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전세계 노트북 제조사간 두께 경쟁이 가히 점입가경이다. 누가 더 슬림한가를 놓고 하루가 멀다하고 '우리가 경쟁사보다 더 얇게 만들었어요~' 라고 신제품 발표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출시한지 2년여가 된 맥북에어 (Macbook Air) 가 슬림함에 있어서는 꽤 오랜기간동안 수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실제 가장 두꺼운 부분을 기준으로 하는 스펙상 두께를 기준으로 하면 그간
HP 부두(VooDoo) 노트북
을 비롯해 몇몇 경쟁제품이 나오긴 했지만 그 상징적인 존재감에 있어서는 사실 적수가 되지 못했다.
맥북에어의 가장 두꺼운 부분은 19mm 남짓하지만 사람들이 두께를 판단할때는 '노트북의 가장자리를 본다'는 점에 착안, 애플은 맥북에어의 가장자리를 놀라울정도로 얇은 체감을 두도록 제품을 설계했던 것이다. 그래서 실제 맥북에어를 옆에서 보면 체감 두께가 불과 5~6mm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맥북에어는 얇아 '보이는' 노트북으로는 사실 아직까지도 (2년가량) 수위를 지키고 있다고 봐야한다.
바게뜨 빵을 자르기도 했던, 당시 충격적인 맥북에어의 등장은 아직까지 경쟁사들에 있어서 부러운 '충격'일 것이다. 그래서 '맥북에어 킬러'라는 수식어는 심심치않게 신제품들에 갖다 붙여졌고 백이면 백 가장 두꺼운 부분을 기준으로 맥북에어를 이겼다며 '가장 슬림한 노트북은 나다' 라고 외쳐대왔다. 하지만 역시나, 적어도 아직까지는 맥북에어를 'Kill' 했다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역작은 안나오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던 최근,
정말로 슬림함에 있어 맥북에어를 제압할 수 있는 실제품들이 발표되고 있다
. 소니의 바이오 X와 델(dell)의 아다모 XPS 가 그것이다.
바 지주머니에 들어가는 노트북, 바이오P 시리즈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니는 이번 Vaio X로 또한번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13.9mm 라는 바이오X 의 두께. 소니 내부적으로는 엄청난 모멘텀이 아닐지 몰라도 아톰 프로세서를 내장한 경쟁사 넷북들이 3센치에 달하는 두께를 보여주고 있는 요즘,
경쟁사들의 혀를 내두르게 하는 제품 설계 능력의 차이
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단면 메인보드와 독특한 모양새의 배터리, 기존 바이오 TT시리즈보다 더 진화되고 얇은 LCD 등 하나하나 수많은 고민과 테스트를 그동안 쌓인 노하우 위에서 빚어내니 그런 역작이 나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 바이오X'
하지만 이런 소니의 소니의 외침은 1일 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바로 dell 의 Adamo XPS, 9.9mm 라는 살인적인 두께의 노트북을 발표한 것이다.
그냥 노트북이라고 부르는게 맞나 싶을정도로 슬림함과 독특한 힌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간 모으고 모아 카운터 훅을 날리고 있는 소니에게 살짝 웅크려있다가 통렬한 어퍼컷을 날린 모양새다. 아직까지 아다모 XPS는 실제 만져보지 못했지만 저정도 얇은 노트북의 느낌은 사실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전에 dell 이 내놓은 아름다운 노트북,
아다모를 리뷰하면서 꼭 이런 모양새로 작은 울트라씬 버전 아다모를 내줬으면 한다
라고 얘기했었는데 이렇게까지 엄청난 놈을 준비하고 있을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 처럼 소니와 델이 선전포고를, 그것도 살짜쿵이 아니라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라는 투로 경쟁사들의 R&D 부서 개발진의 목을 죄고 있다. 아다모 XPS의 '기록'이 또 언제 갈아치워질지 모르겠지만 울트라씬 시리즈가 나오면서 향후 몇년간은 노트북에 있어 '슬림' 경쟁은 계속 될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분명 고려해야할 부분이 있다.
과연 노트북이 이렇게까지 얇아질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 물론 같은 성능에 같은 배터리 능력이라면 당연히 얇은게 좋지 않냐 라고 쉽게 얘기할수 있을것이지만, 우리는 또하나의 경쟁축이었던 노트북의 '소형화' 전쟁이 가지고 온 부작용 또한 생각 안할 수 없다. 그간 적지 않은 노트북을 경험한 필자로서는 '작은' 노트북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이곳 블로그에서도 몇번 밝혔지만 노트북에서 절대적으로 추구하는 '휴대성' 에 있어 '소형화' 추세가 가진 '편의성'과의 변곡점.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다시 말해 너무 작은 노트북은 '가지고 다니기' 편한 반면, '사용하기' 꽤 불편하다. MID레벨로 가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노트북' 이야기라면, 편한 키보드와 쾌적한 웹서핑을 필요로 하는 '노트북' 이라면 일정수준의 소형화를 넘어가게 되면 그때부터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화면이 너무 작아 답답하고 눈이 아파지기 시작하며 그에 따라 키보드가 너무 작아지면 양손 또한 불편하기 그지없어진다.
분 명 노트북이 얇아지는 것은 좋은 면이 많다. 굳이 사이즈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얇게 만들려고 한다는건 '노트북의 소형화' 에서 경험했던 그런 불편함들을 '슬림화'로 인해 극복하겠다는 것이니까.. 즉 휴대성을 높이면서 충분한 화면과 넓은 키보드의 편리함을 주려면 슬림하게 만들어서 무게를 줄이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런 슬림화도 어디까지나 좋기만 한걸까? 저 위의 아다모 XPS의 사진을 보니까 이 또한 좀 걱정이 된다. 독특한 힌지 구조때문에 그래보이기도 하지만 사용하기 좀 불편하고 '불안해' 보이는 건 필자뿐은 아닐것이다. 이동하다가 자칫 부딪히거나 키보드 위에 살짝 손이라도 짚는다면... (사실 노트북 사용하다보면 그런일 자주 발생한다)
사 실 요즘 가지고 다니는 맥북에어도 얇아서 좋지만 그만큼 수납이 약간 불안해서 맨몸으로는 가방에 넣질 못한다. 과거에 사용하던 미니노트북은 굳이 파우치에 넣고 다니지 않아도 가방안 충격이나 기타 흠집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이 맥북에어만 되더라도 어디 휘기라도 할까봐 늘 파우치에 넣고 다니게 된다. 그러다보니 실상 얇은 에어이긴 하지만 가지고 다닐때의 크기는 여느 노트북과 비슷하게 3~4센치가 넘는 두께가 되고 있다. 이런 에어보다 훨씬 얇은 노트북이라면 그야말로 걱정은 커질것 같다. 행여나 다칠세라 수납에 신경쓰는 건 물론 사용중에도 유리로 만든 노트북을 다루듯 조심조심 사용하게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분명 사용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역시 여기서도 '슬림화' 와 '사용편의성' 간의 변곡점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과 연 그런 '불편함'을 주지 않는 슬림함의 한계는 어느정도일까? 10mm? 15mm? 그 한계는 노트북 제조시 사용하는 '소재' 와 기구의 '설계 능력' 에 따라 점차 얇아지긴 할 것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카본과 같은 신소재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사용성에 불편을 주는 한계점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너무 과도한 얇음으로 인해 불안감을 안고 사용하긴 싫기에 말이다.
최 근 경쟁적으로 얇은 노트북을 만들면서 '우린 몇mm다' 라는 걸 마치 훈장처럼 자랑하면서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그걸 단순히 '무조건 저놈보단 얇아야돼' 라고 R&D쪽에 목표를 줬다가는 자칫 그런 무리한 경쟁이 사용자들의 사용성을 해치고 있진 않은지 고민해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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