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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T Column

데스크탑보다 빠른 아이패드의 혁명

'자기야, 지난주 여행갔다온 사진 다 정리했어?'

'응, 다 했지'

'우리 애들 사진 좀 보자. 좀 보여줘~'

'그래, 같이보자. 잠깐만. PC좀 켜고..'





함께 즐거웠던 사진을 보고자 하는 들뜬 마음에 PC를 켭니다. 다행스럽게 얼마전 인텔의 코어i3 를 탑재한 최신형 데스크탑에다가 윈도우7을 깔았더니 부팅이 꽤 빨라졌어요. 이젠 지렁이가 아닌 윈도우 로고가 몇차례 애니메이션 되고 나면 윈도우가 뜹니다. 그렇다고 아주 빠른건 아니지만 충분히 기다릴만한 속도가 되었죠.

윈도우가 다 뜨길 기다린후 피카사를 실행합니다. (혹은 윈도우 탐색기)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이 꽤 많은지 좀 굼떴지만 이내 실행이 됩니다. 여행에 해당하는 날짜 폴더를 찾아 스크롤 하고는 폴더를 찾았습니다. 첫번째 사진을 더블클릭, 비로소 감상할수 있죠.

전에 쓰던 셀레론 노트북으로는 이정도 사진 감상을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굼떴었는데 말이죠. 역시 PC사양이 좋아지니 많이 빨라졌습니다.

[빠르다]는 것의 정의는 뭘까요?
 
- CPU의 클럭속도가 높아져서 분명 빨라졌습니다. 코어의 숫자도 늘어나고 하이퍼쓰레딩도 되니 분명 빨라졌죠. 하지만 이 부분이 의미가 큰건 개별 task 들의 '실행속도' 가 빨라진 것의 의미가 큽니다. 피카사를 실행하는 속도가 빨라졌고 고해상도 사진을 띄우는 속도가 분명 놀라보게 향상되었죠.

-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빠름' 뭘까요? 위와 같은 상황을 생각한다면 결국에는 빨리 사진 감상을 하게 되는게 진정 원하는거 아닐까요? 윈도우를 띄우든, 피카사를 실행하든, 결국에는 다 과정일 뿐이고 그 과정을 넘어 사진을 감상하게 되는 데까지의 시간... 즉 '욕구'가 생길때부터 시작해서 그 욕구가 '채워질때까지'의 단계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느냐가 관건일 겁니다.




저희집에 있는 데스크탑 PC의 경우 사진을 감상하게 되기까지 약 1분 20초 정도가 걸리는군요.

비슷한 사진이 아이패드에 저장되어 있는 경우 사진 감상의 욕구가 생겨 사진을 감상하게 되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5초면 됩니다.  아이폰을 쓰고 계신다면 공감하실겁니다.

(물론 이 부분에서 공정한 비교가 아니지 않느냐, 아이패드는 always on 인만큼 동등한 비교라면 PC도 운영체제가 떠있는 상태에서 비교해야 한다고 말씀하실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게 철저한 동일환경보다 중요한건 평소에 우리는 그렇게 쓰고 있다는거겠죠 ^^)

아이패드에 담긴 프로세서는 고작 클럭속도 1GHz짜리 A4칩... 인텔의 코어i 시리즈와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느린 퍼포먼스를 보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정작 중요한 것, 우리가 원하는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개별 프로세서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해당 프로세스에 접근하기까지의 단계를 결정하는 제품의 컨셉과 UX 설계가 훨씬 더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수 있습니다. 거기에다 불필요한 요소들을 다 제거하고 나면 훨씬 더 빠른 욕구해결을 할수가 있죠.

단순히 기계적인 성능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물론 고성능을 요구하는 무거운 작업은 아예 아이패드에서는 할수도 없을테니 그런 부분 역시 비교도 안될테구요... 과연 우리가 삶속에서 PC로 즐기는 대부분의 것들이 무엇이었나를 생각하면요
  • 사진이나 동영상 감상
  • 음악이나 영화 감상
  • 웹서핑, 신문 보기
  • 이메일, 메신저, 채팅 등
이런게 사실 70% 이상은 될거라 보는데요. 이정도 작업을 하는데에는 솔직히 아이패드가 데스크탑 PC보다 위에서 정의한 '속도' 측면에서는 훨씬 빠릅니다.
 




아마 아이패드를 보면서 부모님께 하나 사드려야겠다고 생각이 든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그 이유가 아주 쉽고 간단하기도 하지만 그런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면서도 위에서 예를 든 저 핵심적인 작업을 하는데 PC보다 훨씬 빠르게 쓸수 있어서이기도 할 겁니다. PC를 잘 다루지 못하는 아버지가 무슨 작업 하나를 하는데 어려운것 투성이인데다가 뭐가 그리 헤비해서 느리기까지 한지 단순한거 하나까지도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시는 경우 많더라구요 ^^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을 위해 요즘의 PC들은 너무 복잡하고 불필요한 방향으로 많이 진화했다는데 저는 동의하는 바입니다. 비슷한 차원에서 저는 아이패드가 아이폰 OS가 아닌 'OS X'를 탑재한채 나왔다면 실패했을 거라 보고 있는 것이 이런 '실제로 느끼는 체감속도' 때문이죠. 늘 가지고 다닐 이런 녀석의 생명은 '체감속도'니까요. 길을 멈추고 장소 하나를 찾느라 지도 검색을 하는데 윈도우 부팅을 보고싶진 않습니다 ^^ 

그동안 불필요한 작업과 단계를 거치면서 그게 느린것인지도 모른채 불편함을 겪어온 우리들에게 아이패드와 같은 기기가 가져다준 '시간의 단축' 은 가히 혁명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기가 어떤 형태든 어떤 용도로 만들어졌든지간에 제 와이프와 제 아이들이 원하는건 빨리 사진을 보고싶고, 빨리 뭔가 검색을 하고싶고, 빨리 소녀시대의 Oh! 뮤직비디오를 보고싶고 음악을 틀어놓고 딸아이의 댄스를 보고싶은데 그런것들을 위해서는 코어 프로세서로 무장한 데스크탑PC보다 이 아이패드가 훨씬 더 빠르니까요...

이런 혁명이 가져올 가정용 기기의 컨셉 변화 또한 흥미롭게 지켜볼만 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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