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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스였다면 이렇게 만들었을까? 아이폰6 & 애플워치
    IT/IT Column 2014. 9. 11. 07:33

    그동안 애플의 신제품 발표 키노트를 밤새 라이브로 본 적은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또 한차례 세상을 바꿔줄 애플에 대한 기대가 그동안 응축된 탓일까? 새벽 2시에 맞춰놓은 알람에 그다지 피곤함을 못느끼고 깬 것 보면 그만큼 기대가 컸나보다.


    그렇게 2시간 동안 말똥말똥하게 지켜본 팀쿡과 애플의 키노트...

    신제품을 나름 쏟아낸 발표였기에 다른 분들의 반응이 궁금해서라도 여기저기 다니며 반응을 살폈을 법 한데 그러지 않았다. 별로 피곤하지도 않았는데 그런 반응들을 보고싶은 생각도 별로 없고 해서 애써 다시 잠을 청했다. 잠이 쏟아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내내 갸우뚱 하며 이건 애플이 아닌데~ 하는 느낌때문이었다




    제대로 스트리밍이 안된 키노트 방송에 대한 짜증보다는 키노트 자체가 어썸하지 않고 좀 지겹게 느껴졌었다. 훌륭한 제품과 함께 제대로 삘을 꽂히게 만드는 판타지형 키노트는 온데간데 없고 그저 여느 제조사와 큰 다름없는 기능 나열형 프리젠테이션... 영상이나 시나리오 준비는 여전히 치밀했지만 사람의 마음을 확 잡아끄는 스토리텔링은 볼 수 없었던 것이 지겨움의 원인이었나보다.


    어쩌면 그런 잡스의 마법같은 판타지를 바래서 그랬을 수도 있다. 마술이 속임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빠져들 준비가 되어있듯 그런 식으로 흔들어주길 바랬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스티브 잡스의 빈자리가 매우 커보였던 애플의 아이폰6 & 애플와치 키노트였다.


    뭐 키노트에 필요한 스토리텔링 스킬은 그렇다 치고, 내놓은 제품만 한번 보자.

    과연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오늘과 같은 제품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까?


    필자 느낌대로 생각해본다.


    먼저, 아이폰6... 그리고 아이폰6 플러스.


    결론적으로 이번과 같은 라인업으로 나오진 않았을거라 예상한다. 한손으로만 조작이 가능한 컴팩트함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겼던 잡스라면 이번처럼 무작정 키운 모델만을 내세우진 않았을 것이다. 기존 아이폰5s 크기인 4인치급 모델을 이대로 끝내진 않았을 거란 거다.

    훨씬 더 큰 화면을 원하는 시장의 변화는 무시할 수 없기에 잡스도 더 큰 사이즈를 승인했겠지만 어디까지나 기존 4인치형 모델을 유지하면서 확대했을 거란 예상을 해본다. 




    아마도 아이폰6는 아래와 같은 2가지 모델로 내놓지 않았을까?

    1. 기존 4인치 크기의 스펙 업 모델 (아이폰6)
    2. 더 커진 사이즈의 아이폰6+는 5.0인치 정도 크기의 단일 모델


    지금처럼 한손으로 핸들링 하기 어려운 사이즈를 2가지나 내면서 그 가운데서 또 스펙 차별을 두며 4.7인치 모델을 애매하게 만들진 않았을 것이다. 더 큰 사이즈를 원하는 사람은 5인치 정도 크기의 단일모델로 대동단결시키면서 패블릿 다운 랜드스케이프 모드도 추가하는등 지금의 아이폰6+ 같은 모습으로 충족시켰을 것 같고, 여전히 컴팩트함을 원하는 사람도 충분한 스펙 업을 통해 만족시키는 전략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아이폰6의 디자인...

    아마 잡스라면 디자인 체인지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굳이 지금처럼 오히려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들과 별로 안달라보이는데다 절연 테이프 논란까지 있는 이런 디자인보다는 기존 4에서부터 5에 이르기까지 만족도가 아주 높았던 디자인 형태를 유지했어도 충분해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6에서는 이미 사이즈가 커진 것이 중요한 컨셉이었기 때문에 굳이 디자인 모험을 할 필요가 없었다. 


    기존의 각진 깻잎통같은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약간만 더 슬림하게 만들었어도 충분히 멋졌을 것이고, 오히려 사용자들의 pain point를 잘 관찰했던 잡스라면 두께를 더 얇게 안하더라도 배터리 용량을 늘리지 않았을까? 배터리 효율이 늘어나면서 사이즈가 커진... 그러면서 멋진 디자인 컨셉은 그대로 유지했다면 더 큰 호응이 있지 않았을까 한다.


    그러면서 키노트에서 강조할 포인트들...

    기능 나열식 키노트가 많이 아쉽긴 했지만 이번 이벤트에서 돋보인 것이 있다면 애플 pay 였다. 개인적으로도 혁신이라 부를 만한 것이 있었다면 단연 그 주인공은 애플 페이 (Apple Pay) 였다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모바일 결제의 차원을 한두단계 올려놓을 정도의 간단한 UX가 돋보였다. (아래 핸즈온 동영상 참고)



     

    이번 애플 키노트에서도 Apple Pay는 많이 강조되었지만 역시 이 좋은 걸 보여주면서 그에 걸맞는 쇼맨십이 아쉽다.

    아이폰6를 돋보이게 만드는 몇가지 판타지 포인트를 잡아야 하는데 그렇질 못했다. 이 애플 페이는 그런 자격이 충분히 될만한 녀석이었는데, 예전에 잡스가 보여준 스타벅스에 커피주문을 하는 그런 깜짝쇼 같은 것이 없어서 아쉽다.


    애플 페이나 아이폰6의 다양한 카메라 기능은 충분히 특별히 끄집어 낼 쇼 요소로 보였는데 그런 요소들을 그저 나열식으로 처리해버린 것이 못내 아쉽다. 잡스의 빈자리는 그래서 더 커보였다.




    그리고 원 모어 띵이었던 애플 워치.

    2시간여를 지켜보는 가운데 중간에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원모어띵 이었지만 이녀 역시 갸우뚱...

    잡스라면 이 애플워치 컨셉을 승인했을까?   글쎼다...


    시계로서 하드웨어 디자인이 좀 어색하긴 하지만 새로운 카테고리로서의 웨어러블로 보면 외관 디자인은 꽤 훌륭하다고 볼 수 있겠다. 게다가 내부에서 돌아갈 애플의 소프트웨어가 근사해서 아마 시장에 나오면 충분히 이뻐보이긴 할 것이다. 스위스 시계들에 비할 디자인은 지금은 아닌 것 같지만 애플이라면 추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스마트 워치중에서는 그래도 돋보이는 콩깍지를 만들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애플스럽지 않은 복잡한 느낌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디지털 크라운에 세상은 열광할 지 몰라도 글쎄... 손가락 터치와 함께 용두를 또 만지작해야 하는 그런 경험을 만드는 것은 애플스럽지 않았다. 잡스는 아마 No!를 외치지 않았을까? 용두를 조그다이얼처럼 쓰는 아이디어는 신선했지만 사용자에게 2가지 조작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불편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터치를 통해 조작하다가 필요할 때 용두를 만진다? 차라리 키노트에서 좀 웃기다고 지적한 시계 화면상에서의 핀치줌... 필자는 그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 핀치줌이든 맥북 트랙패드에서 사용해온 그런 멀티터치 UI가 디지털 크라운을 또 만져야 하는 경험보다 훨씬 더 낫지 않을까? 

     


    아마도 손목형 웨어러블에 대해서는 이렇게 접근하지 않았을까 한다.

     

    일단 시계형 기기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좀 생각이 정리되기 전에 먼저 내놓기 보다, 스마트 밴드형 기기를 먼저 냈을 법 하다. 아주 미니멀한 형태의 밴드 말이다. 스포츠형 밴드로 최소한의 알림 장치만을 가진, 그러면서 방수방진을 갖추고 건강관리에 필요한 센서에 특화된 아주 멋진 녀석말이다. 시계는 따로 왼손에, 그리고 밴드는 오른손에 차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라이트한 녀석으로 일단 헬스앱과 관련한 생태계를 완성하고,


    그런 다음 좀 더 고민한 결과를 시계 형태로 내놓지 않았을까?

    시계형에서 좀 더 애플다운 모습이라면 '음악' 과 '커뮤니케이션' 에 집중한 모습일 것이다. 

    아이팟 나노를 시계형태로 쓰는 사용자도 있을만큼 손목 장치와 음악은 제법 잘 어울린다. 애플 이어팟이 삽입되는 형태의 애플 워치... 음악 재생을 별도로 책임지면서 siri 를 중심으로 통화/메시징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훨씬 더 편하게 하는데 집중한 그런 형태...

    지금처럼 온갖 앱이 구동되는 머신형 플랫폼보다는 명확히 소비자들을 끌어 들일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잡스가 그리진 않았을지...





    잡스라면 이번에 보여준 애플 워치처럼 그 위에서 사진을 본다거나 낙서 메시징/이모티콘 등을 통해 애플 워치끼리 특별 메시징을 하는 그런 feature 는 깔끔하게 지우라고 했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애플 특유의 판타지 포인트 없이 '우리 이런거 이런거 되요~' 형으로 가버린 이번 발표 키노트... 스스로의 영역을 스스로 깨버리고는 전장을 보다 복잡한 곳으로 옮겨버린 느낌이다. 


    아이폰6는 그 어느때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겠지만 그 다음은?

    장사꾼에 가까운 팀쿡의 안목이 장기적으로 애플을 어떤 이미지로 만들어갈지 조금은 걱정되는 날이다





    사진 및 동영상 출처 : The Verge 및 엔가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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