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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요리 & food

왜 엄마는 라면 끓일때 미안해할까? (풀무원 생라면 vs 신라면 블랙)

이번 주말 먹거리는 뭘로 생각중이세요? ^^

저는 주말을 맞이할때 가장 흥분되는 순간이, 그 주말동안 섭취해주실 먹을꺼리를 장만하러 마트에 가는 발걸음입니다 ^^ 잠시 배둘레햄에 대한 걱정은 잊고 이때만큼은 좀 먹다쉬다를 반복하자는 아주 방만한 정신자세를 만끽하게 되죠. 마트에서 식료품 코너를 드나들때의 발걸음이 아주 가볍고 행복해집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죠. 며칠전 와플 만드는 기구를 사서 애들한테 와플 간식을 만들어 주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핑계삼아 이것저것 즐겁게 장바구니를 채워나갔습니다. 이건 TV보면서 먹을거, 이건 브런치 만들거, 이건 애들 재운 후에 나몰래 몰래 먹을거 등등...

그러다가 지나가게 된 라면 코너,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긴 한데 그렇게 자주 먹으면 안될 음식이기도 하기에 많이 자제하는 메뉴입니다. 기름에 튀긴 면발에 제대로 알기 힘든 합성 첨가물들이 그다지 몸에 좋지는 않으니까요. 그러다가 발견한 한 녀석...


제품 봉지 뒷면에 쓰인 문구가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왜 엄마는 나에게 라면을 끓여주시고 미안해하는 걸까?' 라는 작은 문구...
저는 비록 아빠긴 하지만 딱 저의 마음이기도 했죠.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였기에 여기저기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처음 보는 제품이었는데 풀무원에서 새로 나왔나보군요


'자연은 맛있다' 라는 이름을 가진 풀무원 생라면 제품이었습니다.
전에 '생라면'이라고 하면 튀기지 않은 삶은 면발을 진공포장한 제품을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요, 이녀석은 일반 라면과 동일한 녀석이었습니다. 보통 라면과 같은 그런 딱딱한 면이 담겨져 있는...

그래서 '무슨 이게 생라면이야?' 라며 좀 의구심을 가지고 꼼꼼히 봤죠. 지금까지 본 생라면은 이런 느낌은 아니었으니까요.


마치 튀긴것처럼 딱딱한 면발이 들어있는것 같은데 이렇게 '기름에 튀기지 않았다는' 문구가 쓰여있는게 좀 신기했습니다. 거기다가 7가지 합성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표현도 구매욕을 자극하더군요. 정말 아이들한테 미안해하지 않을 녀석일까?

'그래? 어디 너 한번 그럼 보자' 며 장바구니로 직행합니다.

주말 아침,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는 친한 후배 결혼식이 있어 거기에 참가하고 가족들과 코엑스에서 즐거운 (사실은 아이들 캐릭터샵만 죽어라 따라다니며 뒤치닥거리 ㅠ) 시간을 보냈습니다. 와이프 후배이자 저랑도 친한 선생님 한분이 놀러온다고 해서 그리 늦지 않은 시간에 귀가를 했죠.

그런데 그 와이프 후배... 저희집에 오는 길에 라면 생각이 났다며 라면을 사왔네요 ^^; '라면이 갑자기 생각나서 오는 길에 사왔어요' 라며 끓여달라고 저에게 내미는군요. (왜 저에게... -_-;)
블로그에서 라면 글 봤다며... 0.0

 
그녀가 사온 건 이 푸라면 블랙이었습니다 ^^ 혹자는 신라면 이라고도 하죠

요즘 광고로도 많이 나오더군요 이제품...

순간 스치는 생각... 그래 잘됐다 한번 비교해보지 머

마트에서 날아온 녀석을 꺼내 한번 같이 보도록 합니다.


이리하여 세기의 대결이 성사됨 !

전통의 강호, 농심 신라면의 최신 무기, 신라면 블랙 vs 라면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신인 이단아, 풀무원 생라면 자연은 맛있다 ! (이름도 길다)

와이프 후배와 가족들을 마루타 삼아 실험 들어갑니다.

실험 조건


두 녀석다 정확한 기본 성능 비교를 위해 별다른 레시피나 고명은 피하기로 함.
다만 청양고추의 맑고 시원한 느낌을 너무나 좋아하는 실험 대상들의 성화에 못이겨 청양고추 몇가닥만 두 제품에 다 넣어주기로 함.

즉 기본 제공되는 면발 및 스프 위에는 청양고추만 살짝 사용하는 동일한 조건으로 실험


Round 1. 칼로리 및 영양소 비교

뜨거운 냄비에 투입하기에 앞서 봉지 뒤에 적힌 영양 성분표를 잠시 봤습니다.



우선 칼로리의 차이가 눈에 띄네요

풀무원 생라면은 375kcal, 농심 신라면 블랙은 545kcal 입니다. 비슷한 라면으로 보이는데 상당히 차이가 나네요. 두 제품 무게가 좀 다르니 그램(g) 당 비교를 해볼까요? 103.5g 및 130g 이라는 1회 제공량 차이를 보이는데 각 칼로리를 이 그램으로 나눠서 그램당 칼로리를 비교해보면, 풀무원 생라면은 3.62 kcal/g, 신라면 블랙은 4.19 kcal/g 이 나옵니다.

신라면 블랙이 그램당 칼로리로 따지더라도 약 15% 정도가 높네요.  기름에 튀긴 것이 높은 칼로리의 이유일까요?

그리고 영양 성분표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방의 양에서도, 특히 포화지방이 들어간 양에서도 꽤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몸에 좋지 않은 포화지방이 풀무원 생라면에서는 '0'인 반면, 신라면 블랙에서는 기준치의 53%가 들어가있네요. 이런 지방의 양이 아마 많은 부분 기름에서 오는 것일테고 이게 칼로리의 차이로 이어졌나 봅니다.



성분표 맨 처음에 보이는 '식품유형' 에서도 차이가 보이죠. 신라면 블랙은 식품 유형이 '유탕면류' 이고 풀무원 생라면은 '국수/호화건면' 이라고 되어있습니다.

포화지방의 주범이자 곧 라면업계에서도 퇴출 대상인 '팜유'를 아직까지 신라면은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알수 있겠구요. 식약청이 비만식품으로 대부분의 라면을 지정한 것의 주된 이유가 이런 기름때문이라 농심도 팜유 이제 안쓰고 다른 식물성 유지로 바꾸겠다고 한게 꽤 오래전인데 언제부터 실행될지 궁금하네요. (관련 기사 클릭)

그리고 국내산 재료 사용여부도 좀 차이가 좀 보입니다.


Round 2. 내용물 및 면발 비교




내용물들입니다.
신라면 블랙이 우골 설렁탕 맛을 내세운 제품이라 그 분말이 하나 더 들어가있죠. 사실 이렇게 다 얼버무린 분말의 재료들이 일반 소비자로서는 알기 힘든 부분입니다. 알기 힘든 합성 식품첨가물들이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르기 때문에 섭취하면서도 불안하고, 또 아이들에게 권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곳에 있는데요, 어떤 메이커가 되었든 이런 부분에 있어서 좀 투명하게 해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요리(?)를 하기 전에 큰 차이를 보였던 또 한가지가 바로 '면' 부분이었는데요


궁금했던 풀무원 생라면의 면...

기름에 튀긴 일반 라면의 면보다 약간 더 얇은 걸 빼고는 외관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저런 모양이 되려면 다 튀겨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는데요. 제품의 홍보 문구처럼 기름에 튀기지 않고 모두 자연 바람에 말려서 건조한 면이라는걸 알기란 그러 어렵지 않았습니다.

일단 만져만 봐도 기존 면들과는 다릅니다. 기름기가 전혀 없어서 손끝에서 느껴지는 느낌자체가 다르네요. 보통 라면이나 기름에 튀긴 그런 유탕 과자들은 만지기만 해도 손에 기름이 묻어나는데 이녀석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마치 요즘 유기농 건강 과자라고 해서 튀기지 않고 말린 과육 과자들과 같은 담백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실제 생라면 상태로 먹어보면 그야말로 큰 차이가 느껴지죠


신라면 블랙의 면은 기존 신라면과 거의 동일합니다.
기름진 느낌이 담긴 일반 유탕 라면과 다름 없습니다.

생으로 맛을 보면 풀무원 생라면의 경우 건조하지만 아주 바삭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반면, 신라면 블랙은 입안에서도 기름기가 느껴지고 다소 느끼하네요. 

생면 씹는걸 좋아하는 우리 딸아이도 먹어보더니 차이가 크다고 하네요. 자연은 맛있다 가 훨씬 맛있고 먹기 좋다고...


Round 3. 기름기 비교

드디어 한번 끓여봅니다. 빨리 안끓이고 뭐하냐고 실험대상들의 원성이 들리네요 ㅋ
둘다 제품에서 제안한 조리법에 최대한 충실하게 조리했습니다. 청양고추 살짝 넣는것 말고 대신 조리시간이 4분 30초지만 약간 쫄깃한 면을 좋아하기에 4분정도에서 멈췄습니다. 

  
먼저 풀무원 생라면에서 나온 기름기입니다.
면 자체는 기름에서 튀기진 않았지만 스프 성분 등에 미강유 (현미에서 나온 기름)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약간의 기름이 보입니다만 기존 라면들에 비하면 아주 현격하게 적은 양인것이 육안으로도 확인됩니다..

저도 실험대상들에게 주기 전에 바로 한스푼 먹어봤는데요, 평소 라면들에게서 느껴지는 약간의 기름진 맛이 전혀 없네요. 아주 담백하고 시원합니다.


신라면 블랙을 볼까요?

첫번째 사진 보시면 아예 용기부분과 국물이 닿는 경계선을 따라 노란 기름기가 띠를 이루고 있고 두터운 기름띠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국물위에도 기름기가 물씬 떠있는 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점점이 나타난 풀무원 생라면의 기름기와는 많은 차이가 보이시죠...

맛에서도 기름기가 많이 느껴집니다.


Final Round. 맛에 대한 평가


성분이 좋든 어쩌든 맛이 있어야겠죠? ^^

이렇게 조리된 것을 마치 나는가수다 청중평가단 처럼 기다리고 있는 실험대상들에게 제공했습니다. 그 와이프 후배는 이젠 먹어도 되냐며 한 10번은 묻네요 ㅎㅎ


먼저 풀무원 생라면에 대한 평가...

신라면을 사온 그 와이프 후배가 먼저 달라들었는데요 ^^
먹자마자 인사치레인지 라면 진짜 잘 끓이신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네요 ^^

너무나 깔끔한 맛이라고 아주 좋아합니다. 담백하면서도 맛이 심심하거나 부족하지 않고 맛을 다 내고 있다는 평가... 저도 호기심이 생겨서 배가 부른데도 한입 먹었는데요 '음, 이녀석 꽤 괜찮은데요!' 정말 기름기가 적게 느껴지고, 담백, 시원하고 맛있습니다.

이전 버전의 생라면은 쫄깃하긴 했지만 매운맛이 강했는데 이녀석은 좋네요

 
그리고 신라면 블랙...

ㅎㅎ 그 후배 한입 먹어보더니 안먹습니다... 저거 먹다가 이거 먹으니 느끼해서 못먹겠다는군요. 설렁탕 맛을 낸다고 분말도 따로 준비하고 소고기 플레이크도 몇개 추가하는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한 흔적이 보였는데요. 중요한 것은 오히려 그러느라 라면 고유의 매력적인 맛을 잃어버린 느낌입니다.

제가 먹어보니 그 후배 표현대로 많이 느끼하네요. 기름진 것도 그렇고 얼큰하고 시원한 것이 생명인 라면에 좀 어설픈 설렁탕 국물을 섞은 느낌... ㅎ

암튼 이렇게 해줬더니 후배고 아이들 녀석들이고 죄다 생라면 쪽으로만 달라들어서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는군요. 아이들도 풀무원 생라면쪽이 덜 맵고 맛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아무도 손 안대는 블랙은 가뜩 배부른 제가 처리하면서 콜레스테롤만 더 높여줬죠 ㅠ.ㅠ


사실 전부터도 이젠 라면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요. 건강함을 강조하다 보니 맛의 매력을 잃게되는 부분이 있어서, 결국 다시 기존의 합성 첨가료로 맛을 낸 라면들로 다시 돌아가게 되곤 했었거든요...

앞으로는 이렇게 엄마들이 미안해하지 않을 그런 간단 음식들이 많이 나와줬으면 합니다.

암튼 그런 경험들을 돌아봤을 때, 이번에 경험한 풀무원 생라면은 2마리 토끼를 다 잡을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기름진 느끼함과 포화 지방을 싫어하는 분들... 의외로 높은 칼로리때문에 라면을 피하는 분들은 풀무원 생라면 ‘자연은 맛있다’를 한번 시도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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