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Smart Phones

블랙베리의 하이브 테크, 토치 9800의 의미



최근 여기저기서 RIM사의 위기설이 들린다. 세계 시장에서의 블랙베리 점유율도 과거에 비해 제법 떨어지고 있는데다 최근 2천명정도의 직원을 감원한다는 발표까지 있었다. 

애플과 구글이 불러온 RIM 블랙베리의 축소...
그동안 독보적인 기업형 메시징 서비스와 블랙베리 폼팩터만의 장점을 더해 시장을 공고히 하던 블랙베리가 막대한 생태계를 무기로 무한 확장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의 협공에 많이 밀린 형국이다.

뭔가 변하지 않으면 또 어디까지 밀릴지 모르는 요즘, RIM사가 내놓은 변화의 1단계를 읽을 수 있는 것은 블랙베리 플레이북(Playbook) 이라는 태블릿과, 이녀석 토치(torch) 9800 이다.

7인치 태블릿인 플레이북은 다소 의외의 카드였다.  그동안 메시징 디바이스라는 한우물을 판 블랙베리가 컴퓨티 디바이스에 가까운 태블릿을 이렇게 일찍 내놓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아직 플레이북을 써보진 못했지만 인터넷을 통해 접해본 정보를 보면 우려했던것보다 훨씬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듯 하다. 암튼 이렇게 일찍 완성도를 꽤 갖춘 태블릿을 내놓았다는 것은 블랙베리가 현재의 부진을 떨치고 확장 및 진화(mutation)하겠다는 큰 방향을 보여준 의미가 있겠다.

그리고 그런 진화방향의 또다른 힌트를 준 이녀석, 토치 9800...


누가 뭐래도 블랙베리의 가장 큰 장점이자 자산인 이 쿼티 키패드...

단순히 쿼티가 있다는 것에서 그쳤다면 다른 OS 기기에서도 쿼티 키패드를 갖춘 녀석들은 심심치 않게 나왔으니 이녀석만의 장점이라 부르지 못했을 것이다. 형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쫀득한 느낌을 주는 버튼의 형상과 함께 단축키 등 SW에 맞춰 남다른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독특한 사용자경험은 그런 여느 경쟁자들의 쿼티폰 사이에서도 이녀석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블랙베리의 쿼티키패드는 양날의 검과도 같아서 블랙베리만의 아이덴티티를 주기도 하지만 다른 경쟁자들과 보조를 맞추는데 있어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했다. 모든 블랙베리 UX의 중심인 트랙패드와 이 쿼티키패드때문에 화면은 작아졌으며, 터치 인터페이스도 배제되었다. 그리고 그 점은 애플이나 안드로이드 같은 스마트폰 경쟁자들에게는 너무나 좋은 먹잇감이었다.

막강한 생태계 외에도 큰화면과 터치UX로 무장한 다른 스마트폰들은 그렇게 블랙베리의 목을 조금씩 죄어오고 있다. 이에 RIM사는 이 토치 9800 을 내놓으며 변화의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쿼티키패드를 슬라이드로 넣으면서 더 넓은 화면을 확보하고, 그리고 이 화면은 다른 스마트폰들과 마찬가지로 터치 UX가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것도 왠만한 스마트폰들보다 좋은 터치감으로 말이다.

경쟁 종족들로부터 많이 밀린 위기의 상황에서 하이브(Hive) 테크트리를 과감히 결정한 후, 그 첫 라바에서 나온 느낌이다. 하이브 체제로 가자고 결정했으니 이제 모든 시스템도 그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터치 인터페이스와 좀더 커진 화면을 감안한 앱들로 새로운 환경을 빨리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기본 유닛인 저글링과도 같은, 블랙베리 볼드 같은 전통적인 기종도 보다 강력한 성능과 보완을 통해 아드레날린 업그레이드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 변화의 첫번째 작품과도 같은 이 토치는 그래도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다.

- 터치 반응은 경쾌하면서도 블랙베리 6.0 OS 와 그 기반의 SW들을 잘 요리하고 있으며,
- 조금 커진 화면이지만 상대적으로 볼드 대비 상당한 쾌적함을 줬다
- 그러면서도 잃지 않은 쿼티 키패드는 사용자에게 좋은 옵션을 제공하며 기존 블랙베리 사용자들에게도 실망스럽지 않은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터치 vs 트랙패드/쿼티 간 고민이 아닌, 터치 + 트랙패드/쿼티 인 것은 분명 플러스 효과를 주는 옵션이다. 그때 그때 어플 상황에 맞게 전통적인 블랙베리의 인터페이스와 새로운 옵션인 터치를 사용하면 되니까...


블랙베리만의 '메시징 디바이스'의 경험은 여전히 훌륭하다.
메일, 메시지, 메신저, 그리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까지 모두 하나의 앱으로 알림을 받고 확인하는 이 블랙베리만의 메시징앱은 스마트'폰' 이 가져야할 '기본중의 기본'에 가장 충실한 모습이다.

블랙베리를 쓰고 블랙베리를 편하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한 이 강력한 메시징 기능은 블랙베리가 타 경쟁기기에 동화되면서 경쟁하더라도 절대 잃어서는 안될 킬러일 것이다. 어떤 테크트리를 타더라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훌륭한 커뮤니케이터'로서의 모습은 잃지 않으면서 좀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과 부가 기능들을 소화할 기반을 갖추는 것. 그것이 블랙베리가 진화해 갈 모습일것이고 하이브 테크트리를 탄 목적일 것이다.

블랙베리 플레이북이라는 신선할 멀티까지 뛰고 있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경쟁 스마트폰들의 '미디어 기기'로서의 성능이 워낙 좋다보니 그간 커뮤니케이션 기기에 집중했던 블랙베리가 갖춰야할 숙제가 거기에도 존재한다. 물론 이 부분은 굉장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기도 한 것이 미디어 기기로서의 성능을 위해 너무 많은 진화를 하다보면 라바에서 아주 이상한 녀석이 나와버릴지도 모른다.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장점이 없는 전혀 다른 블랙베리의 모습... 그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동영상을 감상하기에는 여전히 좀 열세이지만 음악 감상 기기로서는 꽤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토치 9800. 블랙베리가 미디어 기기로서 가져가야할 적절한 타협점일지도 모른다. 모든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다 동영상을 다운받아 폰에서 보고자 하는 사용자는 아닐테니 말이다.

그런 타협점의 좋은 본보기를 이번 토치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블랙베리만의 장점은 유지한채 전작들의 아쉬움을 적절히 보완하고 있는 녀석... 이걸 시작으로 전과는 달라진 모습들을 본격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오히려 미디어 기기로서의 성능보다 이 토치가 아쉬운 점이라면 배터리 시간이 조금 짧다는 것 (1,270mAh 로 하루종일 쓰기엔 다소 버겁다) 과 토치의 화면과 터치에 아주 잘 어울리는 블랙베리 어플리케이션이 그리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 부분을 추가적인 진화의 포인트로 잡아줬으면 한다.


다만 조금은 급하다
그런 생태계를 좀더 조성해서 경쟁사들의 공격을 막아낼 시간이 그리 많이 주어지진 않아 보인다. 하이브를 타기로 전략적인 결정을 했지만 자칫 굼뜨면 그렇게 테크트리를 탄 시점이 가장 전투력이 취약해진 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때문인지 이번 여름에 신제품 발표 러쉬를 하는 등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블랙베리가 얼마나 진화된 모습을 새로운 라바에서 꺼내줄 지, 그를 통해 최근 그런 안좋은 분위기를 반전시킬수 있을지 기대와 격려의 마음으로 바라본다.

이 torch 가 그런 성공적인 반전을 가져다 준 기념비적인 '횃불' 이 될수 있을까?


2011/07/14 - 디자인을 주고 편리함을 받은 블랙베리 토치 9800


후원 : RI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