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고 싶은 러시아제 추억, agat 18k

 

러시아... 크레믈린...  KGB... 미그... 푸틴...

 

러시아 하면 생각나는 몇가지 단어들

 

거기서 느껴지는 공통점이랄까?  조금은 위험해보이면서도 동경하고 싶은 뭔가를 간직한 곳..

 

왠지 '러시아' 와 어울리는 단어를 꼽으라면 나는 '아날로그'를 꼽을 것 같다

 

후하면 서린 입김이 차가운 바람속에 흩어지는 그런 아련함이 있을법한...

마치 추억이란 녀석이 내 안에 작은 추억으로 흩어지듯 그런 아날로그적 성향이 러시아와 많이 닮아있다

 

 

 

 

 

agat 18k

 

'아가트'라고 읽는 이 녀석

 

이쁜 카메라라면 미쳐버리는 내 성격에 이 녀석을 알게되자마자 미친듯이 찾아다녔다

 

국내에 몇대 되지도 않은 나름 레어 아이템이라 찾아내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요즘보다는 덜 유명(?)할 때 찾아내서 오히려 지불한 세종대왕은 지금 시세보다 적었다

 

유명할 정도로 좋은 카메라냐

 

좋은 카메라의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쨍한 결과물을 내는 카메라라면 이 녀석은 아니다

 

아무리 '광학' 기술에 있어서 독보적인 능력을 보유한 당시 러시아라고 해도

이 앙증맞은 플라스틱 바디에 쪼그마한 플라스틱 렌즈를 달고 있는

이런 토이카메라 다운 녀석이 그렇게 좋은 결과물을 가져다줄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

 

 

 

 

 

단순히 이쁘다는 이유.. 여기저기 써있는 읽기 힘든 러시아 문자가 남다른 개성을 표현해주는 듯한 모습이

나같은 녀석한테는 다른 단점을 다 덮는 단 하나의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매뉴얼도 러시아어로 되어있어서 읽을 수도 없다 ㅎ)

 

뭐 하나 제대로 설정하기 힘든 연속식 조리개와 풀수동 설정

그리고 '틱' 하면서 다 늙은 노파가 뀌는 방귀마냥 힘없이 뱉는 셔터음

일일히 손가락으로 밀어 돌려야 하는 필름 감개 등

 

요즘 DSLR 이다 뭐다 해서 최신 카메라로 사진을 시작한 분들에게는

이건 말도안되는 장난감에 불과한 녀석일 것이다

 

 

lomo

 

그래, 로모...

 

로모가 있었다

 

로모는 나름 카메라를 좋아한다면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이름이다

 

비네팅으로 인한 특유의 터널 효과와 독특한 보케로 인해 전세계적인 매니아를 형성하고 있는 그 로모

 

 

로모 역시 러시아제 카메라로 바로 이 아가트 18 k 와 같은 회사에서 만든 카메라라는 사실

 

그 사실을 알고 나면 약간 귀가 솔깃해지면서 결과물에도 좀 기대가 간다

 

 

로모가 결코 잘만들어진 카메라라는 사실에는 동의를 안하면서도 워낙 개성있는 결과물을 내주기에

같은 회사에서 만든 이녀석에도 뭔가 남다른 재주가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만든다

 

 

이 앙증맞은 녀석을 처음 입양하여 처음 테스트할 무렵

 

또다른 '앙증맞음' 이 나에게 들어왔었다

 

 

 

 

 

필름을 넣고 빼는 법도 잘 몰라 많이 당황하던 때

 

이 앙증맞은 녀석은 나의 2세를 이렇게 표현해주었고

나는 이날 이후로 이 녀석을 내 분신처럼 애지중지하게 되었다

 

해상도는 볼 것도 없는 하프 카메라이지만

싸구려 필름을 넣어도 이렇게 개성을 뚜렷이 나타내 주는 녀석

 

디카처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찍을때의 모습과 이 녀석이 표현하는 모습이 다른 그런 '상이함'을 기다리게 만드는 녀석

 

 

 

 

 

 

결국 제주도까지 동행하여 많은 풍경들을 담아냈다

 

물론 위 사진처럼 풍경사진 역시 볼품없는 해상력으로 '이게 뭐냐' 라고 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난 그 어떤 제주도 풍경사진 보다도 이 사진을 볼때 가장 많은 제주도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낸다

 

사진의 역할, 카메라의 역할이 그런가 아닌가?   추억을 끄집어 내주는...

 

 

 

이렇게 이 아가트 라는 느낌 풍성한 이름의 녀석때문에 간직한  러시아제 추억은

이 녀석을 쓰면서 겪는 모든 불편함을 추억을 위한 지불이라 생각해줄 만큼

나에게 있어선 가장 뚜렷한 자국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