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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네이버/카카오는 AI스피커를 뿌려대는가 (1) 사업전략적 측면
    IT/IT Column 2018. 2. 19. 07:35



    2014년 아마존 에코(echo)에서 시작된 음성인식 스피커 열풍이 국내에도 크게 일고 있다. KT와 SKT는 이미 ‘기가지니’와 ‘누구’를 통해 음성인식 비서 기기 시장을 가져가기 위한 경쟁을 시작했고, 이젠 국내 포털 기업을 비롯해 스마트 기기 제조사들도 자사 플랫폼 혹은 스마트폰 생태계 및 인공지능 플랫폼을 가진 기업들과 제휴를 통해 앞다퉈 AI 스피커를 내놓고 있다.


    얼마 전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이 AI 스피커를 거의 기기값 부담이 없는 조건으로 시장에 내놓고 있다. 자사 계열의 음악 서비스를 가입하는 비용만 내면 거의 추가비용 없이 음성인식이 되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조건으로 쉽게 말해 시장에 뿌려대고 있는 수준이다.


    귀여운 캐릭터로 무장한 인공지능 스피커들의 이야기가 연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오르고 있는 요즘, 이런 움직임들에 담긴 전략과 앞날을 사용자 경험 (UX) 입장에서 얘기해본다.



    I. 공짜로 뿌려지는 AI 스피커들


    2014년에 아마존이 세상에 에코(echo)라는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만 해도 조금은 낯선 느낌이었다. 음성 인식 기기라는 특성상 언어(language)를 가릴 수 밖에 없어서 한글이 지원되지 않는 에코는 국내에는 거의 무용지물인 기기였으며, 게다가 아마존이 그런 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 국내 시장을 타겟으로 하지도 않다 보니 꽤 먼 나라 이야기로 생각되었다.


    햇수로는 3년이지만 이런 음성인식 기기는 이제 굉장히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느낌이다. 스마트OS 기반 생태계가 한번 갖춰지고 나니 그걸 토대로 응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기나 서비스의 탄생은 예전에 새로운 것들이 나오기 까지 걸렸던 리드타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짧아졌다. 그렇다 해도 국내에서 이런 소비재가 나오기에는 AI(인공지능) 및 음성인식 기술이 영미권보다 꽤 뒤쳐져 있었기에 최근 KT와 skt, 네이버와 카카오가 앞다투어 내놓고 있는 AI 스피커들의 모습은 필자의 예상보다도 조금 더 빠르다.




     

    제품 소개 동영상만 보면 꽤 나이스해 보이는 이런 AI 스피커들이, 서두에 말한 것처럼 그야말로 공짜에 가깝게 시장에 ‘뿌려지고’ 있다. 필자를 비롯해 꽤 많은 주변 지인들도 네이버나 카카오가 한정판매 한다는 그 시간만을 기다리며 대기했고, 런칭 이벤트를 놓쳤더라도 기어이 한대씩은 사고야 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음악서비스에 가입하면 거의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거라 ‘why not’을 외치며 공짜 하드웨어를 하나씩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국내 포털들, 사용자들이 경험을 시작하는 관문을 장악하고 그걸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만들어 온 그런 기업들은 과거 아이폰의 사례에서, 그리고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구글의 소프트웨어와 검색창을 보며 큰 교훈을 얻었다. 경험의 패러다임이 바뀌거나 새로운 경험이 의미있게 시작될 때 자칫 실기를 하면 안방을 다 내줄 수 있다는 그런 교훈을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인공지능, 그리고 스피커에 있어서는 빠르게 따라오려 하는 지도 모르겠다. 꾹꾹 숨긴 채 기술을 좀 더 다듬는 모습보다는 빨리 오픈해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개선점을 찾아가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는 것 역시 깨달았기에 아직은 완성도에 있어 그리 칭찬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이렇게 소비자의 손에 배달되는 완성품의 모습을 빨리 볼 수 있었으리라.

     

    암튼 올 가을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KT나 skt가 먼저 내놓은 AI 스피커에 강력한 도전장을 던지면서 시장에 제법 움직임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들은 기십만원은 받아야 할 것 같은 이런 AI 스피커들을 왜 이렇게 낮은 가격에 뿌려댈까? 거기에 숨은 인사이트를 한번 짚어 보기로 한다.



    II. AI 스피커에 담긴 사업전략적 특성


    네이버나 카카오가 AI 스피커를 그렇게 시장에 뿌려대는 것은 사업전략적 특성과 사용자 경험(UX)적 특성에서 그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사의 AI 스피커들을 원가에도 못미치는 비용만 받고 공급하고 있는 데 깔려 있는 사업전략적인 생각들을 살펴 보자.


    음악과 결합한 부담없고 자연스러운 try


    솔직히 지금 나와있는 네이버의 웨이브/프렌즈 스피커나 카카오 미니 스피커들을 사용해 보면 소비자가로 적혀 있는 것처럼 10만원이 넘는 가격에 제품을 판매했다면 얼마나 구입으로 이어졌을까 싶다. 이미 누구나 손에 스마트폰이 있는 상황에서, 제 돈을 주고 살 만큼 특별한 가치를 전해주는 녀석인가 바라보면 아직은 아니다. 음악을 주문하면 바로 틀어주고 알람을 맞춰주는 것이 즐거움을 주긴 하지만 아직 AI라고 부르기엔 일천한 경험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급’에 필요한 전략이 필요했을 것이다. 약간은 시기상조일 것 같은 상품을사람들 손에 쥐어주고자 하는 경우에 필요한 영민한 전략. 그런 기기가 스피커 형태로 나오고 거기에 자사의 음악 서비스가 결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질적으로 유료음악 서비스에 필요한 비용만 내면 획득할 수 있는 AI 스피커들의 조건은 당장 그렇게까지 필요가 없을 수 있는 물건을 쉽게 집안에 들여놓을 수 있게 했다. 가치를 인지하고 구매하기에 이르기까지 아주 험난해 보이는 장벽을 이런 음악 서비스와의 결합과 아주 낮은 진입비용으로 허물고 사람들이 AI 스피커라는 녀석에 부담없는 첫경험을 하게 한 것이다.





    음악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모멘텀 도구


    네이버 뮤직과 멜론이라는 음악 서비스들은 매일 치열한 경쟁을 치르는 시장이다. KT의 기가지니 역시 자사 음악 서비스인 지니와 결합하면서 기기 이름까지 정의할 정도이니… 이처럼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보다 높이기 위해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이 AI 스피커를 바라봤다. 실제로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런 방식으로 공급을 하니 벅스 같은 음악 서비스를 사용하던 주변 지인들도 꽤 많은 이동을 했다.


    다양해질 컨텐츠 플랫폼의 전략적 시작 포인트


    이런 식으로 보급하면 사람들은 AI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주로 듣게 된다. 거실에 가만히 앉아 ‘볼빨간 사춘기 음악 틀어줘’ 한마디로 할 수 있는 경험은 꽤 그럴싸 하다. 사용하다 보면 AI라는 말은 점차 무색해지고 그냥 음성을 좀 알아듣는 ‘스피커’만 남지만 어찌 됐든 사용자들은 이를 통해 유료음악들을 즐긴다.

    이렇게 유료 컨텐츠를 스마트폰이 아닌 기기를 통해 즐기다 보면 TV에 이어 유료 컨텐츠 스트리밍을 즐길 수 있는 제3의 플랫폼이 되어 갈 것이다. 지금도 음악 외에 뉴스나 팟캐스트 등이 AI 스피커를 통해 가능한데, 기가지니가 그렇듯 이런 컨텐츠 영역은 음성 only 컨텐츠를 넘어 다른 분야로까지 확장될 것이다. 그럴 가능성을 가진 기기이기에 플랫폼 플레이어들이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하드웨어를 주고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얻는 전략


    프린터 비즈니스와 일견 흡사하다 보면 된다. 프린터들이 소모품을 팔기 위해 기기 자체는아주 저가에 공급하듯이 AI 스피커는 하드웨어가 아닌 그 이후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함이다. 제조 원가나 개발 비용이 당장 하드웨어 판매에서 보전되지 않더라도 일단 많이 깔고 보급해야 하는 것이 이런 비즈니스에서의 핵심이다. 일단 사람들이 쓰고 있으면 AI 및 음성대화형 인터페이스에서 가져갈 서비스 모델들은 향후 무궁무진해진다.

    그리고 이는 공급하는 컨텐츠 입장에서만 봐서는 안된다. 우리가 공짜와 다름없이 받은 이 AI 스피커들은 우리의 말을 끊임없이 듣고 학습하고 있다. 보다 정교한 AI 기반 서비스를 위해서는 수많은 데이터 축적이 필요한데 이러한 노드(node)를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한시라도 먼저 보급을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홈 IoT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첨병 역할


    위에서 말한 컨텐츠 플랫폼으로서의 시작과 확장은 결국 홈 IoT 시장으로 이어진다. 컨텐츠스트리밍과 함께 이 AI 스피커가 제공하는 또 다른 측면의 경험은 ‘제어’, 즉 뭔가를 컨트롤 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수행하는 경험이다. 스마트폰 역시 홈 IoT 에서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하겠지만 개인 기기가 아닌 고정형 가족 기기로서 TV와 함께 기대가 되는 거점이 바로 이런 음성 비서형 기기이다. 

     

    ‘지니야, 불 좀 꺼줘’ ‘샐리야, 세탁기 좀 돌려줘’ 처럼 스마트폰에서 하는 것 보다 직관적인제어가 되기에 그런 거점을 장악하는 것은 홈 IoT 라는 거대한 플랫폼 시장에 이르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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