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에 소개된 칼럼글의 원문이 본 포스팅입니다
몇년째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태블릿 PC 시장... 기라성같은 하드웨어 업체도, 윈도우 Tablet 버전 OS 도 일으키지 못했던 그 태블릿 PC 시장을 애플의 아이패드가 일으켜세울 수 있을까? ipad 가 발표되면서 아마도 올 한해 최대의 화두가 될수 있는 질문일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조금 다르게 관점을 봐야 한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저 질문에 예상을 해본다면 이겁니다.
"아이패드는 뜨지만 태블릿 PC는 몰락할 것이다"
'몰락'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단어를 선택했습니다만 저런 표현을 하게 된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태블릿PC (Tablet PC)' 와 '태블릿(Tablet)'은 다른 제품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장난같아 보이기도 합니다만 아이패드와 같은 기기를 뭐라 불러야 좋을지 현재로선 적합한 단어가 없기 때문인데요, 아이패드와 앞으로 생길 수많은 아이패드 Killer ^^ 들을 통칭 '태블릿'이라고 부른다면 그 태블릿들은 그동안 보아왔던 '태블릿PC'와는 전혀 다른 제품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접근 철학에서 나오는 이용체감 속도] 와 [그에 따른 사용목적] 의 차이라고 봅니다. 일단 아이패드의 사용목적을 한번 보죠. 아이패드 어디다 쓸까요?
어떤 분들은 그냥 대형 아이팟터치 아니냐, 그래서 실망했다 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 말씀 자체는 저도 동의합니다. 크게 보면 커진 아이팟터치죠 ^^ 하지만 저는 그게 오히려 아이패드가 가진 강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일단 화면이 10인치 수준으로 커진 공간에서 아이팟터치에서 즐기던 것들을 좀더 플러스하여 즐긴다는 건 실제로 체감해보면 상당한 가치일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eBook 과 웹브라우징이죠. 아이팟터치가 다른 mp4 플레이어나 PMP 류가 주지 못한 큰 benefit 중의 하나가 사파리를 통한 쾌적한 웹브라우징이었죠. 이것때문에 집에 있는 PC를 켜는 일이 상당히 줄어들만큼 왠만한 웹검색이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모두 아이팟터치에 있는 사파리로 해결이 가능했었죠. 그것의 단점이었던 작은 화면을 1,024 풀사이즈로 키웠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사용가치를 줄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앞으로 무궁무진한 가치로 커질 이북 미디어 시장을 생각하면 이 작으면서도 크고 크면서도 작은 10인치의 기기로 할수 있는 일은 상당히 많아질수 있죠.
어떻게 보면 아이패드는 PMP 에 가까운 제품입니다. 제품 사이즈는 크지만 MID 로 볼수도 있구요. 아이폰이나 아이팟터치가 충분히 사용할만하다 라는 느낌을 주는 이유는 디자인이나 미려한 UX, 다양한 app들 등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만 그중 중요한 것 하나는 위와 같은 용도로 즐기는데 있어 전혀 불편하지 않은 '체감 속도' 입니다. 부팅이란 것도 필요없고 그저 아이콘을 클릭하기만 하면 해당 용도로 바로 실행되는 체감속도... 사실 PC와 비교하면 놀라운 속도이지요. 위에서 제가 아이패드가 아이폰 OS 를 채택한것이 오히려 강점이라고 본다는 점이 이 부분입니다.
만일 아이패드가 아이폰 OS 가 아닌, 맥북에 들어간 스노우 레오파드를 탑재했다면?
저는 현재의 아이패드만큼 뽐뿌는 안받았을겁니다. 물론 맥OS X가 윈도우보다는 빠르고 직관적이며 쓰기 편하긴 합니다만 아이패드를 사용할 목적 (웹브라우징/AV미디어/이북/각종 어플 등)에 비추어보면 느리고 불필요한 요소들 투성이거든요. 만약 OS X를 탑재한다면 지금보다 하드웨어 사양까지 많이 올려야했을텐데요 만일 그렇게 고사양으로 출시하면... 심지어 그런 고사양에 지금 아이패드처럼 현실적인 가격을 책정했다고 해도... 저에게는 그리 필요한 물건은 아닌것이었을 겁니다.
OS X (레오파드) 가 올라간 상상의 아이패드 이미지
삶의 가치 증대를 위해 필요한, 인간으로서 누릴수 있는 재미를 위해 필요한 IT 기기로서 PC는 그동안 너무 복잡했다는 지적들에 대해 상당히 공감합니다. 저런 용도를 위해서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해온 그런 'PC' 는 필요없다는게 아이폰을 통해 어느정도 검증되고 있고 아이패드를 통해 확신을 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PC 본연의 차별화된 목적 또한 방대하기때문에 PC의 가치는 이와는 별도로 충분히 인정합니다. 다만 단순히 그동안의 'PC'에 터치스크린을 달고 터치가 되도록 '태블릿화'하는 접근 방법이 과연 맞는 접근 방법일까 하는 의문이 강한거죠.
그럼 아이패드가 아닌 '태블릿PC'쪽을 생각해볼까요
태블릿PC의 범위도 다양하기때문에 여기서는 하드타입 키보드를 없앤 휴대형 '태블릿PC'만을 생각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라온디지털의 태블릿 PC, 에버런
일례로 윈도우 XP가 깔린 '태블릿PC' 사용해보신 분들은 공감하실텐데요, 7인치/10인치/12인치 등 다양한 태블릿PC들이 나왔습니다만 그것들 어디에 쓰셨나요? 물론 일부 잘 활용하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만 대중들에게는 많이 외면되어 왔습니다. 저 또한 몇달 쓰다가는 못쓰고 처분해온 태블릿PC가 몇개 될 정도로 태블릿PC에는 적응 못했습니다. 그이유가 바로 위에서 지적한 [용도에 맞지않는 극악의 체감속도] 를 보여줬기 때문이죠. 웹에 잠시 접속하거나 동영상 한편을 보기위해 몇분동안 부팅을 하고는 소프트웨어를 구동하거나 탐색기에서 파일을 찾는 그런 행위는 정말 태블릿과는 어울리지 않는 경험이었습니다. 가지고 다니는 모바일 환경에서 생명은 바로바로 쓸모가 있어야 하는 것이었죠. 지도가 필요할때 바로 가방에서 지도를 꺼내듯 태블릿에서 바로 지도를 볼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 이미 버스는 지나가는데 윈도우 지렁이를 보고 있노라면 짜증이 치밀었죠
Just On 기능을 내장한 태블릿PC, 빌립 S7 (사진출처 : 마이빌립)
제조사를 포함한 모두가 그런 문제를 공감했는지 태블릿 PC 진영에서 시도되고 있는 것이 Instant OS 입니다. 윈도우와 같은 기본 OS 와는 별개로 리눅스 기반의 별도 쉘 같은 프로그램으로 빠른 웹실행이나 미디어 재생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들이죠. Instant OS 와 같은 시도가 바로 '태블릿 PC' 와 '태블릿' 이 달라져야 한다는걸 PC 제조사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반증이라고도 보이는데요. 바로 노트북이 아닌 태블릿의 사용목적에는 기존의 OS 와 노트북과 같은 사용행태가 아닌 다른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Instant OS 들처럼 제몸이 아닌 곳에 기생하는 형태의 모습은 그리 유쾌한 체험은 아니더군요.
지하철이나 버스안, 자투리 시간에 바로바로 뭔가를 하고자 가방에 넣어다니는 PMP/MID 처럼 태블릿은 그런 목적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PC와 노트북은 나름 또 다른 진화방향이 있는 것이구요. 제가 태블릿을 적응하지 못하고 팔아버린 것도 태생적인 차이로 노트북과는 다른 사용목적과 기대를 가지고 휴대하게 되는데 그 목적에 안맞게 사용속도가 너무 느리고 무겁고 불필요한 요소들 투성이였다는 겁니다.
'태블릿(Tablet)' 은 PC 와는 다른 접근 방법과 철학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비슷해보이지만 사용목적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죠. 탄탄한 OS를 갖춘 PC 기기가 아주 빠르고 쌩썡하게만 돌아가면 뭐가 문제겠냐 싶습니다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걸 우리는 확인해왔습니다. 태블릿PC와는 다른 태블릿의 길... 태블릿이라는 용어가 다시 정의되겠습니다만 그러한 궁극의 모습으로 가는 첫걸음을 '아이패드(ipad)' 가 제시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아름답고 얇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무릎 위나 배 위에 놓고 쓰여질 그 '태블릿'이라는 기기는 이정도면 충분하다 하는 모습. 최적의 OS 와 가벼움, 그리고 사용자들이 가장 쓰기 쉬운 UX 와 SW 로 '지금까지의 태블릿은 틀렸다, 태블릿이란 이래야 한다' 라는 걸 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한명 두명 고개를 끄덕여 갈것이고 그 추종자들이 너도나도 또한번의 '킬러'를 자처하며 등장할 것입니다. 그 추종자들은 기존의 태블릿PC와는 다른 모습일 것이고 그래야 합니다. CES 2010 에서도 수많은 태블릿들이 선을 보였습니다만 그중 많은 기기들은 개인적으로 예상컨대 성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태블릿'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한채 PC의 철학으로 만든 기기들로 보이는 것들이 많으니까요.
아이패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태블릿PC와는 많이 다른 모습의 기기들이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비록 그 과도기동안 PC진영의 기기들과 하드웨어 스펙으로 비교되면서 많은 조롱을 받을것이고 자칫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실제로 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가져다줄 기기는 채 빛을 못보고 죽어버릴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진앙지를 애플이 자처하고 나섰기에 누구보다도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아이폰과 앱스토어로 생태계를 만들고 그 생태를 누구보다도 이해하고 있는 애플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기때문에 10년전 빌게이츠가 들고나온 태블릿 PC와는 다른 제대로된 태블릿의 원년이 올해 2010이 될수 있어 보입니다. 제대로 된 태블릿들의 부흥... 한번 기대해보지 않으실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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