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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urope

[유로 2008] 독일전에서 패한 폴란드의 열정

2년전 독일 월드컵때 찾았던 독일을 다시 찾았다
지난번 월드컵에 이어 이번에는 또 유로 2008 시즌...

이탈리아와의 빅뱅을 앞둔 네덜란드에서는 경기를 며칠 앞둔 약간의 긴장감뿐이었지만 독일 베를린으로 넘어오면서 이날 경기를 승리한 독일인들의 축제분위기는 밤늦게까지 여운이 남아있었다

여기저기 독일 깃발을 들고다니며 소리를 질러대는 몇몇 독일인들
맥주 몇잔을 거나하게 마셨을 것이다
유로 2008 독일의 첫경기상대는 지난 한일 월드컵때 우리나라와 같은 '폴란드'

하지만 월드컵때와 달리 자국 주최가 아니어서 그런지 승전이후 그 흥분의 정도는 02년의 대한민국의 그것뿐만 아니라 06년의 독일의 그것과도 비교되지 않을정도로 작은 것이었다

그래도 그런 흥분을 느꼈을, 02년의 향수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 누구나 다시한번 갖고 싶은 그 흥분을 즐기고 있을 독일인들을 부러워하며, 주린 배를 채우려 호텔 아래 버거킹으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시차탓인지 배고픔을 꼭 달래고 취침해야 할 것 같아 와퍼를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버거킹 내부에도 독일기를 표현한 모자와 분장을 한 독일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는 나의 귀를 때리듯 버거킹 입구를 박차고 들어오는 일련의 붉은 무리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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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SKA !  POLSKA !' 를 외치며 들어오는 붉은 무리들

바깥에서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온 이 남녀무리는 바로 폴란드 응원단들이었다
어느새 주문창구를 가득 메운 20여명의 폴란드 응원단들
폴란드 응원가와 구호를 연신 외치며 누가봐도 축제분위기를 연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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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의심이 될 정도였다
폴란드 본토도 아니고, 오늘 패전한 상대국가인 이곳 독일땅에서 저런 모습을 보여주다니
분명 사람들에게 듣기로는 독일이 2:0 으로 이긴걸로 아는데
'폴란드가 이긴거 아닌가?' 라는 착각이 들 정도...

그만큼 그들은 패자의 분이 담긴 오기의 모습이 아니라  흥겨운 축제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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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 내부에 있던 소수 독일 응원인들에게도
마치 우리 어릴적 편을 짜서 스크럼을 하고 '우리집에 왜왔니 왜왔니 왜왔니' 놀이를 하듯
재미있는 모습으로 그들을 안나가고는 못배기게 만들고 있었다

악의를 담지 않은 '폴란드인의 자존심'을 표현하는 중이었다

부러웠다

이웃국가들과 유로 2008이라는 엄청난 크기의 축제를 통해 승자든 패자든 하나의 축제로 거듭나면서 적국이라 할지라도 이런 모습이 보여질 수 있다는 것...

오로지 승리만을 강요하는 우리 정서...
한일전을 하고 나서 이런 비슷한 모습이 연출된다면 과연 이런 문화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우리에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2002년을 생각하게 한다
그 끝이 승리든 패배든
그때 느꼈던 한사람 한사람의 흥분, 온 나라 전체가 더이상 올수 없을것만 같은 그런 축제에 휩싸였던 그 기억이 얼마나 우리를 행복하게 했었는가...

06년 독일에 왔을때 스위스전을 관람했었다
정말 아쉽게 패해서 화도 많이 났었지만  그때 그 김덕수 풍물패와 함께 붉은악마 응원단과 하나되서 분출했던 그 열정은 '패배'의 기억보다는 '행복'했던 기억을 남기고 있다

행복 방정식에 꼭 승리라는 게 필요하진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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