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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Korea

[제주도 자전거 일주 코스] 둘째날 스케치

잠을 좀 설쳤습니다.

쫄깃센터 잠자리가 좀 비좁은데다 각종 효과음들을 내주셔서.... (아마 저도 냈을수도 있습니다 ㅎ)

 

설친데다 어찌나 또 일찍 일어나는지, 거의 혼자 일어나? 말어? 를 반복하다가 어제 밤 막걸리 한잔을 하면서 그래도 좀 친해진 다른 여행객분들 소리가 들리자 거실로 나갔네요

 

사람 없을 때 후다닥 샤워와 화장실을 떄리고...

 

 

 

어제 저녁부터 빗방울이 뿌렸었어요.

최악의 일기예보. 둘째날부터 내리 3일간 집중 호우라는...ㅠ  제주도 자전거 일주 날짜 참 잘잡았습니다. 원래 1주일 전에 올까 했었는데 혹시나 같이 갈 수 있는 일행 있을까 찾아보느라 1주일을 늦춘거였거든요 ...

 

아침 일찍 쫄깃센터 창문 밖으로 보이는 비양도의 풍경. 비는 살짝 오지만 그리 나쁘진 않았는데요

(하지만 이때 뿐. 아침 8시를 넘기면서 이쪽 협재 지역에는 본격적으로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그냥 바깥에 세워놓은 내 자전거... 역시나 비를 쫄딱 맞았었네요.

 

하지만 이 모습도 지금이 그나마 괜찮은 거고

잠시 후 본격적인 비와 함께 바람도 세게 불면서 자전거가 넘어졌는데, 나중에 보니 저 앞 스마트폰 거치대가 다 깨졌더군요.

아래 동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ㅠ

 

 

 

간밤에 막거리를 아주 간단하게만 마셨는데요

그래도 그 때 쫌 친해진 분들끼리 오손도손 아침 식사 자리가 마련됩니다.

 

다들 각자 사연을 가지고 따로 와서는 이런 작은 곳에서 친해질 수 있다는 것...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이죠.

그리고 이런 분위기에 강한 쫄깃센터, 그래서 인기가 있나 봅니다.

 

참고로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하던 중 게스트하우스간 비교를 해봤으니 참고하시구요

 

2014/06/07 -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추천 4곳 비교 (쫄깃센터/흰고래/시드/해오름)

 

 

이미 꼬르륵 시계를 넘긴 저는 주린 배였지만 쫄깃센터에서의 조식은 꾹 참았습니다.

따로 아침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죠 ^^

 

 

 

 

근사한 브런치를 위해 저를 픽업하러 온 여성 세분과,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제주도에서 맛볼 수 있는 정말 막강한 브런치를 준타하우스라는 곳에서 맛보게 됩니다.

 

어찌나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던지, 절대 아침 먹지 말고 기다리라며... 협재까지 와서 저를 픽업해서는 애월 근처에 있는 준타하우스로 초대해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즐기게 된 엔칠라다...

 

 

 

제주도에 와서 이런 음식을 아침으로 먹을 줄은 상상도 못했죠

 

아침부터 배가 터져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빗속을 뚫고 차를 타고 왔지만 정말 오길 잘했네요

 

그런데 신기한 것... 이쪽 애월쪽만 해도 날씨가 그리 나쁘진 않습니다.

 

 

 

심지어 살짝 파란하늘까지 보이는 상황...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한쪽은 파란하늘, 반대쪽은 짙은 비구름들이 뒤덮는 장관을 보이더군요.

 

여자분 세분 일정을 물어보니 이날 중문쪽으로 간다는군요.

유혹을 못이겼습니다.

 

 

 

아까 협재쪽 날씨 보니 비바람이 장난이 아니라서,

사실 그런 비바람 속에서는 서울에서도 자전거를 타본 일이 없는데 이곳 제주도까지 와서 감행하려 하니 금새 유혹을 당하겠더군요

 

그래 이번 중문까지만 그럼 차의 힘을 빌리자. 거기서부터 자전거로 다시 가자 하는 생각에 자전거를 차에 실었습니다 ^^

 

 

 

해안도로 안타고 1116 도로를 주로 타는 내륙 도로를 선택했습니다.

새별오름으로 기억하는데 참 이쁘더군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올라야겠다는...

 

그나저나 정말 제주도 날씨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애월쪽에서 중문으로 오는데 그 사이에도 날씨가 얼마나 자주 변하는지... 햇볕이 나오다가 어느새 폭우가 내리고 또 언제 그랬냐는듯 저런 파란하늘이 보이고...

 

안타까운 것은 제가 다시 자전거를 타게 되는 중문쪽에서의 날씨는 폭우와 강풍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라이딩을 하려 하니 정말 앞이 깜깜하더군요

 

그래도 이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 하며 이를 악물었습니다. 여성 세분의 걱정을 뒤로 하며...

 

일단 화장실에 가서 싸이클 팬츠로 갈아입고, 일회용 우비를 뒤집어썼습니다.

그리고 배낭은 저렇게 큰 비닐 봉지 안에 넣은 뒤 꼭꼭 싸맸죠

 

 

중문에서 출발하는데 정말 자전거 타는 사람은 저 혼자밖에 없더군요. 이런 날씨에 타는 것 자체가 미친 짓... ㅎ

 

이날 자전거를 타면서 찍은 동영상 잠깐 보시죠

 

 

동영상 감상 포인트

 

1. 강한 바람에 움찔 움찔 흔들리는 자전거 핸들

 

2. 이미 깨져 날아가 버린 스마트폰 거치대 한귀퉁이

 

 

 

이런 행색이었습니다.

워낙 구차하여서 살짝 스티커로... ㅎ

 

법환포구라는 곳에 도착해서 소니 액션캠으로 찍은 셀카인데요. 이곳 동영상도 한번 보시죠

 

 

 

날 좋으면 상당히 멋있을 것 같은 곳이 이곳 법환포구인데,

폭풍우에 강한 파도까지 치는데다, 이런 날씨에 돌아다니는 사람마저 없다보니 제법 무섭더군요

을씨년스럽다 못해 혼자 이렇게 있다가는 무슨 일 당할 것 같은 분위기 ㅎㅎ

 

사실 이런 날씨에는 아무리 제주도 자전거 일주라고 해도 무리하면 안됩니다.

다른 분들은 이런 호우경보가 내려진 날 제주도에서는 라이딩 하지 마세요. 위험합니다

 

 

 

조금이나마 비를 피할 수 있는 이런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한번 쉬어갔네요

 

두번째 게스트하우스인 흰고래 게스트하우스에 대충 다 온 것 같은데, 중간에 뭐 지도를 꺼내 볼수가 없으니...

이 버스정류장에 잠시 내린 뒤 전화를 했습니다.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정말 '개고생'을 해서 찾아간 두번째 숙소... 도착한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안심을 했는지 ^^

 

 

 

흰고래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2시쯤?

오전에 그래도 중문까지 차타고 이동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죠. 시간은 불과 오후 2시였지만 그간 달린 느낌만으로는 거의 저녁이 다된 느낌이었어요 ㅎ

 

점심도 못먹고 달렸었는데요

게스트하우스에서 인사를 나눈 여자분께서 '밥 있는데 드실래요?' 이 한마디를 하는 순간 천사처럼 보였다는 ㅋㅋ

 

완전 물에 빠진 생쥐꼴을 한데다 싸이클 쫄바지^^를 입고 들어갔기에 상당히 놀랬을 겁니다.

당황했는지 여자분께서 말을 좀 더듬는 것처럼 하시길래 '한국인이냐며' 인사를 마친 뒤 후다닥 샤워를 하고... (여기 흰고래 게스트하우스 시설 참 좋네요)

 

 

 

1층 로비^^에서 너구리를 하나 끓여먹었습니다.

너구리는 천원. 대신 직접 끓여먹어야하는 ㅎㅎ

 

폭우를 바라보며 먹는 제주도에서의 너구리...

나는 누군가

여긴 어딘가 분위기였다죠 ㅎ

 

 

 

이날 일정은 모두 취소했습니다. 원래 외돌개랑 쇠소깍 등을 돌아보는 일정이었는데 폭우로 인해 전면 취소.

오후 내내 게스트하우스 안에서 여자 스텝 한분, 여자 여행객 한분과 담소만 주구장창 나눴네요

 

좀처럼 물을 안마신다는 독특한 스텝분과, 어제 제주도에 오자마자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여자손님... 폭풍우로 인해 한데 묶인 인연이 신기하게도 이내 편해지더군요

 

예정에 없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런 여행 일정의 변화,

그것도 '동' 이 아니라 '정'으로, 한없는 여유로 이어지는 이런 오후를 맞이하다보니 여행이라는 걸 다시 보게 하더군요

 

 

 

 

거의 4시간 동안... 그리고 저녁식사 이후 또 2시간 가량을 비를 바라보며 게스트하우스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있어보니,

이런 relax를 누리려고 열심히 삶에 매진한 것 아니었던가 싶기도 하면서...

암튼 좋더군요

  

 

 

게스트하우스에서 마음맞는 분들과 함께 주변 식당에서 즐긴 제주도 흑돈.

그렇게 고대하던 제주도 흑돈을 이런 날씨에 먹게 되네요 ㅎ

 

힘들었던만큼 맛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제법 콜렉션이 그럴싸한 흰고래 게스트하우스의 음악.

이곳 사장님이 절대 음악 바꾸지 말라며 아이팟 셔플에 음악 콜렉션을 넣어두었더군요. 여자 스텝분은 계속 반복해서 들으니 죽을 맛 ㅋㅋ

 

이 음악들 가져오고 싶었는데 깜박했네요 그러고보니...

 

 

 

스텝으로 잠시 일하고 있는 혜미씨의 역작, 치즈 나초와 함께 게스트하우스 분들과 맥주 한 캔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정말 지겹도록 내리는 비...

이 비와 함께 3일을 함께 한다는 생각을 하니 심란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런 변주곡들로 인해 제대로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겠구나 하는 기대를 동시에 하게 되더라구요

 

어쨌거나 멋진 제주도 여행... 그렇게 이틀째는 저물었습니다.

 

 

photos by

RX100

AS100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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