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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벨로스터에서 느껴지는 wind of change (변화의 바람)
    IT/Car & Bike 2011. 5. 6. 14:22

    몇년전까지 국산차들을 바라보며 드는 느낌중의 하나가 그런 것이었어요.
    '내 마음에 쏙 드는 게 별로 없다'
    A나 B가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그렇다고 '그래 이거야' 라고 외치기에는 좀 부족한... 특히 '디자인' 때문에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죠. 저야 뭐 IT기기도 그렇고 차도 그렇고 디자인을 가장 우선적으로 보는 성향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까지의 국산차들을 보면 대부분 '무난한' 디자인만을 선택한 느낌이었죠.




    저는 국내차 산업에 종사하는 디자이너분들의 디자인 실력이 다른 해외 제조사의 디자이너들에 못미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기본적으로 한국인들의 손과 감각이 절대 떨어지지 않죠. 주지아로 나 크리스 뱅글 같은 유명한 자동차 디자이너를 배출할 수 있는 충분한 기본 토양이 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다른 예술 영역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을 보면 더더욱 그렇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눈에 띄는 디자인이 태어나지 못하는 모습의 큰 원인을 저는

    기업문화

    로 보는 편입니다. 과감한 파격을 쉽게 허용하지 못하는 한국의 기업문화이죠. 제가 블로그에서 자주 다루는 휴대폰만 봐도 그렇습니다. 전세계 휴대폰 제조사 순위를 놓고 보면 이 조그만 대한민국에서 그런 굴지의 회사 중 몇개를 차지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죠. 그런데 그러면서도 세계적으로 디자인으로 인정받을만한 휴대폰이 그다지 없다는 사실이 자동차와 비슷합니다.




     

    '파격' 이 허용되기 힘든 '기업문화'

    '디자이너'의 감각 보다는 '보스(boss)'의 감각을 채택하는 기업문화

    '작품'을 만드는 철학이 아닌, '매출 효자'를 만드는 철학



    이런 것들이 사실 기업의 현실입니다.
    실무 디자이너나 기획자의 의견은 보다 안전을 택하는 의사결정권자들(보스)에 묻혀버리고, 그들의 몇마디로 인해 그 신선함과 탐스러움은 하나씩 하나씩 없어져갑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만한 디자인이 나올수 있도록 시간을 주지 않죠. 당장 성과를 내야 내년에도 그 자리를 보전할 수 있기에 눈앞의 성과에만 연연하게 되는 '매출 지상주의'를 선언할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런 '파격'은 배제한 채 가장 무난하고 안정된 공략을 하게 되죠. 디자인도 그런 방향으로 온통 수정이 되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려 합니다.

    그런 기업문화에 몇년씩 길들여지다보면 그 파릇파릇함과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가진 그 누구도 어느새 펜끝에서 작품이 아닌 잘 팔릴 제품을 그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겠죠. 꾹꾹 참아가며 때로 보스들과 디자인에 관한 논쟁을 해가며 살리려던 그런 디자인에 대한 자존심도 조금씩 무뎌져갑니다. 내가 언제 그랬었나? 하며 함께 약해져가는 감각들...




    그런 것들이 가장 큰 원인 아니었을까요? 그동안 내수시장에 무난한 녀석만을 만나도록 한 주범 말입니다.

    다행인것은 몇년전부터 여러가지로 상황을 바꾸게 하는 자극들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국산차와 수입차들간의 구매비용 차이가 예전같지 않죠. 그만큼 수입차도 많이 대중화가 되면서 보다 다양한 디자인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선택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질적인 개방이 이뤄진 것이죠. 그러면서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전부인줄 알았던 자동차 내수시장도 많은 도전을 받게 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이 보다 뛰어난 디자인들을 더이상 매체만이 아닌 내 바로 집앞에서 목격하게 되니까요. 




    그에 대응하기 위해 다방면의 대응전략 회의를 내부적으로 가졌겠습니다만 가장 중요하면서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방면이 바로 디자인이었겠죠. 기업 문화를 송두리째 바꿔야만 가능한데다 단순히 부품을 바꿔서 될것도 아닌, 적용에도 가장 오래 걸리는 부분이 바로 디자인이다보니 그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만도 수도 없이 가졌을 것입니다.

    기아차의 경우 아예 디자인 수장으로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버리는 초강수를 두었죠. 슈라이어를 통해 변하기 시작한 기아차 역시 내수차 시장에 많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 시작으로 보이는 것이 바로 현대차의 YF소나타였습니다. 그동안 '무난함'의 대명사였던 베스트셀링카 '소나타' 에 '파격'을 입힌다는 것이 기업 내부에서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해가 갑니다. 제가 의사결정권자라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테니까요. 그만큼 부담스러운 차종인 소나타에 YF소나타가 보여준 모습은 드디어 무난함을 벗어던진, 현대차로서는 '탈선'에 가까운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아이폰으로 인해 자극받은 국내 휴대폰들의 디자인 기획이 예전과도 많이 달라졌고 소재와 디테일에 있어서 많이 발전한 모습과도 흡사합니다.




    YF소나타와 K5...
    개인적으로 국산차의 판을 한번 크게 바꾼 기념비적인 모델들이라 생각합니다. 그에 상응할만큼 세간의 평가도 전과는 많이 달라졌죠.

    그 두 차종만큼 사람들이 디자인을 이야기하고 디자인에 대한 호평도 많이 얘기하는 국내차종이 있었나싶을 정도였죠. (물론 제네시스 쿠페와 같은 대중적이지 않은 sector 를 제외하고 말입니다)




    그로 인해 현대차의 내부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을까요?

    그렇게 진화하고 있는 DNA 를 받아 내놓은 것이 이번 벨로스터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사실 지적했듯이 DNA 자체가 진화했다기보다 그동안 보수적일수 밖에 없었던 기업문화 및 사업 환경이 이젠 달라져서 할수 있지만 못했던 부분을 이제 끄집어 내고 있는 것이겠죠

    그동안 스포츠 쿠페류에서나 시도했을 정도의 '터치'를 이번 벨로스터에서 느꼈다면 무리일까요? ^^




    준중형 플랫폼에서 이정도의 디자인을 뽑아내는 것을 보고 사실 조금 놀랬으니까요. 낮은 전고를 가진 해치백임에도 둔탁함이 아닌 날렵함을 느끼게 하는 외관... 전후좌우 어디에서도 기존에 현대차가 잘하던 그런 '무난하고 안정된 디자인' 은 느낄수가 없습니다.




    곳곳의 디테일까지 기존과는 달리 '어랏, 이녀석 봐라?' 하면서 쳐다보게 만드는 구석들이 보였죠.

    그래서인지 YF소나타나 K5 보다 더 이녀석의 디자인에 대한 호평은 어딜 가나 들을수 있었습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녀석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다들 좋은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스포츠 쿠페가 아니면서 비대칭 도어라는 파격적인 요소를 도입하고 그것에 그치지 않고 기존에 해치백들과는 확연히 다른 '나이스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준중형 해치백으로서 디자인만큼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다 내놓아도 그리 손색이 없어 보였으니까요. 오히려 이녀석과 함께 다녀보면서 자꾸 보다보니 주차장에 있는 골프가 이젠 심심해 보일 정도입니다. 

    다소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던 YF소나타...
    내수시장에서는 또다른 디자인 역작, K5의 상승세로 인해 상대적으로 전작 대비 주춤한 모습으로 보여질수도 있습니다만 YF소나타로 인해 미국시장에서의 분위기는 많이 좋아졌죠. 그동안 디자인때문에 외면하던 젊은층들도 많은 호평과 함께 현대차를 다시 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로 인해 내부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어떻게 보면 '여유'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대중적인 플랫폼 트림에 이 정도의 파격은 허용해 줄 수 있는 현대차의 여유...




    벨로스터는 분명 날개돋친듯이 팔릴 그럴 대중적인 모델은 아닙니다. 해치백도 해치백인데다 이런 파격과 디자인을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층이 그리 많지는 않죠.

    그런 실용적인 고객층을 공략하는 '무난한 매출지상주의'가 아닌, 그동안 많은 부분 수입차들에게 내주거나 아니면 특별히 마음에 드는 차가 없어도 울며 겨자먹기로 차선책을 선택해왔던 그런 '스타일러' 시장을 타겟팅한 것이죠. 비록 그 숫자가 그리 많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이것은 몇년전 과거에 있던 그런 기업문화와 분위기로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시도였습니다.




    wind of change...





    벨로스터의 탄탄해진 핸들링만큼 현대차 내부 분위기에도 많은 변화의 바람이 일었음을 증명하는 차종일까요?

    저에게는 그래서 벨로스터가 무척 반기고픈 시도입니다.

    이런 스타일을 받아들이는 층이 그리 많지 않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이정도를 시도하고 허용할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스타일을 중시하는 젊은 사용자들에게는 모처럼 '눈여겨볼만한' '거리에서 한번 더 쳐다보게 하는' 그런 차가 나온것이니까요.

    점점 국산브랜드냐 수입브랜드냐가 의미가 없어지는 시장에서 보다 다양한 디자인으로 남들과 다른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 이상 사진 몇장을 좀더 보여드리면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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