용자의 이용 환경과 기대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거실의 중심에 위치한 TV는 여전히 린백 환경일 수 밖에 없고 TV 전원을 켜고 난 후의 마음가짐 또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과 사뭇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TV가 결국 극적인 스마트 기기로 진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작은 부분부터 TV가 가진 컨텍스트 차이를 면밀히 봐줘야 한다.
예를 들어 위에서 말한 음성형 커뮤니케이션 경험만 해도 좀 다르게 만들어져야 한다. 최근 스마트폰들을 보면 시리(siri)나 구글 나우, 그리고 삼성의 빅스비까지 음성 비서형 엔진들이 들어가 있고, 아마존의 에코나 애플 홈팟과 같은 음성 비서 기기들도 이미 대중화되어 있다. 스마트폰에 있는 그런 시리나 빅스비한테는 사용자가 필요로 할 때 호출해서 말을 걸 수 있다. ‘시리야, 아침 7시에 나 좀 깨워줄래?’ ‘오케이 구글, 내일 날씨는 어때?’ 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반대, 즉 사용자는 가만히 있는데 기기가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어떨까? 여러분의 스마트폰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깨어나서 말을 걸었을 때 기특하다고만 생각할까?
기기를 사용하는 환경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접근도 달라야 한다. 사용자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도 스마트폰이면 대부분 귀찮다고 그 기능을 꺼버리겠지만 TV는 다를 수 있다. 극히 개인적인 기기인 스마트폰과 거실과 같은 환경에 있는 가족형 기기인 TV에 대한 입장은 다르다. 휴대폰은 안되지만 가끔씩 TV가 말을 거는 것은 허용할 수 있다. 퇴근 후 샤워를 하고는 소파에 기대 누워 좀 쉬고 있는데 TV가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뭐 재밌는 영상 좀 보여드릴까요?’ 라고 한다면? 이런 부분에 대한 허용도가 높다면 TV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할 경험일 것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VOD를 찾아 들어가는데 있어서도 그 방대한 양을 메뉴에 따라 브라우징하는 것보다 그 중간단계를 점핑할 수 있는 음성 대화형 검색이 훨씬 더 편할 수 있다 (여기서도 스마트폰과의 차이가 드러난다. 스마트폰은 음성검색보다는 터치를 통한 기존 검색이 더 빠르고 편할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데서 쓰던 그런 뻔한 UX를 단순히 전이시키지 말고 다시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고민이 잘 전개되었을 때의 TV 모습은 제대로 된 ‘홈 허브 센터 (Home Hub Center)’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TV가 가진 하드웨어적 특성과 환경도 이미 유리하다. 집안 내에서 접근성이 가장 좋은 거실의 중심에 있으면서, 항상 전원이 연결되어 있는 TV. 배터리로 인한 단절 염려도 없고 집안 여기저기에 있는 통신 기기들을 제어하기에도 가장 좋은 환경이다. 게다가 TV 등치는 어떤가? 사실 TV가 좀 더 두꺼워지거나 커진다고 해서 불만을 제기할까? 들고 다닐 것도 아니고 말이다. TV 안에 스토리지며 각종 인터페이스를 넣어봤자 별 부담도 없다. 홈 허브 센터로 거듭나기 아주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런 고민들을 통해 주변 기기들에 넘겨주고 있는 홈 미디어의 주도권을 TV는 다시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TV가 홈 미디어 기기로서의 역할을 다시 재정의하면서 무분별한 스마트화를 지양하고, TV의 속성에 맞는 조금은 다른 스마트화가 진행되었을 때 다시 TV는 미디어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고 스마트폰 등 다양한 개인화 기기들 사이에서 TV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집안에서 당당히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이상 디지에코에 기고한 TV UX 에 대한 칼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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