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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임을 다한 T스토어/올레마켓, 이젠 물러나도 되지 않을까
    IT/IT Column 2012. 2. 22. 07:44
    출발은 그랬다.
    애플에서 내놓은 아이폰이란 녀석은 디자인과 UX뿐 아니라 그 안에 탑재된 '앱스토어'라는 충격적인 생태계를 통해 다른 스마트폰들을 조롱하며 세상에 나타났다. 앱스토어라는 곳을 통해 불과 몇초만에 설치되는 앱들은 아이폰을 하나의 폰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도구로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어, 저거 사실 우리가 먼저 한건데?'

    피처폰에서 위피기반 마켓을 운영해오던 이통사들은 '저거 우리 밥그릇이잖아?' 하면서 부랴부랴 스마트폰 생태계에서도 헤게모니를 쥐고자 준비에 들어갔다. 역시 빨랐던 곳은 SKT... KT가 아이폰을 출시해버린 마당에 당시 아이폰 앱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의 경쟁력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아이폰을 등에 없은 KT는 상대적으로 느긋했지만 안드로이드에 올인한 SKT로서는 그런 마켓 경쟁력에 총력을 기울여야 했고 그 결과물로 부랴부랴 2009년말 티스토어를 런칭했다. 그 스피드와 준비성은 정말 칭찬할만 했다. 든든한 주머니를 쏟아부으며 티스토어 부양에 힘쓴 결과 이통사 마켓으로는 상당한 수준의 완성도를 갖춰나가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어찌되었건 아이폰 견제에는 어느정도 성공했다.

    좀늦게 출발했지만 KT 또한 안드로이드폰을 내면서 그에 대응안할수 없으니 올레마켓을 냈고, LGU+ 역시 oz스토어로 따라갔다.

    결국은 국내 통신사들이 전문적으로 해오던 Walled Garden 형 마켓, 플랫폼만 바뀐 제 2의 위피 스토어 진영을 갖춘 것이다. 그안에서 서로 치고박고 경쟁하며, 우리가 더 잘했네 아니네 하면서 싸우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2천만시대를 돌파하며 상황은 그새 많이 바뀌었다.

    우선 이 티스토어나 올레마켓처럼 통신사들이 아웅다웅 경쟁을 하고 있는 그 땅은 생각보다 크지 않고, 그 크기도 점점 작아질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야한다. 아시다시피 그런 마켓이 있는 땅은 오로지 '안드로이드' 뿐이다. iOS 나 WP7 같은 다른 스마트폰 플랫폼에서는 하고싶어도 그런 모델이 불가능한 OS 이고, 앞으로 등장할 또다른 OS가 있다해도 그런 모델은 어렵다. (bada 폰에는 티스토어가 있었긴 하지만 워낙 미미하기에 무시하기로 하자) 지금은 50%가 좀 넘는 안드로이드라고 해도 보다 다양해지고 진화할 몇년 후를 생각하면 그 땅은 점점 더 작아진다. 그리고 그렇게 다양하면서 빠른 진화를 겪을 스마트 기기 세상에서 위피처럼 이통사가 통제하지 못하고 뭐가 다음버전에서 달라질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끌려다닐텐데 그곳에서 경쟁력을 갖추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리고 그간 사용자들은 진화했다.
    어렵기만 하던 스마트폰은 이제 제법 익숙해졌고, 특히 어색했던 구글의 마켓과 생태계에도 많이 적응을 해가고 있다. 더이상 안드로이드폰에 있는 '구글 마켓'을 이용하는게 별로 어렵지가 않다. 그러면서 최근 통신사 마켓의 이용량을 구글 마켓이 넘어서고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추이이다. 게임 마켓이 열린 이후로 엄청나게 구글마켓의 트래픽이 올라가고 있기도 하지만 점점 사용자들은 통신사 마켓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 추이를 보면 구글마켓과 통신사 마켓간 이용률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다.

    또한 그런 OS native 마켓이 훨씬 빠르게 진화한다는 것이다.
    한글화와 휴대폰 결제라는 친절한 2가지를 무기로 승부하던 통신사 마켓들은 이제 그것도 내세울만한 무기가 못될만큼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이 꽤 많이 진화했다. 휴대폰 결제가 된지는 오래이고 언어적으로나 UI적으로나 별로 어렵다는 느낌이 없을 정도로 편리해졌다. 그리고 지난해말 게임 마켓이 오픈된 것도 큰 이정표였다. 그나마 있던 통신사 마켓 대비 구글마켓의 약점들이 다 커버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을 제외하면 앱이 런칭되는 스피드나 앱의 양, 폰의 접근성 및 업그레이드의 편리함 등등 아주 많은 면에서 통신사 마켓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개발사들도 중심을 native 마켓으로 옮기고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사용자들이 native 마켓으로 이동하니 당연히 개발사들 역시 구미가 당기는 쪽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여전히 피처폰때 하던 그런 '관리'를 요구하는 통신사들의 마켓에서는 이래저래 피곤한 일도 많아서 꺼려한다. 그나마 떡이라도 좀 던져주면 갈까, 굳이 통신사 마켓에 머리를 드밀 이유는 없다. 과거 하나밖에 없던 그런 위피 마켓 생태계가 아니고 이미 세상은 크게 열려있고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 국내 사용자에게는 어렵기만 했던 안드로이드폰... 그것을 그래도 좀더 빨리 친숙하게 하는 그런 역할은 충분히 가치있었고 통신사들의 마켓은 그 소임을 훌륭하게 해냈다고 본다. 하지만 계속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가져가야 하나를 생각하면 고개가 쉽게 끄덕여지진 않는다. 이젠 스마트폰만이 문제가 아니고 태블릿이며 스마트TV 며, PC기반 디바이스들도 다 유사한 생태계로 커질텐데 더 많아질 디바이스 형태과 OS 플랫폼들 사이에서 이 통신사 마켓이 영향력을 행사할 땅이 얼마나 될 것인가...

    앱이 아니라 음악이나 eBook 같은 컨텐츠 이야기라면 또 달라진다. 언어와 문화에 따라 보이지 않는 시장벽과 한계가 있는 그런 음악이나 책 컨텐츠 시장에서는 분명 로컬 마켓이 필요하고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앱은 좀 다르다. 이미 그 이유는 현재 마켓 구도에서 증명되고 있다고 본다.


    안드로이드에만 있는 통신사 마켓들... 이젠 별 필요가 없으니 사라져라 라는 얘기를 하고 싶진 않다. 아직도 스마트폰과 앱스토어 생태계를 경험하지 못한 피처폰 사용자들이 많고 그네들은 지금의 스마트폰 애용자들처럼 친절한 가이드를 통해 익숙해져야 하기에 티스토어나 올레마켓, 오즈스토어가 해줬던 역할을 필요로 한다. 다만 그게 필요한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고, 전망도 그리 시원치 않으니 정신을 바짝 차리라는 이야기다. 더욱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다양해질 스마트 세상에서 좀더 자사 가입자들에게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경쟁력일 것이다. 하지만 그게 지금과 같은 마켓 모델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의 변화를 모색할 때이다.
    내게 꼭맞는, 내가 쓸만한 서비스를 빠르고 쉽게 찾게 해주는 그런 친절한 가이드 역할만 해주면 될것 같은데...   소셜 플랫폼이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개인별 추천 서비스가 그중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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