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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노우쇼 가 선물해준 판타지
    Travel/Korea 2008. 5. 4. 17:20
    삐에로..  광대..

    어릴때부터 많이 보던 이미지와 단어지만
    그 '광대'라는 걸 어디서 봤는지 어릴적경험을 뒤져보면 딱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광대'란 것이 실제 구체적인 캐릭터로서의 기억이 아니라  간간히 스쳐보듯 TV 화면속에서 잠깐씩 보던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로서만 기억되는 것 같다
    아니면 맥도널드의 맥 청년 정도...

    그 광대가 연출해내는 실제 공연을 제대로 본 적도 없었던 것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지난달 아이를 데리고 '스노우쇼' 라는 공연을 성남에서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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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공연 전까지는 스노우쇼가 어떤 공연인지 (그냥 얼음과 눈으로 만들어내는 한바탕 쇼일거라 짐작만 할 정도)  슬라바 폴루닌 이라는 연출가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었고

    '스노우쇼' 라는 이름에서 느낄수 있는 '즐거움' 의 기대만 안고 공연장으로 간 나의 상태는 딸래미의 그것과 별 다를바 없었다. 
    딸한테는 전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내일 볼 스노우쇼가 대략 이런것이다 라고 이미지와 동영상을 찾아 보여줬더니 더욱더 설레임을 감추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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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는 그냥 없다고 보는게 편하다
    애써 시놉시스를 따라 의미를 부여하면서 보는 그런 '뮤지컬' 의 의미보다는
    공연 전체가 하나의 테마를 지닌 '판타지' 이며 말 그대로 '쇼' 이다

    '관람' 으로 그치는 뮤지컬이 아니라  관객들 모두가 우스꽝스러운 배우들과 한바탕 '놀아보는' 축제의 자리로 바뀌는 곳이다
    우리들은 배우들의 손을 직접 잡아볼수도 있고 그들은 우리의 손을 잡고 좌석에서 좌석으로 성큼성큼 건너가면서 각종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낸다
    그들에게 눈덩이 (종이로 만든) 들을 던질수도 있으며 물뿌리개와 우산을 들고 나온 광대들은 노골적으로 관객들에게 물을 뿌리기도 한다

    처음에는 조금 놀란듯한 어린이들도 금새 깔깔거리며 자기보다 키가 2배이상 큰 외국배우들이 더이상 무섭지도 않고 재밌기만한 삼촌과 노는듯 한 모습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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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건 그런 '흥분됨' 과 아무런 걱정없이 마냥 '깔깔'거릴수 있는 천진난만함 가운데는 나를 포함한 어른들도 있다는 것이다
    어른 애 할것없이 각자의 감정을 표출하면서  마치 모두가 하나의 놀이공간에서 발가벗고 노는 듯 '솔직한 흥분' 을 서로서로에 전달한다

    실제로 공연이 끝나고 나가면서는 발가벗고 놀았던 것이 창피한 것 처럼 나의 유치함을 들켜버린듯 사람들의 눈을 피해 공연장을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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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렷하지 않았던 '광대' 의 기억

    거의 대사가 없는 마임 뮤지컬 무대에서 그 광대들의 몸짓 하나와 표정 하나하나들은
    '월광 소나타'를 비롯한 귀에 익숙한 음악들과 함께 완벽한 '판타지'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유를 생각할 것도 없다.  내가 배우들의 손을 잡는 그 순간 이미 내 자신도 무대위에 올라가 있는 듯 기꺼이 그 세계 안으로 내 자신을 내던지게 되는 것이다

    정신적인 '앱상트' 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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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을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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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씬 중에서도 압권을 뽑으라면 바로 이 '여행' 씬
    광대가 보여준 옷걸이 연기는 최고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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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 후반부 강렬한 눈바람이 무대에서 관객쪽으로 불면서 종이로 만든 눈보라가 관객을 덮친다

    우리들의 웃음은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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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과 하나가 되는
    그리고 관객들 끼리 하나가 되는 마무리 퍼포먼스는 거대한 공들과 함께 한다

    우리가 손으로 만지고 건네고 띄우는 저 공들
    아이들이 닿으려고 엄마품에  아빠의 어깨위로 올라서서 손을 뻗는 저 공들은
    우리 모두의 '희망' 이기도 하고
    우리가 정말로 닿으려고 애써야 할 것은 바닥에 떨어진 남의 돈이 아니라 저 높은 곳에 있는 보다 큰 '행복' 그 자체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니 정말로 좀 쑥스러웠다
    천진함을 들켜버린 내 딸에게도 창피하고 ...

    그래도 그 여운을 좀더 가져가기 위해 딸녀석과는 늦은 밤이긴 했지만 약 20여분을 걸었다
    여전히 유치한 마음으로 길거리에 있는 화분들을 피아노를 치듯 손가락으로 두들겨가면서 ^^

    너무늦게탄 지하철 안에서는 몇몇 취객들이 연출하는 모습이 내가 감춰온 어두운 비밀들을 역시 딸에게 들켜버린듯 미안한 마음도 들긴 했지만
    타임머신과 같은 마력을 지닌 공연을 통해 어릴적 가지지 못했던 기억의 퍼즐을 하나 찾은것처럼 행복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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