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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OLED가 가져올 삶의 단상
그럼 앞으로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그런 변화를 상상하는데는 실제 이런 가치를 지닌 제품들의 예를 들어보는 것이 가장 구체적인 도움이 된다. 대형 OLED 디스플레이를 응용해서 곧 선보일 것 같은 제품이나 인테리어 물품들의 아이디어들을 통해 곧 누릴 우리 삶의 변화를 살펴보자. 몇 년 내 현실화 될 수 있는 한 삶이다.
금요일 오후가 되자 기분이 벌써 들뜬다. 어제까지 우중충했던 날씨마저 오후부터 화창하게 갰다. 주말에는 더 맑고 청명한 날씨라는 예보이다. 퇴근길에 이 좋은 기분을 자동차로 좀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뉴스 기사에 팬톤이 내년 컬러로 화사한 코랄 색상을 선정했다고 뜬다. 그래 오늘 저녁엔 코랄이다. 작년에 차를 사면서 '라이브 스크린'이라는 옵션을 큰 맘 먹고 추가했다. 자동차 외부 차체에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해서 원하는 디자인과 색상으로 그때그때 바꿀 수 있는 옵션이다. 뭔가에 쉽게 질리는 탓에 이 옵션은 돈이 꽤 들더라도 꼭 필요한 기능이었다. 미리 스마트폰앱으로 컬러와 디자인을 고르고 주차장에 내려간다. 시동을 켜자 설정했던 디자인으로 자동차 외관이 바뀐다. 이 모습은 볼 때마다 나를 흥분시킨다.
오늘 아침까지 진한 그린이었던 차를 밝은 코랄로 바꾸니 기분도 한결 밝아졌다. 자동차를 자율주행 모드로 바꿔도 되지만 이 좋은 기분에는 엑셀을 직접 밟아주고 싶다. 경쾌한 엑셀질로 퇴근길이 아주 즐겁다.
거리로 나서면서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얼마전까지 떠들썩했던 할로윈 축제의 흔적인지 아직까지 울긋불긋한 거리의 흔적들이 금요일 저녁과 썩 잘 어울린다. 길거리 주요 표지판들은 OLED로 바뀐지 제법 되었다. 처음에는 아주 단순한 표식만 하더니 이젠 아주 효과적인 텍스트 애니메이션까지 더해져서 인지가 아주 쉽다. 신호등에 걸려 차를 멈춘 채 입가에 씨익 웃음을 한모금 담고 있으려니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건물 외벽이다. 곧 크리스마스라 으레 하는 장식이려니 했는데 별도의 광고판이 아니라 건물 외벽이었다. 늘 지나다니는 곳에 있는 건물이라 별로 의식을 못했었는데 지금 보니 외벽 자체가 디스플레이였나보다. 흑색 바탕에 눈꽃 모양의 패턴이 아주 고급스럽게 표현되어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저렇게 있다나 낮에는 또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저렇게 다이나믹하게 연출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들이 대형 건물에도 적용되니 도시의 모습이 한층 다채롭다.
집에 도착해 현관에 다다르니 미확인 메시지가 2개 있다고 현관문에 뜬다. 내 휴대폰을 자동으로 인식해서 나라는 걸 알고는 메시지가 보이는 것이다. 하나는 아내가 남겨둔 메시지다.
'나 잠깐 언니 만나고 올께. 한우 안심 넣고 미역국 끓여놨으니 애들이랑 저녁 맛있게 먹어 ^^'
휴대폰으로 보내도 되지만 이렇게 현관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하는 맛이 있다고 하니 가끔 사용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메시지는 우체국 집배원님이 남겨둔 메시지다. 집에 사람이 없어 등기 우편을 관리사무소에 놓고 간다는 내용. 현관문 바깥쪽에 터치 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있는데 입력도 가능해서 그렇게 활용하고 있다.
먼저 귀가해있던 아이들이 뛰어와 안긴다. 그리고 집안 가득 구수하게 퍼지는 미역국의 향기가 허기를 더더욱 자극한다. 손을 씻고는 바로 저녁을 차린다. 미역국을 데우고 밑반찬을 꺼내고 있는데 큰아들 녀석이 와서는 간밤에 손흥민 경기를 못봤다며 밥 먹으면서 보자고 한다. 미리 식탁 한가운데 있는 롤러 스크린을 올려서 디스플레이를 켠다. 몇달 전에 구입한 미디어 식탁이다. 롤러블(rollable) 양면 스크린이 가운데 장착되어 있어서 필요시 꺼내놓고 가족들끼리 식사와 함께 미디어 감상이 가능하다. 필요 없을 때는 식탁 안쪽으로 감출 수 있어 좋다. 정신 없이 축구경기에 푹 빠져 있는 두 아들을 보며 식사를 마쳤다. 안심 미역국이 아주 일품이다 ^^
녀석들이 축구를 보는 동안 간만에 혼자만의 티타임을 가져본다. 이럴 때 아주 그럴싸한 분위기 연출을 위해 베란다쪽 인테리어에 좀 신경을 썼다. 돔처럼 생긴 바깥쪽 창문이 AR 투명 윈도우로 되어 있어서 원하는 풍경으로 연출이 가능하다. 작년에 가족 여행으로 갔던 오키나와의 풍광이 그리워서 오키나와 배경으로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연출해본다. 아이스 커피 한잔을 내려서 베란다로 나간다. 반바지와 맨발 차림으로 만사모 동굴과 해변이 쭉 펼쳐진 풍광을 보다 보니 정말 해변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해변 끝 부분이 완만한 곡면 디스플레이 효과까지 더해져서 더더욱 극적이다.
해변을 배경으로 퍼팅 연습이라도 해볼까? 베란다 바닥에도 일부 OLED를 적용했다. 퍼팅 연습용 그린이 디스플레이로 펼쳐지고 그 위에서 퍼팅 연습을 할 수 있다. 갈매기와 파도 소리를 듣고 있으니 퍼팅 라인이 저절로 보인다.
아이들의 축구 경기가 끝나고 와이프가 귀가했다. 축구 경기를 보고 나니 바로 잠드는게 아쉽다며 축구 보드게임을 하자고 아우성이다. 저번 생일에 사준 멀티 보드게임판이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옛날에는 블루마블처럼 하나의 보드게임만 가능했었는데 멀티 보드게임판은 판이 OLED 디스플레이로 되어 있고 접고 펼 수 있어서 아주 다양한 게임이 가능하다. 게임을 다운받아 설치하면 바로 큰 보드게임판에서 축구 게임도 즐길 수 있다. 막내와 내가 편 먹고 엄마와 큰 아들이 편 먹고 한 게임, 늘 그렇듯 게임에 능한 큰 아들편이 이긴다.
금요일 밤에 이렇게 가족들과 여유를 즐기니 기분이 아주 좋다. 어차피 주말이라 일찍 잠 들 필요는 없다. 침구 세트를 거실로 꺼낸다. 모두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거실에서 잠드는 게 좋겠다. 천정 디스플레이에는 아이슬란드에서 볼 수 있는 오로라 풍광을 플레이했다. 오로라를 보면서 누워 다음에 갈 가족여행에 대해 의견을 나눠본다...
- 맺음말
중국의 추격과 LCD 수요 답보로 정체를 겪을 것 같았던 디스플레이 산업이 OLED를 통해 다시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는 삼성과 LG가 있고 각각 소형 OLED와 대형 OLED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단순히 해상도가 높아지고 색 재현력이 좋아지는 것만 가지고는 우리 삶이 그다지 바뀌지 않는다. VR(가상현실) 체험이 좀 더 향상되는 정도 말고는… 그런 특성들 외에 디스플레이가 가지고 올 변화는 위에서 말한 여러가지 다른 특징들로 인해 시작될 것이고 그 변화는 짐짓 클 것이다. 지금까지는 디스플레이의 영역이 아니었던 건축 자재나 자동차, 가구의 단면들이 OLED 대형 디스플레이들을 만나면서 삶의 경험들을 제법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해상도나 화질 같은 뻔한 경쟁으로 가는 것보다 저런 특징들을 이해하고 응용분야를 제대로 고민하는 플레이어가 새로운 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고 그것들이 창출할 수요는 앞서 전망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망보다 훨씬 더 커질 지도 모르겠다. 극장에 가면 상영중인 영화들을 디스플레이로 보여주는데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극장에 걸린 대형 간판에 영화 이미지를 사람이 다 그렸었다. 멀티플렉스들을 보며 ‘전에는 저걸 다 그렸었어~’ 라고 추억하고 그 이야기를 듣는 젊은 사람들은 그것이 마치 해방직후 과거사인것처럼 인식하곤 하는데, 한 10년 후에는 대형 OLED 디스플레이가 가져온 변화들을 보며 그렇게 추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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