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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톡 사용 3개월, 딸아이의 변화
    IT/IT Column 2015. 9. 2. 07:35

    현재 6학년인 딸아이. 4학년때부터 쓰기 시작한 휴대폰은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입니다.

    아무리 장단점을 따져봐도 스마트폰은 어린 아이들에게는 독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피처폰을 고집했는데요. 엄마 키와 똑같아지면 스마트폰으로 바꿔준다고 했는데 그 시점이 이제 거의 다가오네요 ^^


    예상대로 계속 징징(?)댑니다 ^^ 

    친구들은 죄다 스마트폰이다보니 카카오톡을 비롯해 모든 놀이의 소재가 스마트폰이 되어버렸죠. 친구들이 집에 자주 놀러오는데 와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각자의 스마트폰만 봅니다. (왜 놀러온거니? ㅎㅎ)


    암튼...

    딸아이는 카톡을 못하다보니 SMS로 하는데 아무래도 친구들 대화에 빠지게 되기 쉬웠고, 한번은 애들 모이는데 깜박 친구가 문자로 얘기를 안해줬나봐요. 그래서 약속장소에 못나가게 되었는데 그 일로 딸아이도 울고 친구들도 울고 하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있었죠.


    안쓰러워서 결국 카카오톡을 한번 허락해봤습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으로 바꿔준 것은 아니고, 집에서 쓰는 어린이 태블릿에 카톡을 깔아 쓰게 해줬죠.

       




    그렇게 카카오톡을 처음 시작한지 3개월.

    딸아이의 변화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게임보다도 카톡이 아이들한테 더 안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인데, 뭐 그 얘기는 따로 하기로 하구요. 내심 허락하는 기간동안 걱정을 많이 했더랍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약속을 하나 하긴 했죠. 밤 10시 이후에는 카톡을 안하기로요. (물론 시간이 잘 지켜지진 않았습니다 ^^)


    3개월동안의 카톡 생활, 그 전에 비해 제가 딸아이에게서 발견한 변화는 다음 5가지였습니다.


    1. 친구들간 갈등이 잦아졌다


    딸아이에게 카톡의 의미는 대부분 친구들과의 단톡방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단톡방이라는 것... 유용하기도 하지만 참 쓸데없는 것들에 시간 쓰며 얘기 나오기 쉽죠. 시시콜콜한 것에서부터 잘못된 오해들, 가십꺼리들을 쉴새없이 내뱉는 곳입니다.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기 전 친구들이다보니 대화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겠죠. 아주 작은 루머도 엄청 부풀려 커지는가 하면 그로 인해 특정 친구를 따돌리거나 하는 일도 많이 보이더군요.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오해들이 친구들 사이 많아졌고 결국 친했던 친구 몇과 소원해지는 일들을 목격했습니다. 물론 카톡이 아니더라도 그럴 수 있지만 문제의 발단과 원인이 카톡 단톡방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2. 욕설이나 안좋은 표현이 늘었다


    요즘 어린이들 참 안이쁜 말들 많이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카톡방에서는 말이 아닌 글이다보니 더 한 것 같더라구요. 가끔 딸아이 친구들이 속한 단톡방을 보면 깜짝 놀랄 정도의 표현들이 오갑니다. 

    평소 대화에서는 잘 모르는 면면들이 카톡에선 보이더라구요. 욕설을 포함한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들...


    그래서인지 딸아이한테서도 그런 모습이 더 늘어난 것 같아 좀 속이 상합니다


    3. 책 읽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초등학교때 아이들에게 가진 교육 목표는 딴 거 없습니다. 그저 '책만 좋아하게 하자'였죠.

    이런 저런 학원에 보내면서 오히려 창의력을 해치는 교육은 하고 싶지 않았고, 책에 대한 흥미만 떨어지지 않게 하자는 게 유일한 목적이었는데요. 딸아이는 어렸을때부터 워낙 책을 좋아해서 너무 잘 크고 있다고 자부했었습니다.


    그런 애가 이 3개월동안 부쩍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드는게 눈에 보이더라구요.

    당연한 일이죠. 카톡같은 녀석이 해로운게 바로 그처럼 수시로 확인하게 만드는 그런 '점유효과'니까요.


    4. 자극적인 미디어 소비가 늘었다


    카톡은 그저 그 안에서 대화로 끝나지 않죠. 온갖 링크들과 미디어들이 나눠지게 됩니다.

    물론 그 또래에 가수들 좋아하고 하는게 이해되기에 춤추고 노래하는 것에 대해 뭐라 하지 않습니다만, 그런 것들에 너무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은 좋지 않겠죠.


    성인들도 그렇듯 카톡이라는 가상의 방이 마련되면 좀 더 과감한 컨텐츠들을 쉽게 나누게 되듯 아이들도 그럴 겁니다. 그로 인해 좀 더 자극적인 미디어들을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웹툰이든 동영상이든 아직 좀 발들이지 않았으면 하는 미디어들에 훨씬 더 쉽게 다가가더라구요.


    5. 엄마 아빠와의 소통이 줄어들었다


    이 역시 우려했던대로였습니다.

    친구들과 카톡으로 인해 대화 소재가 생기기도 했지만 거기에 시간과 정신을 뺏겨 엄마 아빠랑 대화하는 시간이 줄더라구요.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는 시간에는 오히려 아빠가 말거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그런 거부감을 적극 표현하기도 해서 상당히 섭섭했습니다. ^^;



    이렇게 크게 5가지 변화가 관찰되었는데요

    물론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면 그런 변화를 겪을 시기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갖고 자연스럽게 사춘기(?)를 겪는 차원의 변화가 아니라 이 짧은 3개월동안 변하는게 눈에 보였기에 제가 이런 글을 쓰게 되었네요.


    그래도 좀 딸아이가 기특하게 느꼈던 것은 본인도 카톡으로 인한 부작용을 인지하더라구요. 

    "카톡 하니까 꼭 좋은것만은 아니지? 안좋은 것도 많지?" 하니까 고개를 끄덕입니다. 

    괜히 소모적이라는 것에 동감했나봅니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3개월 이후 카톡을 다시 하진 않습니다. 그걸 이해하고나니 본인도 카톡 그만 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나중에 좀 더 커서 스마트폰을 잘 쓸 수 있는 분별력을 갖추면 그때는 아무런 문제없이 잘 적응할 것 같습니다.


    대신 문자를 많이 써서 요금은 금새 소진되긴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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