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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율 머신들과 컨트롤 욕구, 그 적당히 귀찮은 UX의 미학 (1)
    IT/IT Column 2018. 7. 18. 12:33


    자율 주행차, 머신 러닝, AI… 앞으로도 수년간 ICT 분야는 물론이고 인류의 삶에 대단한 영향을 끼칠 키워드들이다. 인간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 미리 알아채고 상황을 인식하면서 척척 일처리를 해내는 세상, 다소 두렵기도 하지만 기대가 되기 마련이고 그 번창을 의심함은 추호도 없다.


    대신 그 안에서 펼쳐질 다양한 경험들에 주목하고 싶다. 최근 스마트폰들이 그렇듯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의 진화가 사람의 경험을 결정짓는 분야에서는 자칫 다 비슷비슷한 경험들을 제공하는, 별로 재미없는 세상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짙다. 조금은 다르고 그로 인해 좀 더 재밌는 선택이 가능한 경험들로 다양해졌으면 하는 생각에서 약간은 다른 식으로 바라보자는 제안을 해 본다.



    I.     맞춤형 컨시어지, 그 핫한 트렌드를 꿰뚫는 정서


    최근에 구글이 내놓은 AutoDraw 라는 서비스가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었다. 사용자가 슥슥 대충 그림을 그리면 뭘 그리려는 지 알아채고는 그 그림을 제안해 주는 서비스다. 손그림에 자신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혹 할 만한 서비스이다.

    스마트 카, 그리고 자율 주행차는 예상보다도 훨씬 빠르게 대중의 경험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실험적으로만 진행될 것 같던 자율 주행차는 어느덧 현대자동차에서도 대중 모델에 적용되고 있어서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을 하는 차도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물론 자율주행을 수행하는 정도는 기술완성도에 따라 차차 적용되겠지만 도로 레인을 인식하고 전후좌우 상황을 인식하면서 알아서 주행되는 차는 두 눈으로 보면서도 아직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가끔 사고 소식이 들리는 완전한 자율주행차도 이런 속도로 보면 생각보다 빠르게 대중교통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머신러닝 (Machine Learning)AI (인공지능), 그리고 상황인식 관련 기술을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컨시어지 서비스들이 여기저기서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 Firefly사가 개발한 스마트거울은 사람이 다가서면 거울에서 울리던 알람이 자동으로 꺼지고 양치 타이머를 음성으로 명령해서 타이머에 맞춰 양치를 할 수 있게 한다.

    그런 간단한 형태의 상황인식을 넘어 IoT 기술들이 접목되는 근 미래에는 그런 컨시어지 경험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그 사람의 기분을 탐지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데이터와 연동되어 조명과 음악이 그 사람의 기분에 맞게 세팅되며 음성 비서 기기가 힐링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처럼 최근 ICT 산업뿐 만 아니라 생활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트렌드 기술들이 폭넓게 공유되고 있다. IoT나 상황인식 기술들이 비단 전자기기만이 아니라 가구나 생활용품에도 같이 적용되면서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그 만큼 전방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데 그 큰 웨이브를 관통하는 의미는 하나다.

    네가 뭘 할지 난 알고 있어. 알아서 해줄께

    몇 년 전만 해도 센서나 응용기술들이 수준에 올라오지 않아 제한적이었던 이런 상황인식 기반 맞춤형 컨시어지 서비스들이 보다 정확해진 센서 및 AI, 딥러닝 등 제반 기술과 만나 훨씬 더 정교해지고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내가 집에 들어서면 그걸 다 알아서 뭔가가 켜지고 맞춰지며, 차에 다가서면 뭔가가 또 착착 맞춰서 알아서 세팅되고 준비되는 그런 세상, 분명 편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동화된 경험들이 경쟁을 더하고 더하면서 진화를 해 갈 것을 상상해 보면 과연 그게 내가 원하는 경험일까? 하는 생각에 이르기도 한다. 인간과 기계간의 인터페이스에서 무작정 자동화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만이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아닐 수 있음은 지금도 작은 경험들을 통해 느낀다.



    II.   생각해 볼 만한 자동화 경험들


    최근 사무실에 멋진 블루투스 스피커를, 그것도 스테레오로 듣기 위해 2대를 들였다. 바로스마트폰에 블루투스로 연결했다. 첫번째에 이어 2번째 스피커를 연결하는데 성공. 소문대로 소리는 아주 훌륭했다. 스테레오로 즐기는 공간감이, 이렇게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나온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밀실처럼 사용하던 회의실에 설치를 해두고는 가끔 음악과 함께 작업을 하고 싶을 때 그 회의실로 들어가면 자동으로 연결이 된다. 별다른 작업을 안해도 자동으로 세팅을 해주니 그저 듣고 싶은 음악만 플레이하면 끝. 일반 블루투스 스피커가 이 정도니 인공지능 음성비서들은 얼마나 더 편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한번은 직원들과 회의를 가졌다. 한참 한 직원의 발표와 더불어 논의를 하던 중 내폰에 속보로 뜬 류현진 승리 소식. 살짝 하일라이트만 볼까 싶어 클립을 눌렀는데 그만 회의에 몰입된 분위기 속으로 퍼진 영상 클립의 광고 사운드급 화끈거리는 얼굴과 직원들에 대한 미안함에 그냥 웃음으로 넘겼지만, 가끔씩 이렇게 연결되는 블루투스라면 그래도 한번 연결할까요 물어보는 UX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된다.


    휴가차 떠난 자동차 드라이브. 목적지로 이동하는 길은 가로 질러가면 편하지만 좀 돌아가더라도 바다를 보며 달리고 싶어서 해안도로를 이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파란 하늘을 보며 달리는 가을 바다가 그렇게 정취가 좋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목적지를 설정해 놓은 내비게이션에서는 자꾸 경로를 벗어났다며 나에게 해안도로를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 한 두번을 넘어서니 슬슬 짜증이 치민다. 차를 세우고 내비게이션 옵션을 보니 무료도로와 유료도로, 최단경로 밖에 없다. 자꾸 자동으로 최적 경로만 찾는 내비게이션내가 여러 번 해안도로를 고집했다면 한번쯤 물어보는게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엔 집에서 아이들 공부를 도와줄 때에도 인터넷 웹사이트나 유튜브를 자주 활용하게 된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검색에 그렇게 능숙하진 못하기에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찾아줘야 할 때는 종종 내가 마우스와 키보드를 잡고 도와주게 되는데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다. 아이들 숙제 주제랑 관련된 이야기를 같이 찾아주느라 함께 브라우저를 열고 검색어를 넣는데, 한글자 두글자를 치면서 자동으로 전에 넣었던 검색어를 자동완성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자주 접했던 자동완성 UX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만 그 검색어에 애들이 보기엔 다소 민망한 검색어가 제시되고 있었던 것. 예전에 재미로 검색했던 그 단어가 자동으로 떴고 그걸 애들이 봐버린 것이다. 검색어 자동완성 on/off 토글이라도 바로 검색창 옆에 있었으면 했던 생각


    이런 경험들, 부지기수로 많고 많이 공감할 것이다.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의 자동화 경험이지만 그저 어떻게든 알아서 다 해줄께라는 생각만으로 경험을 만들면 이런 불편한 에피소드들을 자주 만들게 된다. 소개한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좀 가벼운 것들이지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험들도 제법 있다. 집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휴대폰 사진들을 가족들이 같이 볼 수 있는 TV box에 자동 백업하게 되어 있는데 거기에 공유를 원치 않는 사진들이 들어 있게 되는 경험. 그리고 근미래만 해도 예를 들어 방을 어지럽히는 방해물들은 치우게 학습되어 있는 로봇 청소기가 작고 느린 애완동물이나 갓난 아기를 만났을 때 그 자동화된 역할에만 충실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자동화된 기기들이 만들어 낼 바람직하지 않은 경험들은 앞으로도 상당히 늘어날 것이다.

    좀 더 편하고자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는 경험들이 가끔은 오히려 불편함을 초래하는 상황, 왜 그럴까? 인간의 기저에 어떤 욕구들이 있길래 단순히 편한 자동화로 일관된 모습들이 다소 달갑지 않게 느껴질까?


    (본 글은 디지에코에 기고한 칼럼의 일부입니다)

    다음편에 계속 >

    자율 머신들과 컨트롤 욕구, 그 적당히 귀찮은 UX의 미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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