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맛보는 등 인간이 느끼는 감각들은 특정 수준을 경험하고 나서야 욕망이 생긴다.
마냥 '난 100억 이상을 벌거야' 처럼 지금 누리진 않지만 그래도 머리속으로 상상하며 계량화할 수 있는 욕망이 아니라 그런 감각적인 것들은 경험하기 전에는 측정조차 못한다는 것이다.
오디오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 10년 20년전 정말 괜찮았다고 느낀 mp3 소리가 있는가? 그렇다면 그걸 지금 들어도 좋다고 느낄까? FLAC 파일과 같은 고음질 음원들이 있고 단단하게 무장된 고급 이어폰들이 있는 요즘에?
세상에 막귀란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황금귀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상의 소리를 경험했냐 안했냐의 차이다. 지금 내가 괜찮다고 느끼는 소리... 별 불만 없이 잘 듣고 있다가도 그 이상의 사운드를 경험하고 나면 기존의 사운드 퀄리티에 슬슬 불만이 생긴다. "왜 소리가 이렇게 밋밋하지? 특정 악기가 잘 들리지도 않고 말야" 라며 투덜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더 좋은 스피커나 헤드폰, 혹은 DAC 앰프 같은 것을 찾아 나서곤 한다
보고 듣는 건 다 그런 것이다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욕망이 생긴다
이 글을 보고 계신 여러분들은 모바일 기기를 구매할 때 오디오 퀄리티를 몇순위 정도로 고려하는가?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선택할 때 구매를 좌우하는 요소로 그 기기의 오디오 퀄리티가 들어가는가 하는 것이다. 대부분 고려는 하지만 뭐 탑순위라고까진 말하기 힘들 것이다.
스마트 기기간 음악 재생시 사운드 퀄리티의 차이가 있긴 있지만 그리 민감한 사용자를 제외하고는 요즘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고, 일정 수준 이상의 사운드를 원한다면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해결하면 어느정도 된다고 보니 오디오 퀄리티가 구매고려요인의 최상위에 있진 않을 것이다.
Parks Associates 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용자의 경우 모바일 기기 선택시 오디오 퀄리티가 아주 중요하다 라고 응답한 사람은 39% 정도라고 한다. 그게 브랜드나 OS, 가격만큼 중요한 것은 아닐테지만 그래도 아주 중요하다고 답변한 사람이 전체의 39% 라는 결과다.
그런데 Parks Associates 에서는 Dolby와 함께 추가적인 테스트를 한 것이, 그런 사람들에게 돌비와 같은 영화관 수준의 사운드를 모바일 기기를 통해 경험하게 하고 그 이후 다시 의향 조사를 했다. 그랬더니 이런 데모 실험을 한 후 오디오 퀄리티를 아주 중요한 구매 결정 요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64%로 급상승 했다고 한다.
39% → 64%
이게 데모 경험이 만들어 낸 인간의 욕망 차이일 것이다.
필자도 한번 그 데모 체험을 해보았다.
사실 음악이야 음원도 어느정도 내가 선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이어폰/헤드폰과 같은 유닛을 수준급으로 사용하면 되기에 스마트기기에서 듣는 음악의 경우 큰 불만은 없었는데 영화같은 동영상의 경우엔 좀 양상이 달랐다.
동영상은 음악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디오 퀄리티를 임의로 고를 정도로 선택의 여지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화를 본다고 그 오디오 퀄리티를 위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렇기에 조금은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고 있었다. 좀 시끄러운 야외 환경에서는 중요한 대사가 안들린다던지, 효과음들의 체감 정도가 극장에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보니 좀 밋밋한 경험이 되고 만다.
영화는 극장에서 봐라 라고 흔히 얘기한다
다른 기기로 보는 것과 극장에서 보는 것의 차이... 분명 크다. 몰입될 수 있는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실제로 '사운드 퀄리티'가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보지 않는가? 화면 크기야 멀리 떨어져 보는 극장 스크린이나 가까이서 보는 PC 화면이나 별 차이가 없을 수가 있고 오히려 화면 해상도는 모바일 기기의 그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 그런데 극명하게 차이나는 것은 바로 '사운드 퀄리티' 이다. 가슴을 울리는 배우들의 대사와 각종 서라운드 효과음들이 여기저기서 나를 때릴 때 영화 현장속에 푹 빠졌다가 나오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데 모바일 기기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 그게 그런 상대적인 경험 차이를 준다는 생각이다
그런 경험의 차이에 집중하여 수십년간 한우물만 파는 곳이 Dolby(돌비) 같은 회사이다.
1965년에 창업자 Dolby에 의해 설립된 미국 회사. 헐리우드라는 환상적인 환경을 가진 곳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최상의 멀티미디어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한 곳이다.
저작자가 의도했던 경험을 청취자들에게 가장 잘 전달하려는 노력... 사실 극장에서는 의례히 따라 붙는 단어처럼 느끼는 것이 '돌비 디지털' 일 것이다.
92년 영화산업에서 '디지털 서라운드 사운드'를 제시하는 등 업계를 호령하며 압도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곳이 돌비인데 몇년전부터 이 돌비가 집중하고 있는 곳이 바로 모바일 도메인이다.
모바일에서의 멀티미디어 경험을 하는데 있어 과연 저작자의 의도대로 사운드가 잘 전달이 되고 있는가?
누가 보기에도 그렇지 않기에 모바일도 극장에서처럼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다.
일단 데모로 만들어진 아래 영상을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끼고 한번 들어보시라.
참고로 이 데모영상은 돌비 디지털 플러스 (Dolby Digital Plus) 라는 돌비의 모바일 오디오 코덱을 어느정도 느끼게 하기 위해 이 효과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돌비측에서 데모로 만들어 본 영상이다. 동영상을 재생해보면 하단에 돌비 디지털 플러스 효과가 On/Off 로 번갈아 들어가니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돌비 디지털 플러스를 느끼려면
- 이 코덱이 적용된 멀티미디어 소스가 있어야 하며 (즉 특정 영화 컨텐츠)
- 그런 컨텐츠를 배급하는 유통 채널이 있어야 하며
- 그 컨텐츠를 제대로 재생할 수 있는 코덱 플레이어가 있어야 한다
위 데모 영상은 그게 없는 환경에서 가상으로 그 효과를 가늠해보라고 만든 것이다.
혹시 '단순히 볼륨을 키운거 아니야?' 라고 생각되는가? 그럼 효과가 Off 부분인 곳에 대고 볼륨을 키워서 비교해보라. 그럼 그렇지 않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단순히 음압 레벨을 키운다고, 또는 비트 레이트를 무조건 높인다고 이런 멀티미디어 오디오 퀄리티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용량을 덜 차지하면서도 청취자의 환경을 고려해 최적의 사운드를 내주는 것, 주로 이어폰으로 듣는 모바일에서는 단순 2채널뿐이지만 거기에서도 5.1채널 7.1채널과 같은 효과를 내서 마치 극장에 와있는듯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 그런 경험의 차이를 만들어 낼 때 돌비의 의도대로 사람들은 오디오 퀄리티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돌비 디지털 플러스에서 주목할만한 부분 몇가지,
1. 영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배우들의 대사. 사람들은 그 대사 정보로 인해 소리 크기의 느낌이 좌우된다고 하는데 돌비는 Dialog Normalization 이라는 기술을 돌비 디지털 플러스에 적용해 대사량을 측정해 그 대사를 가장 잘 들리도록 증폭하면서도 항상 대사 정보는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했다
2. 그리고 청취자 환경에 맞는 Dynamic Range Control. 물론 컨텐츠에 있는 모든 사운드의 Range를 다 들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극장이나 초고급 풀 스피커 시스템에서 필요한 정도의 레인지가 모바일 환경에서도 다 동일하게 컨트롤될 필요는 없다. 이어폰으로 듣는 환경도, 또 시끄러운 야외 환경 등도 고려하게 되면 말이다. 그래서 그런 모바일 환경에 맞는 인코딩 스트림이 가능하도록 컨트롤한 것이다
3. 5.1채널 7.1채널과 같은 멀티채널로 녹음된 사운드가 모바일 환경 2채널로 다운믹스 되었을 때 어떻게 조절되어야 하는가 하는 로직. 이어폰으로 감상은 하지만 그러면서도 영화관 경험에 그래도 가까운 멀티채널 효과를 내기 위한 로직이다. 이어폰 뿐 아니라 별다른 추가 시스템이 없는 거실 TV의 내장 스피커로도 말이다
이런 부분 감안하면서 다른 데모 영상을 한번 보자.
필자도 매우 재밌게 봤던 영화 Life of Pie 의 한장면이다
숙제는 있다
이런 일련의 경험들을 국내 대중들이 스마트폰에서도 경험케 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아직 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돌비 디지털 플러스와 같은 코덱을 경험하려면 1.컨텐츠 2. 유통채널 3.기기 플레이어 가 해결되어야 한다.
해외에서는 넷플릭스(Netflix)나 부두(Vudu)와 같은 컨텐츠 스트리밍 업체에서 돌비디지털플러스가 적용된 컨텐츠가 제법 준비되어 있지만 국내는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현재 정식으로 유통되는 컨텐츠중 이 돌비 디지털 플러스가 적용된 영화 컨텐츠는 티스토어에 있는 일부 해외영화뿐이고, 그 마저도 양과 질적인 면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정식 유통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그렇지 않고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동영상 컨텐츠들은 누군가가 재인코딩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작업을 거치면서 그 퀄리티가 보장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1.컨텐츠 와 2.유통채널 문제에서도 국내는 아직 초보 걸음마 수준...
그런 컨텐츠 수급 문제와 함께 그 솔루션이 적용된 기기가 많이 나와줘야 하는데 이 역시 닭과 달걀과 같은 관계로도 보인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중 LG G2와 팬택의 베가 시크릿업 같은 기종에는 돌비 디지털 플러스 코덱이 적용되어 있지만 삼성의 갤럭시노트3 와 같은 기종에는 적용되어 있지 않다. 돌비 입장에서는 영화 컨텐츠 제작사 사이드도 풀어야 하고 유통채널도 풀어야 하고, 그래서 수요가 좀 많이 일어나야 단말 제조사에서도 그 코덱을 내장한 기기를 내놓는데 서로 아직까지 좀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암튼 이 부분은 돌비와 같은 솔루션 업체를 중심으로 각 파티들이 모두 다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돌아가게 될 것이고, 멀티미디어 컨텐츠의 품질에 대한 욕구는 사실 어느나라보다 우리나라가 높기에 시간이 좀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런 톱니바퀴를 돌게 하는 '사용자들의 욕망' 이 과연 있을까 하는 것
그만큼 이런 경험이 만족스러울 만큼 매력적이어야 하고 그런 경험을 '프리미엄 컨텐츠'로 입혀 유통시킬 때 그만큼의 가치를 지불할만한 수요가 국내에 있어야 한다.
어떤 컨텐츠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느냐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이번 돌비 디지털 플러스를 필자가 체험해본 바로는 가능성이 제법 있다고 보여진다. 돌비 디지털 플러스가 적용된 컨텐츠가 주는 모바일에서의 경험은 확실히 좀 차이가 났다. 귀에 잘 들려야 하는 부분이 또렷하게 들려오고 비록 이어폰이지만 전과 크게 다른 현장감... 이런 것들이 야외에서 영상을 감상할 경우 전에 가졌던 불만들을 해소할 수 있다는 걸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솔직히 눈이 좀 커질만큼 그 경험차이는 뚜렷했으니까 말이다.
글 서두에 소개한 리서치 결과에서도 보여지듯 이 효과를 경험해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그 가치에 대해 느끼기 시작했다.
차도 그렇고
오디오도 그렇고
노트북 해상도도 그렇듯
한번 올리면 다시 내려가긴 힘든 것들...
돌비에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것은 그런 차이나는 경험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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