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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 Column

태블릿 PC, 이대로는 활성화되기 어렵다

HP의 슬레이트를 들고 CES 2010 기조연설을 하는 스티브 발머


이번 CES 2010의 큰 주제중 하나는 '태블릿(Tablet) PC' 였다는데 주저할 사람은 없을것입니다. 그만큼 각 제조사에서 앞다투어 태블릿PC를 발표하는 장이었으며 이런 움직임은 태블릿 (혹은 슬레이트) PC를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애플 (Apple) 의 움직임과 더불어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시장이 막 태동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북(E-book) 기기들 또한 대부분 터치형 기기라서 근 3년간 전세계에 터치형 MID 열풍을 주도했다고 봐도 되는 아이폰과 함께 모든 사용자들에게 더이상 '태블릿'은 어색하지 않고 친숙한 기기로 다가서고 있는점... 이것이 태블릿 PC 의 전망을 아주 밝게 하는 점이겠습니다.


몇년전부터 '터치스마트 (Touch Smart)' 시리즈를 내세운 HP 는 태블릿PC의 영역이 노트북이나 모바일 뿐만 아니라 데스크탑형 PC 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으며 이번 CES 2010에서도 MS 스티브 발머가 선택한 '슬레이트'를 만들어냄으로서 태블릿 시장을 주도하려는 모습이었습니다. 또한차례 세상을 바꿀것같은 MS의 서피스(surface) 도 PC 진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고 이에 이번 CES 2010 에서 보여진 태블릿 PC의 잔칫상은 분명 태블릿 PC 시장이 드디어 폭발하리라는 예상을 충분히 하게 해줍니다.

HP 의 'Slate'

그런데 냉정하게 현실은 어떤가요?
주변에 태블릿 PC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 구경하기 쉬우신가요?


손끝으로 만질수 있고 직접 스크린위에 펜으로 쓸수 있는 태블릿 PC. 태블릿 PC 가 등장한 것은 사실 최근의 일이 아니라 꽤 오래된 일입니다. 최근의 일인것처럼 느껴지지만 빌게이츠가 태블릿 PC를 들고 나와서 선을 보인것이 벌써 10년전의 일이죠. 그 후에 주목을 받는 태블릿 PC들은 심심치 않게 발표되었습니다. 윈도우 XP tablet 버전이 나오면서 이런 움직임에 꽤 탄력을 가져다주는듯 했습니다만 냉정하게 보면 빌게이츠의 기조연설 이후 10년동안 태블릿 PC는 분명 실패한 모습이었습니다.

필자 역시 2년전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태블릿 노트북을 구매해 사용했었는데요, 윈도우 XP tablet 버전이 설치되어있던 그 노트북 (HP TC4400) 을 큰 기대를 가지고 사용했습니다만 몇달 쓰지 못하고 처분해버렸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태블릿이 별 쓸모가 없다'


프리스케일이 발표한 태블릿 레퍼런스 디자인


태블릿이 그동안 실패했던 이유는 다양하게 진단할수 있습니다. 터치 센서의 기술이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던지, 노트북과 결합하다보니 너무 무거웠다던지, 부족한 HW 사양 대비 너무 비싼 가격이었다던지 등등 많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제가 볼때, 그리고 경험한 바로는 'SW의 문제' 가 가장 컸습니다. 태블릿에 맞는 운영체제와 그에 맞는 어플리케이션의 부재로 이분되는 전용 SW의 문제가 사용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태블릿을 고려한 운영체제라고는 하지만 기존 운영체제의 모습은 그대로 유지한채 그저 터치만 가능하게 만든 것과 다름없는 형태는 키보드/마우스의 사용행태와는 전혀 달라야 하는 '태블릿' 사용행태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그 위에서 돌아가는 SW는 태블릿용 SW 는 거의 없는 채 기존에 사용하던 프로그램들을 그대로 사용해야 했죠. 마우스와 키보드 사용행태만을 고려한 그런 기존 프로그램들은 태블릿 형태의 기기에서 사용하기에 불편할수 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마우스의 '클릭' 을 '터치'로 대치한다고 해서 해결되는게 아니죠. 그런 방식으로 접근해서 실패한 전철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윈도우 XP 태블릿을 채용한 노트북들이 그랬고 기본적인 PC형 운영체제에 터치에 최적화된 shell 프로그램만을 입힌 그런 데스크탑들도 그러했으며 Pocket PC 에 이어 Windows Mobile 에 이르기까지 기존 PC에서의 철학을 유지하고 있는 운영체제들을 가진 스마트폰들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습니다. 그런 기기들이 그리 불편하진 않았다 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정말로 쓸만하고 유용했다면 이미 폭발했고도 남을 시간이었겠죠.


하이브리드 형태의 태블릿, 레노보 ideapad U1


그에 대한 반증은 아이폰의 예에서 찾을수도 있습니다. 그런 휴대폰들 속에서 아예 처음부터 '태블릿'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치밀하게 설계된 '아이폰'은 그동안 쌓여왔던 사용자들의 태블릿에의 니즈를 제대로 충족시켰고, 스마트폰은 어렵다는 그동안의 불만을 크게 해소시키며 가히 '폭발'한 경우입니다. 단순히 디자인이 예뻐서, 혹은 HW 스펙이 좋아서라면 아이폰을 능가하는 기기는 셀수없을 만큼 많이 등장했습니다만 여전히 스마트폰-MID 급에서 지존의 위치에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태블릿 형태에 최적화된 UI를 가진 운영체제', 그리고 '그에 맞는 막강한 어플리케이션들' 이 주는 편리함일 것입니다. SW 의 승리였죠
 

과거 10년전 빌게이츠가 태블릿 PC를 들고 나왔을때의 그런 흥분된 기대감, 하지만 그 10년간 계속 고개만 갸우뚱해왔던 그 시간들이 이제 끝날까요? 그럴 가능성이 꽤 커진 건 분명합니다만 솔직한 생각으로는 '그래도 아직' 이라는 생각이 좀더 크기도 합니다.
CES 2010 에서도 봤듯이 HW 의 준비는 충분한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디자인과 폼팩터를 가진 태블릿 HW 들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나올것으로 기대되며 그것들은 분명 거실 소파에 앉아있거나 지하철에 탑승한 사람들의 손에 들려있게 될 날이 얼마 안남았을 겁니다만 과연 SW 들의 준비도 그렇게 되었을지는 지켜봐야할 부분입니다. 단순히 엔비디아의 테그라 칩셋이나 인텔의 아톰 혹은 무어스타운, ARM 진영 프로세서 등 소형 태블릿 기기들을 위한 HW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하드웨어를 장착한 태블릿 기기들이 가질 운영체제와 해당 OS 기반의 어플리케이션들이 얼마나 쓸만하게 준비가 되었을지가 관건이라는거죠

JooJoo Tablet


구글의 안드로이드, 인텔의 모블린, Microsoft의 WM7 (또는 윈도우7), 노키아의 마에모(Maemo), 그리고 애플이 슬레이트PC를 통해 선보일지 모르는 또다른 모습의 SW 등등 그들간의 경쟁력, 그리고 적당한 폼팩터안에서 얼마나 쓸만한 사용처를 SW들이 만들어내는지가 정말로 '태블릿의 시대'를 앞당길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키가 될 것입니다. 또한 사용자들로부터 선택받은 그런 태블릿용 OS들이 형성해낼 어플리케이션 생태계가 앱스토어를 통해 얼마나 활성화되서 재밌고 가치있는 프로그램들을 만들지가 키가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맘에 쏙 드는 태블릿 PC가 하루빨리 나와줬으면 합니다. 부담없이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쾌적한 웹서핑과 전자책을 즐기고 필요시에 블루투스 키보드와 함께 워딩 머신이 되며, 가족들이 보는 드라마에 TV를 뺏겼을때 epl 중계를 한편 즐길수 있는 그런 태블릿 기기가 나와서 또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를 위해 준비된 HW만큼 운영체제와 프로그램들도 충실히 준비되서 과거 10년간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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