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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Gadgets & Stuffs

뭔가 다른 감성... 클리에

 

언제부터였을까...  한 2000년?

 

PDA 라는 용어도 그리 익숙하지 않던 시절

난 회사 업무차 참석하게 된 한 회의석상 한켠에서 신기한 녀석을 꺼내들고 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앳띤 얼굴을 하고는 뭔가 기기를 꺼내서 그 위에다 끄적거리고 있던...

 

회의 주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하는 걸 보고 신입사원인줄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몇개월 후 그 '신입사원'과 나는 한 팀이 되었고

그때 알게된 건 신입사원이 아니라 나보다 나이가 꽤 많은 과장님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는 하이텔에서 잔뼈가 굵은 통신업계 베테랑이셨고

바로 그분이 그날 회의에서 끄적거리고 있던 기기는 Palm Vx 라는 PDA 의 고전이었다는사실..

 

 

 

[Palm의 베스트셀러 Palm Vx]

 

 

그 날 이후로 나는 그 과장님의 추종자가 되었고, 그 분이 들고다니는 Palm Vx 를 탐내게 되었다

 

그‹š 당시 PDA 업계는 대충 나눠서 MS 가 주도하는 Pocket PC 계열과 Palm 이 주도하는 팜파일럿 계열이 있었다

아무래도 조그마한 기기에서 PC에서 보던 윈도우 비스무레 한것이 돌아간다는 사실만으로 세간의 주목은 포켓PC 계열의 몫이었고

과거 비디오 표준에서 소니의 베타 방식에 소수 매니아층이 존재하듯

적어도 우리나라엣는 이 Palm 이란 계열의 PDA 는 일부 매니아층이 존재하는 상품이었다

(사실 PDA의 본고장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적으로는 Palm 이 PDA 문화를 만들다시피한 메이저급 상품이다)

 

아무튼 나에게 Palm은 소수 매니아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나를 끌어당기는 충분한 매력이 있었고

나의 첫 PDA 로 Palm IIIc 라는 파격적인 PDA 를 장만하게 된다

 

 

[Palm IIIc]

 

흑백TV가 난무하는 가운데 컬러TV를 장만하는 느낌으로 무작정 컬러 기종을 질렀으나

그래도 Palm Vx 의 디자인이 주는 아우라와 컬러기종의 조루 밧데리는

얼마 가지않아 이 Palm IIIc를 내던지게 만든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이 Palm 이라는 기기 하나로 PDA 가 귀하던 시절 나는 어딜가나 얼리어답터로 통했었고

다들 신기하다는듯 이리저리 구경하고 그 안에서 이것저것 게임이라도 보여주면 환호성을 지르곤 했었다 ㅎㅎ

 

어쨌든 난 Palm IIIc 이후의 기종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포켓피씨 계열의 PDA 는 도저히 느려서 못써먹는 수준이었고

수만가지 프로그램들을 다운받아 이것저것 써보는 Palm 만의 매력은 그 어떤것과도 비교되지 못했다

그래서 여전히 나의 새 파트너도 Palm 이어야 했다

 

그러던중 미니기기의 성지인 Sony 가 Palm을 채용하면서 Palm device 를 생산한다는 뉴스가 있었고

그것은 Palm 매니아들에게 있어 날개이자 축복이었다

Palm 이라는 회사에서 대부분의 Palm PDA를 만들다보니 뭐 크게 불만은 없었지만 제품의 다양성이 아쉬웠고

핸드스프링(Handspring) 과 같은 제2, 제3의 제조사들이 조금씩 제품을 만들어줘서 다양함에 대한 갈증에 단비가 있었지만

이처럼 Sony 라는 회사의 합류라는 것은 단비를 넘어 가뭄속 소나기와 같은 빅뉴스 였던 것이다

 

Sony가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Palm PDA의 모습은 디자인으로보나 기능으로보나

도저히 거부할수 없는 매력덩어리들이었고  매니아들에게 있어 Sony 클리에 (소니 Palm PDA의 브랜드) 에의 선택은 당연한 것이었다

[Sony T415]

 

당시 미국출장을 가던 한 후배녀석에게 부탁을 해서 나의 첫 클리에인 소니 T415 를 손에 넣었고

그때부터 지금 이때까지 클리에는 한시도 안떨어진 내 찐드기 친구가 되오고 있다 ^^

 

 

 

흑백이나 4그레이만 보아오던 나에게 클리에 시리즈가 보여준 미려한 그레이톤은 PDA로서의 활용성을

단순 텍스트에서 이미지로까지 확장시켜주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컬러기종을 필요로 하게되어 중간에 SJ30 이라는 컬러 클리에를 마련하게 된다

 

아직도 내 서랍속에는 T415가 긴 잠을 자고 있지만 가끔 꺼낼때마다 쓰다듬고 싶을 만큼 기특함이 느껴지는 녀석이다

 

2004년에 마련한 소니의 새기종 SJ30은 아직까지 함께 하고 있는 나의 주력 기종이다

 


 

[SJ30의 모습]

 

 

너무나 오랫동안 함께 했을까?

 

좀더 상위기종으로 바꿔보고 싶은 생각도 가끔 들지만 이녀석은 정말 자식같아서 어디 못내다팔겠다

낳아서 기른 자식을 .. 가정형편도 충분한데 입양보내는 파렴치한(?)같은 느낌도 들고

사실 아직까지도 PDA 본연의 기능으로는 충분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는 이유도 크다

 

화려한 성능과 스펙으로 무장만 했지 여전히 느린 윈도우 모바일 계열의 PDA 보다

직관적이고 빠른 인터페이스를 가진 클리에의 선택은 소니의 클리에 생산이 중단된 지금에도

역시 클리에로의 상위기종을 고민할 만큼 내게 만족도가 컸던 PDA인 것이다

 

언젠가는 나도 대세에 굴복을 하겠지?

 

Palm 쪽에서 예를 들어 더이상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PDA 를 생산하지 않거나

카메라와 mp3를 소화할만한 충분한 저장공간의 기기가 더이상 안나온다면 그때가 아마 Palm 에 등을 돌릴 시기가 아닐까 싶다

 

Palm 쪽이 여전한 매니아층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이유로 사업이 많이 축소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모바일에 최적이었던 OS 가 사라지는 것도 안타깝지만

마치 남이 모르는 맛있는 과일을 발견해놓고 집안 한구석에 몰래 키우면서 먹는 재미..

그리고 이런 재미를 아는 사람끼리 만나서 나누는 여러가지 교류의 즐거움들...

이런 것들이 없어지는 것이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나의 젊음을 하나씩 잃어가듯 몹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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