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랜기간 디지털 펜(PEN)을 기다렸다
올림푸스 PEN의 fan 으로서, 7년동안 펜을 사용했던 유저로서 너무나 기다렸던 것이다. 이렇게 이쁜 PEN 이 디지털로 다시 태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이 작지만 탄탄한 느낌, 오밀조밀 모인 조작부와 셔터, 그리고 아날로그 시계침처럼 예쁜 필름 카운터 및 조리개 수광부의 미학...
하프카메라의 대표작인 이 올림푸스 펜의 디지털화를 기다린 사람은 나뿐만은 아닐것이다. 아마도 모든 펜 유저의 바램 아닐까?
손안에 쏙들어오는 크기에 필름의 반만 쓰다보니 마음껏 일상을 담을 수 있는 그 느낌, 그런 부담없음으로 인해 다른 카메라로는 담기 힘든 자유로운 시각으로 인해 더더욱 사랑스러울수 밖에 없던 그런 PEN 이었다
사실 작년말에 이 아날로그 PEN 과 끝내 작별인사를 했다. 디지털 펜이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은 까맣게 모른채... 그럴려고 그리 떠나려 했을까
암튼 결국 디지털 펜이 나왔다. 올림푸스 E-P1 이라는 모델명으로 말이다
올림푸스의 디지털 펜인 이 E-P1 의 디자인은 결코 나쁘지 않다. 꽤 chic 하면서 적당히 차갑고 고급스럽다. 렌즈를 어떤걸 마운트시키느냐에 따라 느껴지는 디자인은 많이 달라지지만 실제로 보더라도 사진처럼 멋스럽긴 하다
하지만 직접 만지면서 사진을 찍어보고 조작해보고 느껴보면서...
내손에, 그리고 내 가슴에 'PEN' 이라는 느낌은 솔직히 없었다. 아주 잘 다듬어진 프로급 컴팩트 카메라라는 느낌...
컴팩트 카메라라는 느낌과는 좀 다르긴 하다. 런칭 행사시 올림푸스 영상사업 본부장인 권명섭 상무가 이야기한 것처럼 DSLR 도 아니고 컴팩트 카메라도 아닌, 새로운 카테고리를 정의하는 느낌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설적인 하프 카메라인 PEN 을 잇는 느낌은 결코 아니었다
마이크로 포써드 시스템이지만 깜짝 놀랄만한 화질과 동영상 촬영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녀석 E-P1, 기존의 올림푸스 E-system 을 잇는 후속 라인업의 느낌이 더 강했다
왜일까
왜 PEN 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펜이라고 하기엔 너무 커서?
좀 무거워서?
디지털이어서?
정확히 표현은 못하겠다. 위에서 얘기한 이유가 다 맞는지 모른다
그냥 디지털 답게 너무 잘 나온다
아날로그 PEN 이 가지고 있던 그런 하프의 여유로움
희소성
화질은 좀 떨어지지만 오히려 인간적인 아날로그
앙증맞음
그런게 없다
올림푸스 펜 50주년 기념으로 디지털로 태어났다는 이녀석.
좀 더 디지털 냄새를 없앴어야 했고 좀 더 크기를 줄였어야 했다.
디자인도 펜의 철학과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PEN 이란 이름을 이번에 허락해버린걸 보니 조금 허탈하지만, 이 다음 버전에는 정말 펜다운 녀석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정말 하프펜처럼 메뉴를 통해 디지털도 하프필름 사진처럼 2장을 하나의 사진으로 보여주는 그런 기능도 넣고 말이다
암튼 기대보다는 너무 디지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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