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이며, 종이며, 여기저기 해대는 메모들...
그런 아날로그 습관과 아날로그 결과물들... 그런 것들은 언제쯤 디지털로 대체될 수 있을까요? 과연 대체가 가능하긴 할까요?
물론 이미 에버노트와 같은 솔루션을 통해 '노트하는 행위' 자체는 조금씩 디지털로 넘어가고 있죠. 하지만 여전히 더 많은 사람들의 손에는 종이와 펜, 수첩이 들려있습니다.
끄적끄적 아날로그 메모가 가진 여러가지 요소들을 디지털 솔루션들이 대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키보드가 있는 환경에서는 그런 디지털 솔루션들이 아주 큰 활약을 하지만 순간순간 끄적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저 역시 여지없이 종이와 펜을 꺼내게 됩니다.
그 외에도 손메모가 가진, 쉽게 대체하기 힘든 관성과 매력에 포커싱한 또다른 형태의 디지털 솔루션들이 있죠.
몇년전부터 등장하고 있는 이런 스마트펜 솔루션들
바로 종이와 같은 아날로그 매체에 손을 이용해 작성하는 행위는 그대로 유지시키면서 이를 쉽게 디지털화하려는 하이브리드 형태 솔루션입니다. 저런 제품들 시연 동영상을 보면 혹하는 건 사실이죠. '오~~ 좋다~' 를 연발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주변에 저런 제품들 사용하는 사람 있으신가요? 아마 아직 거의 없으실겁니다. 저 또한 '오오오' 하다가도 선뜻 살 마음은 안생기는데요. 이유가 뭘까요?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우리들이 일상에서 하고 있는 아날로그 메모 행위를 잘 들여다보면 보이는 특성이기도 하구요, 저런 하이브리드 스마트펜 솔루션(?)이 가진 한계이자 극복해야할 포인트이기도 하겠죠
첫째, 아무데나 쓸수가 없잖아 !!
끄적임이란 그야말로 아무데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언제 어느 공간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를지 모르고, 당장 지금 뭔가를 적거나 그려야 하는데 내 손에 잡히는 도구들을 쓸 수 있어야 하죠.
아날로그 메모의 기본중 기본이죠. 어떤 종이에도 쓸수 있는게 메모고, 내 펜이 아닌 다른 사람의 펜으로도 작성하는게 메모입니다.
펜에서부터, 심지어 글씨가 쓰여지는 바닥 매체까지 전용 도구를 써야 하는 저런 하이브리드 도구들은 그 출발에서부터 큰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스마트펜이라 칭해지는 이런 디지털펜(Digital Pen) 솔루션은 대체로 보면 크게 2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일반적인 종이나 바닥에 쓸 수 있되, 수신기가 별도로 주변에 있고 (태블릿이나 폰에 연결된 부분) 송신모듈이 작게 내장된 펜이 있는 방식입니다. 범용적인 종이를 쓸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전용펜과 수신기를 갖춰야 합니다. 두번째 방식은 펜에 카메라같은 장치와 송신모듈이 훨씬 진화된 상태로 들어가 있으면서 카메라 인식이 가능한 전용 용지와 같은 형태와 함께 하는 방식이죠. 펜에서 바로 태블릿이나 PC로 전송이 가능한 점은 있지만 솔루션 가격이 매우 비싸고 역시 전용펜과 전용매체가 필요합니다.
이렇다보니 아무데서나 특정 도구가 없어도 가능해야 할 아날로그 메모를 대신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첫번째 한계가 생기게 되죠.
둘째, 펜다운 펜을 쓰고 싶다구 !!
그 다음은 펜 이슈입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이쁜 펜, 몽블랑 볼펜이나 파버카스텔 샤프와 같은 고급 필기구를 쓰고싶은 것이죠. 특정 필기구를 선택한 이유는 다양합니다. 필기감이 특별히 좋다거나 고급스럽다거나, 소재가 마음에 든다거나 등등 아주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는 이 바닥에서, 저런 솔루션을 위해 전용펜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건 또하나의 큰 장벽이죠
특히나 메모를 좋아하는 분들은 필기구에 관심이 많고 애착도 많은 분들인데 그런 사용자에게 도구를 획일적으로 강요한다는 것은 햄버거 좋아하는 사람에게 롯데리아 치즈버거만 먹으라는 것과 다르지 않을겁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문제는, 저런 디지털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들이 필기구 전문업체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보니 단순히 필기만 가능한 도구를 만들었을 뿐, 필기시 느껴지는 수많은 감촉과 기분 등을 고려한 설계에 매우 약하다는 것이죠. 쉽게 말해 저런 디지털펜들은 'pen' 의 면모로서 본다면 대부분 '함량미달'이라는 겁니다.
셋째, 메모란게 쉽고 간단해야지 !!
휴대성과 간편함을 얘기 안할 수 없죠. 마지막 세번째는 이것입니다.
그저 펜과 수첩, 종이만 있으면 되는 메모에, 저런 수신기와 전용펜이 있을 뿐 아니라 저걸 또 챙겨서 다녀야 하고, 심지어 충전도 신경써야 하는 등 거추장스럽기 시작하면 이내 저런 솔루션은 팽당하게 되겠죠
언제 어디서나 불시에 메모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저런걸 다 챙기고 왔어야 하고, 또 꺼내서 '잠깐만 있어봐' 하고 수신기를 세팅하고 하는 액션은 몇번 경험하고 나면 아마 '이건 아니다' 라고 생각할 겁니다.
너무 안좋은 얘기만 했나요? ^^
분명 아날로그 메모에 대한 디지털화 욕구는 있습니다. 그것만큼은 분명하죠. 여기서 말하는 '디지털화'라는 것의 핵심은 '반영구적 저장'일 것이고 '활용을 위한 파일화'일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 '디지털화'에만 매몰되서 솔루션을 착안하게 되면 가장 중요한 기본인 '아날로그 습관'을 크게 훼손하게 되죠. 현재의 디지털펜 솔루션을 내고 있는 회사들은 그런 착각에 빠져있진 않은지 반문해봐야 할 것입니다.
솔직한 얘기로 아직까지 저에게는...
1. 그저 아무데나 내가 좋아하는 펜으로 메모를 끄적이고
2. 그걸 스마트폰 카메라 (혹은 캠스캐너 같은 앱) 로 찍어서
3. jpg/PDF 파일로 에버노트나 드롭박스 등에 활용하는 시나리오
이 보다 좋은 솔루션, 편한 솔루션은 나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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