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각자 다 다르니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매일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식당이었다
제주도 애월읍에 있는 물메골...
감히 제주도 최고의 맛집이라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음식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는 처제 때문에 알게 된 곳
이윤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좋은 음식, 착한 음식을 맛보게 하고싶다는 생각으로 이 물메골을 운영하신다는 사장님의 생각을 전해들었다.
뭐 그런 말을 할 수도 있지... 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또 '사찰음식'이라는 표현 자체에서 오는 '밍밍한 예상' 이 그다지 기대를 갖지 않게 만들었다.
솔직히 사찰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 '아웅 제주 흑돼지나 먹으러 가지 무슨 여기까지 와서 사찰음식이야~' 했던 게 속내.
바깥에만 저렇게 '물메골' 이라고 되어있지 여느 가정집과 다름 없이 생겼다.
그래서 아마 주변을 지나더라도 이게 식당인줄도 모르고 지나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만큼 매출을 위한 그런 마케팅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보이는 분위기.
결국 이번 제주도 여행중에 두번이나 먼길을 달려가 먹을만큼 찾게 된 물메골.
사장님은 두번째 방문한 이날도 바깥에서 직접 '금전초'를 따가지고 우리가 들어온 직후 들어오셨다.
오셔서는 바로 금전초 손질...
서울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재료이다
물메골은 시골 장모님 댁같은, 혹은 시골 작은할아버지 집같은 그런 분위기를 가졌다
시골집 특유의 자연 내음이 물씬 나는 내부...
어떤 부담스러운 레스토랑이 아닌 그냥 편하게 집에 놀러와서 먹는 그런 밥집 분위기이다
그래도 방 안에는 작게라도 방송에 나오셨던 사진이 살짝 걸려있다 ^^
물메골에서 기본적으로 찾는 메뉴는 '연잎밥 정식'이다
여성 세분과 찾은 이날, 연잎밥 정식 3개와 약초 수제비 1개를 주문했다
대놓고 사찰음식이라는 것을 내가 먹어봤나 싶을 정도로 별 기억이 없는 나... 기본 찬들이 내어져온다.
이 찬이 첫날 방문한 물메골에서의 찬
그리고 아래 사진이 둘째날 방문한 물메골에서의 찬이다
바뀐 것은 전 하나이고 나머지 찬은 그대로인데,
이런 기본 찬마저 싹싹 비워버리곤 했다
사찰음식이니 밍밍하니 별로 맛이 없을거라고?
천만의 말씀
연잎밥이 나오기 전에 비워버렸다고 걱정 마시라. 얼마든지 리필이 되는 후한 인심을 가지셨다
바로 이게 아까 직접 따오신 금전초로 만든 빈대떡? 전?
일품이다.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순한 맛인데도 자꾸 손이간다.
그리고 나온 연잎밥...
송알송알 김이 맺힌 것이 여간 보기 좋다
보통 배가 고프더라도 이런 음식은 먹고싶다는 생각이 안들기 마련 아닌가?
아마도 그런 식성에 중대한 변화를 준 계기일 수도 있겠다
생각보다 양이 상당하다. 저 연잎밥 한개 정도면 여자분들은 정말 배가 많이 부를 정도이다.
남자인 나도 저거 한개를 먹고, 다른 분이 시킨 약초 수제비 몇개를 먹었더니 정말 배가 찢어질 정도였으니까
밥때문 만은 아니고 바로 여기 물메골 반찬때문이다
흔한 샐러드같지만 영귤로 만든 천연 소스로 무쳐져 있다.
영귤은 귤의 일종으로 쉽게 말해 국산 라임이라 생각하면 된다. 일본에서는 초귤이라 부르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 재배된다.
즉 이런 곳이 아니면 맛보기 힘들다는 말씀.
정말 상큼하면서도 내음이 확 퍼진다. 그래서 영귤이 차로도 많이 달여먹나보다.
영귤 소스 처음 먹어보는데 역시나 리필을 통해 폭풍흡입했다
이게 뭔가 물어봤더니 우엉이란다
흔하게 접했던 것이 우엉조림인데 우엉을 저렇게 손질하고 콩과 아몬드를 넣으니 많이 색다르다
자극은 전혀 없게, 짜지 않게 조렸는데 우엉이라는 걸 이렇게 많이 먹었던 날이 없었을 정도로 이녀석도 완전 싹싹...
연잎밥의 톤과도 비슷한 것이 맛이 너무 잘 어울린다
아까 말씀드린 그 금전초...
담석을 녹이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약초인데 그 금전초로 다양한 음식이 나왔다. 물론 시즌마다 나물이 좀 달라질 것인데 내가 방문했을 때 이런 금전초 음식을 풍족하게 즐길 수 있었다니... 행운아이다.
금전초를 위처럼 무친 것도 나오고 아래처럼 무친 것도 나온다
그렇다고 특유의 향이 강한가 그렇지도 않다
같이 한 분들도 그렇고 나도 처음에는 '시금치인가?' 그랬다
부드러운 맛에 자꾸 젓가락이 가서 사장님한테 물어봤더니 이녀석도 금전초란다
처음 물메골에 가시는 분들은 나처럼 이런 녀석에 반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시래기...
정말 기본적인 찬으로 보이는 것들도 미친듯이 먹었다.
그러니 그렇게 배가 터지지 ㅎㅎ
적당히 꼬들꼬들 탄력이 붙은 연잎밥은 맛뿐만 아니라 먹는 운치도 더한다
연잎밥 만드는 법을 좀 찾아봐야겠다. 집에서도 종종 해먹고 싶다는...
그리고 약초수제비... 메뉴판에는 약초수제비라고 되어있어서 다소 흠칫했으나 물어보니 들깨수제비라고 보면 된단다.
전에 처제가 와서 들깨수제비를 먹었었다고 하니 그게 그거란다
이 역시 정말 담백하면서 잘 넘어가는 맛
조미료와 화학적인 감칠맛에 길들여져 잊었던 '맛있다' 라는 것이 이런 건가 라는 생각을 해준다
과자 좋아하고 스팸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이런 것이 맛있다는 걸 모를테지만 그런 자연의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분명 만족할 것이다
사장님이 취미로 하신다는 천연 염색 옷가지들이 보인다
나이와 스타일이 있다보니 천연 염색을 입힌 저런 전통 옷가지들은 아직 난 소화를 못하겠다
하지만 이런 사찰음식만큼은 폭풍 소화를 하고도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 난 처음 먹어보는 디저트... 쉰다리 가 나온다.
이 또한 공장에서 만드는 그런 제품들에 의해 자취가 잘 안보이는 우리 전통 발효음료인데, 특히 제주도에서 많이 만드는 전통 곡물 발효식품이다.
쉰다리... 그야말로 쉰 밥을 이용해서 만드는 발효 음료이다
질감은 막걸리와 비슷하면서 알콜이나 단맛이 없다
사장님도 이런 쉰다리가 점점 없어지는 것이 안타깝다 하시며 참 좋다고 추천하신다
소화에 이 쉰다리가 직빵이라고 하니 난 두그릇을... ㅎㅎ
이것때문인가? 보통 여행오면 신진대사에 좀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제주도 있는 내내 아주 원활한 몸을 경험했다 ㅋ
육식은 전혀 없는 순전 풀만 있는 사찰음식이지만 그 어떤 뷔페보다도 맛있는 풀코스를 마친 느낌이다. 정말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많이 먹었다.
가격을 보면 이렇게 해서 남긴 남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직접 따오고 손이 제법 갈텐데, 이 정도 만족에 이런 가격이라면 정말 매일이라도 오고싶어지는 곳이다
제주도에 와서 사찰음식이라... 좀 생뚱맞아 보이겠지만 그렇게 생각한 나도 생각을 많이 바꾸고 돌아왔다
두번씩이나 기꺼이 찾아간 이곳 물메골,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엄지손가락을 날리고픈 제주도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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