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좀 비싼 음식으로 기분을 내고 싶을 때가 있다
예전 같으면 그럴 때 이탈리안이나 한정식 쪽을 주로 찾았을텐데 그런 음식들이 좀 더 일상으로 대중화되면서 아주 특별한 느낌까진 안 갖게 한다.
그러면서 그 자리를 주로 꿰차고 있는 것이 일식쪽이다.
특히 최근에 취미가 다시 생긴 장르가 바로 '초밥'이다.
초밥에 절대 고수도 아니고 그야말로 미천한 경험뿐이다.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도 않았으니까...
이 날 기분 낼 수 있는 집으로 잡은 곳은 바로 스시효 이다.
청담동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곳으로 알고 있는 이 스시 효.
광화문 소머셋 호텔 2층에 있는 광화문 스시효를 찾았다.
소머셋 주변에는 이 스시효를 알리는 간판이나 이정표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사실 아는 사람 아니면 잘 모르게 되어 있다.
조금은 비밀스러운 느낌으로 2층에 있는 스시효로 난 길을 따라갔다.
이 날은 점심때 찾았다.
점심이라고 해도 적당한 스시 코스는 1인분에 6만8천원이라는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우리가 예약 주문한 코스는 그 6만8천원짜리다. 좀 더 싼 코스도 있지만 스페셜 요리가 하나 추가되는 코스라는 안내에 6만 8천원짜리를 선택해 본다.
분위기는 다소 예상과 달랐다.
고급스러운 일식 집이기에 조금은... 은밀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아늑하고 프라이빗한 느낌을 줄 거라 생각했는데 좀 썰렁하고 밝은 느낌?
아주 따뜻한 가정같은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단체라 룸으로 예약하고 안내 받았는데...
이 곳은 또 회의실같은 느낌이다.
보시다시피 안에 테이블과 의자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서 좀 서늘한 느낌까지 준다.
긴장감 속에서 빨리 담판하고 나가야 하는 판문점도 아니고...
뭐.. 이런 경험도 해봐야지 ... 하며 우리끼리 웃고 떠들고 하고 있는데
슬슬 서빙이 시작된다.
조명은 나쁘지 않은데 전체적으로 좀 차갑다.
그래도 우리 일행은 여기 광화문 스시효는 처음 오다 보니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대뜸 서빙하며 들어오는 분이 와서는 사진을 지워달라고 한다.
!!
네?
아, 제가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해서요, 사진 좀 지워주세요
네? 저희는 그쪽 분을 찍지 않았는데...
사진을 보니 테이블과 우리 일행들을 찍느라 찍은 사진에 그 분이 지나가며 한쪽에 찍혀있었다. 그걸 말하는 것...
뭐 그럴 수 있다.
네. 지우겠습니다~ 하며 지우긴 했는데 기분이 좋지는 않다.
생각해 보니 역시 애티튜드다. 꼭 저렇게 얘기해야 할까?
아... 혹시 사진에 제가 찍혔나요? ^^ 제가 사진에 나오면 안되는 사정이 있어서... 죄송한데 그 사진 만큼은 저 나오지 않게 다시 찍으시면 안될까요?
이렇게 얘기했으면 서로 기분도 좋고 했을텐데....
쩝... 출발이 좋진 않다.
여기서부터는 런치 6만8천원짜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사진으로 보여준다.
전채가 나쁘진 않다.
대신 너무 가벼운 느낌이긴 하다.
스시 코스에는 스시가 6개씩 2 번에 나눠 서빙된다. 즉 초밥은 총 12개를 먹을 수 있다.
이게 첫번째 초밥 접시
음... 나쁘진 않은데 역시나 오가와를 알게 된 것이 여기에는 독이 된다.
오가와의 초밥을 100이라 본다면 여기는 85점 정도의 맛
나쁘진 않은데 가격은 훨씬 더 비싸니 일행들도 갸우뚱 한다.
이건 괜찮았다.
오징어 요리
오징어 특유의 딱딱한 식감이 없이 매우 부드럽다.
메로 구이?
나중에 보니 코스 중 이 코스가 더 비싼 점이 특별 요리였는데 이게 그거였다 ㅎㅎ
맛은 괜찮다
입가심을 하고 두번째 초밥 접시를 영접한다.
두번째 취한 초밥들은 첫번째 접시에 담긴 것들보다 좀 더 나은 맛이다.
특히 저 맨 오르쪽에 있는 장어초밥이 이 집 베스트인 것 같다. 일행들도 대부분 베스트를 저 장어초밥으로 고른...
일단 가격을 떠나 맛으로 치면 기대한 것에는 80% 정도의 느낌... 아쉽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음식을 서빙받을 때 느낌이 그렇게 좋진 않다.
서빙 하시는 분들이 아까 사진 건도 그렇고 굉장히 드라이하면서 불친절하다. 말 하나 꺼내기 좀 그렇게 차가운 기분...
이런 곳에서는 친절이 생명일텐데 말이다.
애교스러운 양을 보여준 모밀 소바로 식사를 끝낸다.
이따 4시쯤에 뭐 좀 더 먹어야겠다며 담소를 나눈다.
그래도 디저트는 있었다.
이 집에서 가장 훌륭한 맛은 이 디저트가 보여줬다고나 할까...
콩가루가 듬뿍 들어간 아이스크림이었는데, 흑미가 들어갔는지 식감이 상당히 독특하다.
이건 참 맛있다는 거 인정 ~
놋쇠 그릇같은 데 나오는 아이스크림도 느낌이 꽤 신선하다.
이곳 스시효 광화문점
6.8만원짜리 스시 코스를 먹으며 일행들이 평가한 바로는,
한 2.5만원 정도를 먹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맛으로만 보면 그 이상이었지만 서비스 퀄리티가 많은 점수를 깎아먹었다.
다시 가지는 않을 것 같은 곳이다.
스시효 청담점은 좀 다를 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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