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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 Column

이스라엘 학교에는 물리 화학 교사가 없다? 기초과학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

이스라엘의 바이츠만 과학 연구소를 방문한 이야기다.

텔아비브에서 바이츠만 연구소 (Weizmann Institute)가 있는 르호봇으로 달렸다. 오늘도 무척 화창한 날씨. 이스라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보다 훨씬 화창한 날씨가 필자를 반긴다.


바이츠만 연구소는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인 하임 바이츠만 대통령에 의해 1934년 설립된 과학 연구소로, 그야말로 세계 최고 연구소 중 하나인 곳이다. 이곳에서 출원되는 특허 수만 해도 어마어마하며 이곳에서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들을 보면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그저 부러울 뿐이다.

 

 

 


우주 항공 발사대를 닮은 건물이 입구에서 반긴다.





오전에 바이츠만 연구소 내 바이오 메디컬 연구소를 견학하고 fMRI를 비롯한 의학 연구소까지 둘러봤다.

그리고 향한 곳은 바이츠만 연구소 내에 위치한 행정관.



 


이 곳에서 이스라엘 중고등학교에서의 과학 교육 시스템을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특허와 함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는 이곳 이스라엘의 과학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그 근본의 힘은 '기초과학에 대한 꾸준한 투자'에 있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누가 요즘같은 시기에 기초과학에 과감히 자신을 내던지겠는가?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대학 진학이나 향후 진로를 선택할 때 소위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기초과학을 다루는 분야는 찬밥신세가 된지 오래 되었다.



 


이 곳 이스라엘에서도 그런 시대적 대세는 거르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고등학교에서 물리나 화학과 같은 기초과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 숫자가 많이 줄어든 것이다. 물리나 화학 선생님들이 은퇴를 하게 되면 그 자리에 다른 젊은 선생님들이 들어와줘야 하는데 이제 그렇지 못하는 상황. 기초과학을 이렇게 중시하는 이스라엘에서도 그 부분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그래서 이 바이츠만 연구소를 중심으로 이스라엘이 취한 시스템이 있었는데 상당히 흥미로웠다.


10학년에서 12학년에 이르는 이곳 고등학교 (high school) 에서는 더 이상 물리와 화학 수업이 없다. 대신 일주일에 2번 학생들이 이곳 바이츠만 연구소에 와서 물리와 화학 교육을 받는다. 즉 학교에서 가르칠 수업을 이곳 바이츠만 연구소에서 대신하는 셈이다. 학교에는 물리나 화학 선생님들이 더이상 없으니 대체 수업을 하는 것. 고등학교만 되도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는 시스템이니 물리나 화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일정 수준이 되는지 테스트를 거쳐 선발이 되고 그렇게 지원하는 학생들은 스쿨버스를 타고 이 곳 바이츠만 연구소에 와서 보다 실력있는 석학들에게 기초과학 교육을 받는 것이다.


이런 교육이 이뤄지는 장소가 이곳 르호봇 바이츠만 연구소에 하나, 그리고 텔아비브에 하나 있다. 그러니 그 일대 고등학교의 기초과학 교육은 이 연구소들이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학교가 아닌 연구소이다보니 교육의 높은 질을 위한 고민도 보다 프로페셔널하게 이뤄지는 느낌이었다. 실제 교육의 커리큘럼도 70%는 이스라엘 교육부에서 짜지만 나머지 30%는 이곳에서 직접 짠다. 그리고 실험 위주의 수업이 진행되는데 이 곳에서 일하는 물리와 화학 선생님들은 그 커리큘럼을 위해 끊임없이 회의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발전시켜가는 모양새였다.


단순히 과학 공식이나 이론을 가르치는 위주가 아니라, 실험을 직접 같이 하면서 이론과 다를 수 있다는 걸 직접 체험케 하고, 실험오차나 error 가 충분히 있다는 걸 경험하게 한다. 그러면서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몸소 깨우치고 하는 교육... 그저 학교 교실에서 이뤄지는, 혹은 열악한 학교 내 과학실에서 이뤄지는 수업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론과 실제가 다르다는 것이 때로는 학생들 특히 똑똑한 학생들을 좌절케 할 수 있지만 머리로만 배운 것과 몸으로 배운 것의 차이는 나중에 상당한 차이를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흥미로운 통계이다.

이런 교육 시스템이 이뤄지고 난 후 학생들의 기초과학에 대한 생각이 크게 바뀌고 있다고 한다. 그저 필요할거 같아서 했다는 대답에서 실제 흥미가 생기고 재밌어서 한다는 쪽으로 반응이 바뀌었다.


재밌는 것은 생물은 이곳에서 가르치지 않는다. 아직 생물 교사들은 학교에서 충분하기 때문이란다.


기초과학에 소홀해질 수 있는 시대의 흐름에 이런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어린 학생들의 기본을 여전히 탄탄하게 만들고 있는 이스라엘. 이스라엘 과학의 힘은 이런 시스템을 통해 여전히 미래를 약속하고 있으며 그 이후 과학 기술과 특허에 대한 관리 이야기에서도 그들의 기초과학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기술 이전 (Technology Transfer) 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바이츠만 Technology Transfer 부학장(?) Mordechai Sheves 교수.

바이츠만 연구소 내에 있는 YEDA (예다) 라는 기업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예다(YEDA)는 독립 법인으로 바이츠만 연구소에서 나오는 모든 특허에 대한 관리와 운영, 기업들과의 인터페이스와 마케팅을 맡고 있는 회사이다.


쉽게 말해 과학자 분들은 연구에만 전념하세요, 돈과 관련된 일은 우리가 할께요 개념이다. 예다에서 온갖 특허에 대한 기술 이전을 담당하면서 협상을 하고 돈을 만들어낸다.


이스라엘에서는 미래를 담보하는 그런 특허들이 민간 기업 주도로 되버리면, 그래서 기업이 그냥 가져가 버리면 더 시너지나 활성화가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되도록 기술 특허는 대학과 같은 학계가 갖게 하고 이에 대한 기술이전을 통해 여러 기업들이 혜택을 보게 하는 시스템이 되어 있다. 바이츠만 연구소를 통해 획득되는 특허(patents)에 대한 수익은 연구소와 발명자가 6:4로 갖게 된다. 과학자들은 그런 행정과 관리에 일체 신경을 쓰지 않고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예다가 그런 관리를 해준다.


집중하는 테마도 기초과학을 통해 아주 자유롭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기초과학 기술도 나중에는 엄청난 기술로 발전하는 근간이 되는 것을 알기에 굉장히 오랜 기간 소요되는 연구에도 관심을 아끼지 않는다.



 


쉽게 관심을 받기 힘든 이런 기초과학 분야가 게속 살기 위해서는 이런 지적 재산권 (IP) 관리가 상당히 잘 이뤄져야 하는데 예다 라는 기업을 통해 바이츠만 연구소는 그런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물론 기업과의 협업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매우 초기기술인데 연구가 필요한 경우에 특정 기업과 함께 협업도 하게 되는데, 이때에도 patents는 기업이 아닌 바이츠만 연구소가 가져가게 되며 대신 참여 기업에는 라이센스를 꼭 주도록 하는 그런 형태를 가져간다.


 


 


이 곳에서 듣고 알게 된 개념 'valley of death' . 이게 뭐냐면 학계에서 그렇게 파봐야 안쓰는 기술, 그로 인한 학계와 산업계와의 간극을 표현하는 개념이다. 기초과학에 가까울 수록 초기에 그렇게 보이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산업계는 별로 관심도 없을 정도로 설익은 그런 기술들, valley of death의 성격이라고 아무도 투자와 연구를 안해버린다면 지금과 같은 과학의 강국이 되긴 어려웠을 것이다.


학생 교육에서부터 기술 이전까지 꾸준히 투자되고 육성되어지는 이곳 이스라엘의 기초과학의 모습. 수많은 특허들이 만들어 낼 미래 가치와 보다 확대될 부가적인 산업들의 위력을 상상해보자.


대한민국은 현재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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