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송년모임은 그리 많은지...
게다가 한 해를 정리하며 지인들과 즐거운 자리여야 할 송년모임이, 그걸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장소와 사람 챙기는 것은 그렇다 쳐도 송년회를 기획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다보면 이내 지쳐버릴 때가 있다.
암튼...
그런 모습만을 경험하던 B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이런 기획 고민을 항상 회사 일에만 쓰고... 왜 우리 가족을 위해서는 안하고 있지?'
바로 수첩을 꺼내고 끄적거리며 생각의 나래를 펼쳐본다. 가족끼리의 송년회라... 어떤 프로그램들을 같이 하면 좋을까?
애들도 함께 하는 것이니... 중요한 것으로는 대충 이런 생각이 든다.
1) 애들도 흥미를 끌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자
2) 단순 구경이 아닌, 아이들도 참여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들자
3) 송년회인 만큼 한 해를 되돌아보고 내년을 표현해볼 수 있는 기회로 삼자
4) 무엇보다도 재밌게 하자
매번 업무와 관련된 기획을 주로 하던 B에게는 이런 고민이 조금은 생경하긴 했지만,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보니 이내 미소가 번진다. 고민이 재밌어진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이렇게 하면... 애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와이프는 이 순간에 이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등등 시나리오들이 눈 앞에 펼쳐지면서 한바탕 즐거운 시간을 상상하게 만든다. 마니또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선물을 주고 받게 되면, 송년회 그때만 아니라 1주일이 좀 더 흥미진진하겠는데!
최근 정주행하고 있는 응답하라 1988도 하나의 힌트가 되었다.
B가 고민한 가족 송년회, 그 프로그램은 대략 아래와 같다.
1. 우리 가족 2015 돌아보기
2015년 한해, B 가족에게 생긴 사건이나 재밌는 순간들을 사진 감상을 통해 되새겨 보는 시간이다. 이걸 위해 B는 1년치 사진앨범을 뒤져야 한다. 하지만 그걸 가지고 가족 송년회를 시작할 생각에 마냥 즐겁다. 준비하는 시간 자체가 가족과 함께 한 2015년을 돌아보게 만드는 의미있는 시간이 된다.
사진감상에 그치지 않고 각자 1분 스피치를 통해 2015년을 얘기해보는 자리도 해보려 한다. 몇가지 Key Question을 ppt 에 띄워두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재밌는 질문들로...
2. 롤링 페이퍼
각자 이름을 담은 페이퍼에 돌아가면서 편지를 쓰는 시간이다. 한 해 못다한 이야기나 그 사람에게 바라는 점들... 아이들이 가진 솔직한 생각을 B는 듣고 싶은 것이다
3. 불량 간식 타임
양껏 못먹었던 불량식품들을 마음껏 먹어볼 수 있는 간식 타임이다. 평소 마트에서 피해 왔던, 그래서 아이들의 아쉬움을 샀던 그런 불량 식품들을 아주 풍성히 준비해야겠다.
송년회 한번 정도는 이런 시간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4. 그림 함께 그려요~
이 프로그램은 2016년 새해를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말로 하면 재미도 없고 자칫 딱딱해질 수 있으니...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큰 전지를 하나 준비해서 모두가 새해에 이루고 싶은 것들 아무거나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몇개를 그려도 좋다.
식구들의 그림이 큰 종이에 다 모여있으면 그게 그대로 'B가족의 2016년' 그림이 된다. 거실에 붙여놔도 좋을 것이다.
5. 마니또 선물 교환
설명이 필요없는 마니또! 가족끼리 처음 해봐야겠다.
그걸 위해 오늘 저녁쯤 미리 마니또 추첨을 해야지. B는 막내녀석이 못참고 비밀을 발설할까봐 걱정이다.
선물은 애들도 있으니 1만원 미만이라는 가이드를 줄까 생각한다
6. 요리 대결
엄마팀 vs 아빠팀 구도로 요리 대결을 펼친다.
심사위원은 막내가 담당. 진 팀이 청소와 설겆이 벌칙을 받고, 요리된 음식은 마침 배고파질 타임에 적절한 요기꺼리가 될 것이다.
컨셉은 냉장고를 부탁해 에서 가져온다. 각 팀은 현재 냉장고에서 재료를 7개 미만으로만 가져올 수 있다. 요리 시간은 30분 !
팀웍과 유대감을 위한 시간이다.
7. 게임 대회
마지막은 게임 대회로 장식한다. 뭐 전자 게임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연말에 좀 어울리지 않는다.
고스톱의 빗장을 아이들에게 풀어볼까 한다. 윷놀이도 좋지만 이참에 B는 아이들에게 고스톱을 가르쳐볼까 생각중이다. 사행성으로만 안가면 두뇌발달에도 좋은 보드게임이니까...
역시 진팀에 대한 패널티는 치킨 쏘기가 추가된다.
현재 이 정도가 B가 고민한 가족 송년회 기획안이다. 반나절이 꼬박 걸릴듯 한 알찬 프로그램이다.
고민 자체가 즐겁다. 그 결과를 ppt로 만드는 것도 더이상 회사 업무처럼 지겹지가 않고 일사천리이다.
연말 시상식과 같은 프로그램을 막판에 추가할까 하다가 마니또도 있고 하니 그 아이템은 내년에 써보기로 한다.
B는 기대에 찬 미소를 지으며 프로그램 기획서를 와이프한테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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