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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 크롬북, 아무리 생각해도 참패가 보인다
    IT/Computers 2011. 5. 27. 07:55
    며칠을 두고 크롬북을 지켜봤습니다.
    구글 I/O 에서 뭔가 떠들썩하게 발표하길래 다소 상기된 마음으로 지켜봤습니다.
    크롬OS만으로 된 노트북은 예전부터 구글이 낸다고 했었으니 그리 새롭진 않았고, 하드웨어보다는 크롬 브라우저를 가지고 어느정도 퍼포먼스와 효용 체감을 줄지 그 SW의 가치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크롬 브라우저를 OS로 사용하는 노트북... 크롬북이라고 아예 identity를 만들려는듯 명명함과 함께 발표되었죠. 프로토타입이 발표된 것이 아니라 실제 완성품을 공개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우리들 앞에 보란듯이 그 모습을 드러냈었습니다.

    이게 크롬북이랍니다...

    에이서가 만든 크롬북의 모습


    유심히 봤습니다.
    공개되서 알려진 스펙들과, 아직 정확히 공개가 안된 부분은 유수 해외 매체들이 비슷하게 예상하고 있는 부분도 있어서 대략 짐작이 가능했죠.
    크롬북의 발표에 크게 들뜬 분들도 계시고 많이 실망하는 분들도 계신듯 합니다.

    곰곰~히 앞으로 예상되는 여러가지 상황을 생각해봤습니다...

    며칠동안 이녀석을 보면서 생각끝에 내린 결론은...

    " 크롬북 이녀석은 DOA " 였습니다.  (DOA = Dead On Arrival)
    스티브잡스는 DOA 란 표현을 7인치 태블릿에 쓸 게 아니라 이 녀석을 위해 아껴뒀어야 했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디지털 제품을 평가하려고 할때 IT Geek 으로서 view 가 아니라 최대한 일반 사용자의 시각에서 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제가 그렇게 Geek 스러운 전문가도 아닐뿐더러, 한발 물러서서 시장의 눈으로 보는 것을 즐기거든요^^. 최대한 정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을 보다 잘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크롬북도 잠시 일었던 상기된 기분을 가라앉힌채 일반 사용자의 시각으로 봤습니다.
    얼리어답터로서가 아니라, 나중에 제가 실제 구매자가 되어 사용하게 될 유저로서 이 크롬북들을 바라봤죠. 또한 사용자 (=구매 예정자) 의 시각으로 바라봄과 동시에 곧잘 하는 시도는 제 자신이 '판매자'가 되보는 것입니다. 내가 스토어의 판매자가 되서 방문한 구매 예정자들에게 이 제품을 사도록 설득해보는 것이죠. 그렇게 해보면 이 제품이 가진 확실한 특장점과 구매해야할 이유를 찾을 수 있죠.

    그렇게 구매예정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판매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sales talk' (세일즈톡) 이라고 하는데요, 신제품이 나왔을때 그녀석의 특징과 구매포인트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그런 세일즈톡을 기획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핵심 세일즈톡은 광고에서 접할수 있는 핵심 메시지도 될수 있으면서 짧고 한정된 광고 지면에서 표현못하는 그 녀석의 매력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죠.
    구매 예정자도 되어보고, 판매자도 되어보면서 서로 롤플레잉 (role playing) 을 해보면 과연 '사용자에게 설득이 되는 포인트'는 뭐가 있는지, '개발한 제조사 입장에서는 자랑스럽게 얘기하지만 사실 사용자에게는 별 가치를 못주는 포인트'는 뭔지가 다 드러나게 되죠.  

    한번 롤플레잉을 해볼까요? (제대로 하려면 꽤 길어지겠지만 아주 간단히만 ^^)

    가볍게 가지고 다니면서 헤비하지 않은 이런저런 일처리를 하기 위해 노트북을 고려중인 구매예정자 (정확히 크롬북의 타겟층이죠) 가 판매점에 방문한 상황입니다. 

    삼성전자의 크롬북

    판매사원 (판) : 아, 그런 용도시라면 이번에 새로나온 크롬북 요녀석 어떠세요?
    구매예정자 (구) : (크롬북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그냥 다른 노트북과 똑같이 생겼네요. 뭐 특별한 점 있나요?

    판 : 구글의 최신 크롬 OS...$*#$%..  html5 어쩌고 저쩌고 ... 인터넷으로 모든 걸.. #%&@ (기술적인 설명들...)
    구 : 음... 그냥 넷북에 크롬 브라우저 쓰면 다 되는것들 아닌가요?

    판 : 아 그런면도 있는데 부팅도 3초밖에 안걸리고 빨라서 좋죠
    구 : 3초요? 그건 좋긴 한데... 요즘 노트북들 절전모드로 해놓으면 다 3초면 되지않나요? 그리고 CPU 사양보니 부팅 말고는 그닥 빠를 건 없겠네요

    구 : 잠깐만요, 아까 브라우저 기반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인터넷 연결이 안되면 못쓰는거 아닌가요?
    판 : 아 꼭 그렇지는 않구요, 인터넷이 없어도 일정이나 메모 등 일부는 쓸수 있도록 지원됩니다.
    구 : 흠... 영화나 음악은 넣어놓고 즐길 수 있겠죠?
    판 : 아.. 이 크롬북은 그런 컨셉이 아니라 가볍게 다니면서 웹어플리케이션을과 브라우저를 통해 이런 저런 것들을 처리하는 컨셉입니다
    구 : 흠.. 이녀석이 할수 있는 건 다 넷북이 할수 있겠네요. 그냥 크롬 브라우저 깔면 얘는 다 커버되고 얘가 못하는 영화나 음악도 마음껏 즐기고 말이죠 (넷북보다 잘 하는게 뭐야 대체...)

    구 : 그런 컨셉이라면 상당히 가볍거나 얇아야 할것 같은데... (다시 한번 만져보며) 1.3kg 정도면 이건 넷북보다 가벼운것도 아니고 더 얇지도 않네요
    판 : ... 네... 좀 그렇긴 합니다. 앞으로 좀더 나아지겠죠

    구 : 그럼 좀 싼가 보죠?
    판 : 5~60만원 정도 합니다.
    구 : 엥? 뭐가 그리 비싸요? 넷북이나 저렴한 노트북 가격이군요!  
    판 : ... 네......

    구 : 많이 파세요 ~



    저는 '웹(web)'을 경시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웹이 안될거라는 얘기가 아니죠

    웹과 Web Application 들이 앞으로 할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무척 높게 생각하고 있죠. 실제로 현재도 많은 부분을 조금씩 대체해나가고 있고 앞으로 그 영역은 엄청나게 확대될 것입니다. html5 와 WAC, BONDI 등 웹의 가능성을 더 키우는 플랫폼들의 가능성은 그야말로 커질 것이고 주목할만한 부분이죠

    하지만 하나의 완성된 하드웨어에 다른 것 없이 '웹'만 있어도 되느냐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애인이 멋지고 모든 것을 다해준다지만 애인 한명하고만 세상을 살순 없죠 ^^ 들고다니는 휴대형 랩탑에서 현재 웹으로 할 수 있는 건 개인적인 체감상 약 50% 정도 될것 같습니다. 그럼 나머지 50%는?

    지금 크롬북의 형태가 통할 정도가 되려면 웹에 대한 의존도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진 이후여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80% 이상을 웹으로 할수 있는 시점에 나왔어야 하는 기기형태라는 것이죠

    그나마 지금 시점에 참패를 면하려면 하드웨어 폼팩터라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의 약 50% 정도도 괜찮다면, 나머지 50% 는 다른 기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나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되려면, 적어도 지금 발표된 크롬북보다 훨씬 더 얇고 가벼워야 합니다. 그런 나머지 50%를 책임지는 다른 보조재들과 함께 휴대해야 하기 때문이죠. 대략 생각해서는 700g 이하는 되야 기존 넷북 등을 포기하고 이 크롬북에 기웃거릴수 있을 것 같군요. 그리고 40만원이 넘으면 안될것 같구요

    첫인상을 결정하는 첫단추가 매우 중요한 법인데 지금의 크롬북은 적어도 아닙니다.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만들려는 구글의 세상은 저도 기대하지만 이 '크롬북'은 그 답이 아닙니다.

    1~2년 정도 쓴맛을 본 후에 조금씩 쓸만한 녀석이 나올 것 같군요. 아니면 그전에 완전히 빛도 못보고 없어져버릴 기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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