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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amera & AV

자식들 팔아 구한 물고기 눈 렌즈

지금은 카메라 바디에 여러가지 렌즈를 바꿔 물려가며 쓰는게 익숙해져 있지만

과거 붙박이 렌즈에 똑딱이 카메라만 쓰던 시절,  렌즈교환식 카메라 세계에 입문하던 즈음..

렌즈교환식 (SLR) 카메라를 예전부터 사용하던 후배녀석이 경고멘트를 날렸다

'형, 이제 쓰고싶은 렌즈들이 하나둘씩 생길텐데, 렌즈 하나 사는게 거의 카메라 하는 사는 느낌일거에요'

그말이 맞았다

50mm 표준렌즈도 좋다며 쓰던 그 시간은 오래 못가고, 표준줌이니 망원렌즈니 이런 여러가지 렌즈들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상황에 따라 이런저런 렌즈를 바꿔끼는 재미도 좋았고, 그런 렌즈에 따라 화각과 사진이 달라지는 걸 뷰파인더 안에서 경험하는 즐거움도 꽤 컸었다


그러던 중...

'어안렌즈' (fisheye lens) 라는 녀석을 알게 된다.

사진동호회에서 어느 회원이 어안렌즈로 찍은 사진은  광고 스틸사진에서 가끔 접할수 있는 독특한 화각을 가지고 있어서 아주 매력적으로 보였다

렌즈의 모습이 물고기 눈 처럼 튀어나와서  왜곡된 광각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는 렌즈..  그래서 이름이 어안렌즈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로 이렇게 생긴 녀석

붕어의 눈처럼 우스꽝스럽다

어안렌즈도 다른 렌즈처럼 메이커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유명메이커에서 제대로 만든 어안렌즈는 백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상황이었고, 헝그리 슈터였던 나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그리하여 맘정한 녀석이 바로 저 사진에 있는 러시아제 수동 어안렌즈이다


16mm 의 화각.  꿈에 그리던 광각 화각이다.

필카를 쓰고 있던 그 시절에는 28mm 도 넓게 느껴졌었는데  역시 이놈의 지름신은 날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자.. 그렇다면  저 렌즈를 살 돈은?

사진이라는 취미를 위해 쓰는 지출의 한도를 정해놔야 할 듯 해서 당시엔 카메라에 쓰는 돈의 총액이 얼마 미만으로 하자  하는 그런 맘속의 한도가 있었다

그 한도가 거의 full 이었기 때문에  저 어안렌즈를 사기 위해서는  내 수족과 같은 카메라 가족중에 일부를 방출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었다


열손가락 깨물아 안아픈 손가락 없다고...  몇안되는 장비들이 다들 눈물을 글썽이며 애걸복걸하는듯 내 눈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픔을 딛고 착출된 녀석은 바로 저 801s...

필름바디가 당시 3개정도였는데  희한하게 수동바디가 오히려 신형 오토바디보다도 애착이 가는거였다

제일 편리했던 바디, 니콘 801s 를 결국 방출키로 했다. ㅠ.ㅠ

그 아픔은  저 어안렌즈를 얻었을 때의 기대감으로 최대한 희석시키며  자식같은 저 녀석을 장터로 내놓게 되었다


결국 내 손에 들어온 러시아제 어안렌즈

펜탁스 바디에 물려있는 저 어안렌즈는 야외로 촬영가는 날에는 빠짐없이 챙겨가는 렌즈였고  기대대로 재밌는 사진을 많이 가져다주었다

물론 이것저것 찍어가면서 결코 좋은 사진 내기 쉽지 않은 렌즈라는 것도 깨달았지만

렌즈의 왜곡이 주는 재밌는 사진들,  그 사진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지인들의 모습은  어느새 내 자식들을 보낸 아픔을 잊게 해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셀프를 찍어도  이렇게 광활한 모습을 담을 수 있다)

물고기 눈 이라고 써놓으니  내가 어렸을적 즐겨먹었다는 생선 눈이 생각난다

조기를 구우면 항상 그 눈으로 젓가락이 먼저 갔었다는데...  그것때문일까

물고기 눈이라면 일단 취하고 보는...

말도 안되는 연결이지만 적어도 그정도의 추억꺼리는 충분히 만들어줄 수 있는 소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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