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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adgets & Stuffs

자유라는 날개를 달아준 스니커즈

 

스니커 [sneaker, 스니커즈]


'살금살금 걷는 사람'이라는 뜻의 sneaker에서 비롯되어 붙여진 이름으로,

발등 부분을 하얀 캔버스로 만든 캔버스 슈즈(canvas shoes)의 일종이다.



나이 삼십대 중반에 솔직히 내것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문화들이 있다


힙합 클럽

인라인 스케이팅

스니커즈 등...


그래도 나이에 비해 조금은 젊게 하고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있었지만 '스니커즈'라는 녀석에 대해서는

과거 '운동화' 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던 시절에 그 '운동화'와 뭐가 다르겠냐는 선입견으로 인해

땀흘릴정도의 운동을 하기 전에는 운동화라는 것을 좀처럼 신지 않던 나에게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상품이었다.


그래선지 나름 젊게 입는다고 청바지를 즐겨입을때에도 늘 아랫부분 마무리는 아래와 같은 녀석의 차지였다.




닥터마틴 류의 단화 스타일...


일상에서의 신발은 무조건 블랙 아니면 브라운, 그것도 단화 스타일이어야 튀지 않는 것이 뭔가 차분한 느낌이며

그렇지 않은 신발들은 어딘가 모르게 시선에 대한 부담을 느끼면서 선택을 해야 하는 느낌이었다.


'스니커즈'라는 녀석의 열풍이 이미 지나간 뒤..

이젠 청바지의 마무리는 대부분 스니커즈를 택하는 10~20대들의 모습을 많이 봤지만

위에서 얘기했듯 그 문화는 내것이 아닌 저 너머의 것이었다.


블랙이나 브라운 계통의 신발들을 2년정도에 한번씩 갈아신으면서 별다른 신발에 대한 니즈나 불편은 물론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쇼핑몰에서 한 녀석을 마주치게 된다.




로열 일래스틱 이라는 영국 브랜드의 한 스니커즈


신발에 대해서는 무난한 선택을 해오던 나였지만 다른 아이템들을 보면 괜히 좀 튀는 걸 선호하는 경향이 있던지라

조금은 남달라보이는 이 녀석의 외모에 흥미가 갔다


하늘색 에나멜이 양쪽에 배치되어 있으면서 선이 있는듯 없는듯한 독특한 슬립 온 스타일..


쇼핑몰의 설명을 읽으면서 왠지 내 물건이라는, 내 물건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서

어느덧 내 손가락은 마우스를 쥐고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주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묘한 흥분과 동시에... 내가 범접하지 못했던 '문화'에 발을 들였다는데 대한 불안함...

취소해야 하나 그냥 둘까 하는 고민을 수차례

그러던 중 어느새 택배는 배달되고...




신어보자 !


(사진은 한참 후에 찍은거긴 하다 ^^)


내 두 발을 기다렸다는 듯이 빨아들이는 이녀석은

거의 신자마자 잘 샀다는 확신과 함께 느껴지는 경쾌한 피트감을 선사했다


조금은 여유로우면서도 긴장되는 피트감과

그동안 적응했던 단화류의 신발들이 왜그렇게 무거웠었는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이 가벼움...


정말이지 내가 쇼핑몰에서 구매한 것은 신발이 아닌 날개였다는 착각이 들 만큼

이녀석이 순간 나에게 선물해준 느낌은 표현하기 힘들만큼 상당히 유쾌했다


왜 이제껏 이런 느낌을 거부하고 살았을까...




남다른 옆라인과..



귀여우면서 세련된 뒷태까지...


스니커즈란 녀석을 처음 신는 거지만 내가 좋은 녀석과 인연을 맺은 건 확실했다



과감하게 이녀석을 신고 출근하던 첫날도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그다지 남들이 신발만 쳐다보는 것도 아닌데 괜히 나혼자 꽤 어색하고 신경쓰였지만

남들이 신발에 대해 뭐라고 얘긴 안해도 내 안에서 전에 없던 '자유'가 꿈틀대는 걸 숨길순 없었는지

뭐 기분좋은 일 있냐며 여기저기서 물어보던...



그러다가 2006년 독일 월드컵이 시작되고 2002년도의 그 카타르시스를 다시한번 느끼기 위해 난 독일로 가게 된다


스위스전을 보러 가는 나는 여행도 여행이지만 경기장에서 자연스레 나올 광란의 몸짓을 소화할만한 녀석으로 이녀석을 주저없이 골랐다


이 나이에 그런 광란을 표출하기 위해서 필요했던건 바로 '자유'였기 때문이다




경기 전날 한 조용한 마을에서의 착용샷 ^^




스위스전이 시작되기 전 하노버 경기장 앞에서 한 컷



족히 4시간은 이 녀석과 내 몸은 하나가 되어 미친듯이 뛰고 소리지르고 울부짖은 것 같다


비록 눈물과 함께 경기는 패배하고 16강 탈락이라는 쓴맛을 맛봐야했지만

지금도 이 녀석을 신는 날이면 그날의 흥분과 하나됨이 생각나서 짜릿함을 느낀다


그렇게 미치던날 나의 발이 되준 이녀석...

발은 퉁퉁 부어 신발을 계속 신고 있기 어려울정도로 뜨거웠지만

그 뜨거움 만큼 그런게 가능하도록 자유로움을 선물해 준 이녀석이

나에게 있어선 단순한 신발을 넘어 정신적으로 마술과 같은 존재가 되버렸다.



왜 이런 녀석을 진작 못만났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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