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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마다 찾아오는 환각제, 이번엔 남아공
    Travel/Europe 2010. 3. 22. 07:33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미친듯이 껴안고 소리를 지른지가 벌써 8년이 된거군요. 땀범벅의 냄새도 아랑곳하지않고 누구든 껴안고 싶고 그 어떤 경적소리도 즐겁게 들리던 2002년... 대한민국에게 월드컵은 2002년 이전과 이후로 느낌이 많이 다른것 같습니다.

    비록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16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만 그때 보여준 열정과 가슴속의 흥분은 2002년 못지 않았죠.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2006년도에 보다 더 감정의 크기는 컸던것 같습니다. 2002년도에는 개최국이었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되리라 기대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상치 못한 충격을 감내하지도 못해서였을까요? 그런 감격을 느낀 4년후라 그런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맞는 느낌은 오히려 더 크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스위스전이 열렸던 2006년의 하노버 (Hannover, 2006 Worldcup)

    현장에 있어서였을까요? 하루종일 가슴이 쿵쾅거렸던것 같습니다.

    스위스전이 열리던 며칠 전부터 고조된 열기는 경기 몇시간을 앞두고는 축제 분위기로 치닫습니다. 대결을 앞둔 스위스와는 혹시나 사전에 마찰이 있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만 그것은 기우였을뿐, 오히려 서로를 안아주며 마치 선의의 축제를 벌이는 파트너와 같은 느낌이었죠. 우리도 빨갛고 스위스도 빨갛고, 독일 하노버는 온통 붉은 악마들이었습니다.

    비록 타지였긴 합니다만 그런 문화에도 좀 익숙해진 것 또한 2002년 월드컵이 가져다준 여유로운 산물이었던듯 합니다.



    스위스전 입장권 인증샷 ^^

    스위스전 티켓을 행여나 잃어버릴라 가방속에 꼭꼭 숨겨놓고 향하는 당일 버스안에서의 설렘과 초조함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이었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이 뒤진데다가 밀리면 바로 탈락이기에 한편으로는 뭔가 피하고 싶기도 한 이 예선 마지막 경기...


    날 울린 김덕수 사물놀이

    그런 초조함을 버스에서 내리면서부터 날려버렸던 건 바로 예상치 못한 이 공연이었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하노버 경기장으로 걸어가는 중 저 멀리서부터 들리던 익숙한 소리.. 그리고 반가운 소리.. 그것은 꽹과리였습니다. 바로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이곳에 온것이죠. 사물놀이 소리를 들으며 울어본 것은 이때가 처음일겁니다.

    이때부터 울어버렸어요. 이곳 낯선땅에서 사물놀이 하나로 온통 대한민국 사람들이 모여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었는지... 사실 2002년 월드컵때도 눈물은 경험하지 못했었는데 이날 경기 시작하기도 전에 울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이런 느낌은 정말 현지 아니면 느끼기 힘들겠죠?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우리 선수들 차량을 보니 또 뭉클...




    붉은 악마와 같은 곳에서 목청을 찢어본것도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TV로만 보던 대형 태극기를 직접 밀어올리며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죠



    ...

    우리의 붉은색이 부족했는지 결국 그 소리들은 탄식으로 끝이 났지만,
    실제로 경기장에서보니 저런 등치의 선수들과 대등하게 싸워준 선수들이 정말 고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와 함께 아름다운 추억만을 간직하던 스위스라는 나라에 대해 뚜렷한 증오 하나 새기게 된 날이기도 하죠 ^^)


    이젠 남아공이라고 하네요

    여러분들은 준비 되셨나요?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4년 + 또 4년이지만 월드컵을 맞이할때마다 겪은 이 울렁거림은 어쩔수가 없나봅니다.

    단순히 경기 하나의 승패에, 16강 진출 여부에 따른 결과를 놓고 왈가왈부 하진 않기로 해요. 그렇게 하면 4년만에야 오는 이 월드컵이 너무나 재미없어집니다. 승패를 가르는 '승부'가 아닌, 모든 가슴속에 있는 것들을 폭발시켜버릴 수 있는 그런 합법적인 환각제를 복용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동안 축적해놓은 에너지를 마음껏 토해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을 그런 축제의 장이 또 마련된 것이에요.

    2002년 당시 독일과의 4강전을 피치못해 집에서 TV로 봤던걸 지금까지 후회하고 있습니다. 저때문에, 집에서 소리한번 못지르고 그저 승부에만 집착하던 저때문에 허무한 패배로 끝나버린 그 한판을 더이상 경험하고 싶진 않거든요.

    승리든 패배든 멋진 한판을 위해선 우리 뛰쳐나옵시다. 선홍이 형이 부르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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