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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omputers

못생긴 하이브리드 기기는 이제 그만 (hp 엔비 x2와 스테이시 울프)

디자인이 좋다는 건 단순히 이쁘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모든 상품이 그러하지만 특히나 IT 기기에서의 좋은 디자인이란 사용성에 대한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통해, 사용자가 겪어왔던 혹은 겪을 문제점을 상쇄하는 아름다움에 좀 더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A와 B가 만나 C라는 새로운 형태가 되는 하이브리드 기기들...

근 몇년간 참 답이 안나오는 디자인들이 난무하던 영역이다

 



디자인을 가치있게 만드는 요소를 크게 나눠서, 얼마나 보기 좋은가 하는 '심미성' 과 얼마나 사용하기 편한가 하는 '사용성' 척도가 있다면, 그런 하이브리드 기기들 - 폰과 태블릿이 결합되는 하이브리드 태블릿이나 폰과 랩탑이 결합되는 기기 등등 - 은 너무 '사용성' 고민만 한 나머지 아름다움은 영 뒷전인 모양새였던 것이 사실이다.

 

전형적인 개발 오리엔티드된 디자인이라 볼수도 있을 것이고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이 아니라 기업이 만들어보고 싶고 팔고 싶은 제품이었다 라고도 보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저런 컨셉들이 훨씬 더 우아한 심미성까지 갖추었다면 지금처럼 외면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이다

 

희망적인 것은 모든 첫 시도들이 그러하듯, 해를 거듭하면서 각 제조사들도 저런 하이브리드 혹은 트랜스포머형 기기들에 대해 그 디자인 완성도를 꽤 높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hp가 이번에 내놓은 envy x2 (엔비 x2)도 그 한 예가 될 것이다

 

전에 아티브의 디자인에 대한 평을 하면서도 얘기했듯이, 엔비 x2와 유사한 형태인 삼성의 아티브 스마트 PC만 보더라도 디자인에 그다지 점수를 주긴 힘들었다. 새로 개봉한 아티브를 보던 와이프가 '이거 옛날 노트북이야?' 라고 말하게 만들었던 그런 뭉툭한 느낌과 함께, 딸아이가 '왜 노트북을 아빠는 거꾸로 쓰고 있어?'라고 했듯이 아티브 상판 디자인은 완성도가 많이 아쉬웠었는데, 이번 hp의 엔비 x2를 보면 그때 가졌던 아쉬움이 많이 해결된 느낌이다

 

1. 일단 보다 가볍고 슬림한 느낌이다. 특히 상판을 태블릿으로 분리한 뒤 느낌은 많이 차이날 정도이다

   그러면서도 하판에 추가적인 배터리까지 배치한 설계(design)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2. 제대로 된 메탈이면서 위에서 보시다시피 상당히 cool한 외관이다

   과거 넷북이 한참 나오던 시절, 아쉽기만 하던 넷북 디자인에 hp 2133이 던졌던 임팩트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3. 아티브 상판을 지저분하게 만들었던 기기 시리얼이며 각종 스티커며 하는 것들은 모두 태블릿 아래쪽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것으로 인해 일반인들이 보면 저것이 태블릿으로 분리되는 하이브리드 기기라는 걸 눈치조차 못 챌만큼 노트북과 같은 일체감을 전달하고 있다 

 

오 이녀석 쫌 멋진데~ 하는 시각적인 즐거움 외에도 몇가지 사용성을 고려한 디자인을 엿볼 수 있었다

태블릿으로 변하는 저 엔비x2의 상판을 보면, 전원 버튼과 볼륨 버튼이 사이드가 아닌 상판쪽 좌우측으로 나와있는 걸 볼 수 있는데, 그건 왜 그럴까...?

 

 

스테이시 울프 (Stacey Wolff)

예전에도 블로그에서 소개한 바 있는데, hp의 모든 제품 디자인을 총괄하는 책임자이다

 

이번 엔비 x2 역시 이 스테이시 울프의 손길을 거친 녀석인데, 일단 외관으로 보더라도 hp 2133의 첫느낌에다가 hp 엘리트와 엔비 라인업이 보여주던 단단한 고급스러움을 더해서 점점 완성형에 가까운 모습을 만들어 낸 듯 보인다

 

독특하게 볼륨버튼과 전원버튼이 상판 앞쪽으로 나온 부분에 대해서도 스테이시 울프는 이렇게 말한다

(참조 링크)

 

'태블릿 형태로 사람들이 사용할 때 주로 엣지/사이드쪽을 잡고 사용하기 때문에 사이드 부분에 저런 버튼을 배치하면 실수로 눌릴 수 있다. 자주 쓰는 저 볼륨 버튼은 마치 자동차 핸들에 있는 패들 쉬프트 (shift paddle) 과 같은 사용성을 주게 했고, 모바일기기에서와 같이 홀드 역할까지 하는 전원버튼이기에 그 부분을 고려해서 설계했다' 라고...

 

사실 저런 형태의 기기를 써왔지만 저렇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안그래도 상판쪽이 지저분해지는게 싫은데 버튼을 추가할 생각은 잘 안하게 되는데, 실제로 envy x2를 만지고 있으면 그 부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런 버튼들을 그렇게 빼내면서 전체적으로 엣지가 매우 슬릭(sleek)하게 빠져있고,

양손으로 쥐고 사용하게 되는 태블릿 파지 정황상, 저 위치에 있는 버튼들이 매우 조작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

그러면서도 상판 디자인을 방해하는 정도를 최소화 하고 있다 

 

윗쪽 엣지에 저런 버튼을 두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양손으로 써야 하는 큼지막한 태블릿을 써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한손을 떼서 꼭대기에 있는 작은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저 방법이 훨씬 편하다는걸...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이런 부분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작은 차이지만 그 차이를 만들기 위해 꽤 긴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치고

그런 사용성을 살리면서도 심미성을 해치던 다른 요소들을 최소화하고 없애가는 것...

 

이번 hp의 엔비 x2 와 조만간 또 소개해 볼 엘리트 패드 900을 보면서, 'hp가 돌아온다' 라고 저절로 필자 입에서도 튀어 나온 것이, 이처럼 답을 찾기 힘들었던 하이브리드 형태의 기기에 대해, hp가 가장 근접한 답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가 해서였다.

 

감을 다시 회복한 hp... 올 한해 주목해 볼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envy x2의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대략 스테이시 울프가 어떤 생각들을 해왔는지 엿볼 수 있는 동영상을 링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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